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 안경백에게 답함(答安慶伯)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7.0001.TXT.0032
안경백에게 답함
노쇠하고 황폐하여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고 있는 차에 벗들은 영락하여 흩어져, 온갖 감회가 생겨 고할 말이 없어, 들어와서는 지붕만 쳐다보고 나가서는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니, 어찌 우리 경백(慶伯)이 또한 한번 찾아와 이 괴로운 심정을 위로해 주지 않는가? 뜻밖에 편지를 받음에 족히 만나서 얼굴을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으니, 어떤 위로가 이만하겠는가? 인하여 어버이의 체후가 보중한 줄 알았으니, 더욱 마음에 부합하네. 혼례에 축하하지 않는 것주 77)은 옛날에 그런 말이 있고, 더구나 경백의 오늘 일은 어버이를 생각하는 감회가 생각건대 남들과 다른 점이 있을 것이니, 어떻게 견디며 어떻게 부지하는가? 고맙게 초대해 주니, 비록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나의 마음 어찌 끝이 있겠는가? 다만 근래에 감기 때문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지가 오래 되었네. 그 때 괴로움의 가감(加減)을 헤아려 결정할 것이니, 비록 감히 잊지 않겠지만 또한 기필할 수 없네. 사당에 고하는 한 가지는 실로 폐해서는 불가하고 작은집 사당에도 또한 일례로 고해야 하네. 다만 축사는 사앙(士仰)주 78)이 마땅히 주관하고 속칭(屬稱)은 '사손(祀孫)'이라고 하는 것이 가할 것이니, 어떻게 여기는가? 상세히 헤아리는 것이 가할 것이네.

[문] 《근사록》 권1 도체류(道體類)에 "천지 사이에 정정당당하여 위아래로 곧은 바른 이치이니, 벗어나면 옳지 않다."라고 하였는데, '출(出)'은 치우침을 말하는 것입니까?
[답] '출'은 실로 치우침으로 말한 것이지만, 분명 이미 발한 뒤의 과불급(過不及)을 겸하여 말한 것이네.
[문] 창섭(昌燮)은 '불천노불이과(不遷怒不貳過)'에서 먼저 '천노(遷怒)'를 말한 것은 대개 만약 노여움을 옮기면 이것 또한 허물이기 때문에 뒤에 '이과(貳過)'를 말하여 위로 '천노'를 포함하였다고 생각하는데, 황철원(黃澈源)주 79)은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이것도 한 가지 설이다. 사람의 정 가운데 발하기는 쉬우나 제어하기 어려운 것은 오직 노여움이 심하기 때문에 먼저 '천노'를 말하였으니, 《대학》정심장(正心章)에서 '분치(忿懥)'를 먼저 말한 것과 같다. 이것 또한 한 가지 설이다.
[답] 창섭과 철원의 의론은 모두 의의가 있네. 그러나 또한 하나의 기(氣)가 있으니, '노(怒)' 자는 마음에서 말하였기 때문에 먼저 말한 것이고, '과(過)' 자는 일에서 말하였기 때문에 뒤에 말한 것이네.
[문] 창섭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맹자가 "지(知)의 실제는 이 두 가지를 알아서 버리지 않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지' 가운데 원래 양단(兩端)이 합하니 이미 아는 것이 분명하고 또 지키는 것이 견고한데, 《근사록》권1에서 주돈이(周敦頤)는 도리어 "덕(德)은 애(愛)를 인(仁)이라 하고, 의(宜)를 의(義)라 하고, 이(理)를 예(禮)라 하고, 통(通)을 지(知)라 하고, 수(守)를 신(信)이라 한다."라고 하여 '지'에 단지 '통'을 말하고 별도로 '수'를 '신'에 말하여 각각 부합하지 않음이 있으니, 의심스럽다.
철원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주돈이는 원두로부터 '성(誠)'을 말하고 '기(幾)'를 말하면서 다섯 가지 덕의 이름을 분별하였으니, 이것은 태극과 음양오행의 순서이고, 맹자는 다만 양심이 발현된 곳을 취하여 그 용공의 절도를 말하였으니, 뜻은 각각 있는 곳이 있고 말 또한 같지 않다. 또 상세히 말하자면, '지'는 이미 알아서 버리지 않기 때문에 능히 통하니, '통' 자 가운데 이미 '불거(不去)'의 뜻을 포함하고 있으며, 수를 신이라 한다고 한 것은 '수' 자는 실제로 있다는 뜻이니, '불거'와는 같지 않고 '수' 자 이면에 사덕(四德)을 포함하고 있다.
[답] 본 것이 상세하네.
[문] 창섭은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정자(程子)는 "귀신은 조화의 자취이다.[鬼神造化之迹]"라고 하였고, 장재(張載)는 "두 기의 양능이다.[二氣之良能]"라고 하였는데, 정자는 기로 말하였고, 장재는 이로 말하였다.
철원은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양능을 곧장 가리켜 이(理)라 하는 것은 불가하니, 대개 양능 상에서 이를 볼 뿐이다. 양능은 이기가 자연히 유행하는 것이라, 안배의 뜻이 있지 않으니, 오로지 이로 보는 것은 불가한데, 더구나 확고하게 기로 간주하는 것이 가하겠는가? 그러나 그 주가 되는 것은 이(理)이고 기(氣)는 이(理) 가운데의 일이니, 오로지 이로 보는 것이 오히려 확고하게 기로 보는 것보다 낫다.
[답] 양능은 이(理)이네. 만약 양능을 곧장 가리켜 이라고 하지 못한다면 기가 도리어 주가 되고 이는 사용할 곳이 없을 것이네.
[문] 창섭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분치(忿懥)는 의(義)가 발한 것이고, 공구(恐懼)는 예(禮)가 발한 것이고, 호요(好樂)는 인(仁)이 발하는 것인데, 우환(憂患)은 무엇이 발한 것입니까?
철원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憂)는 마음의 염려이고, 환(患)은 이 염려가 심한 것이니, 우와 환은 바로 지(知) 측면의 일이다.
[답] 옳네.
[문] 창섭은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근사록》권1에서 "맹자는 그 가운에 나아가 또 호연지기를 발휘해 내었다."고 하니, 흡사 기(氣)가 이(理) 가운데 섞여 있는 듯합니다.
철원은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기는 이 가운데의 일이니, 바로 이 이가 유행하고 운용하는 수단이다.
[답] 실로 그러하네.
[문] 창섭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건도(乾道)는 남자를 이루고 곤도(坤道)는 여자를 이룬다."는 것은 사람과 사물을 겸하여 말한 것입니다. 사람의 남녀는 보기 쉽고 사물의 남녀는 보기 어렵다.
철원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무릇 한 사물이 있으면 문득 음양이 있으니, 비록 하나의 작은 먼지라도 등[背]과 상하가 있다. 선유가 이른바 "대나무에 자웅(雌雄)이 있고, 삼에 빈모(牝牡)가 있다."라고 하였으니,주 80) 또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남여' 두 글자는 본래 사람으로 인한 이름이지만 성인은 다만 사람과 사물을 겸하여 꿰뚫어 혐의로 여기지 않았다.
[답] 옳네.
[문] 창섭은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사문(師門)의 답훈(答訓)에 "반드시 표리와 정추가 이르지 않음이 없어야 바야흐로 물리(物理)의 극처(極處)가 이르지 않음이 없다.……"라고 하였는데, 사문의 뜻은 대개 반드시 표리와 정추의 사물이 이르지 않음이 없는 뒤에야 바야흐로 이치가 이르지 않음이 없다고 말한 것이라 여기니, '필(必)' 자와 '방시(方是)' 자를 보면 이런 뜻이 있는 듯하다.
철원은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사문의 뜻은 그렇지 않다. 표리와 정추는 바로 물리의 극처이니, 《대학》에서 말한 격물(格物)의 물은 모두 물(物)의 이(理)를 가리켜 말한 것이다.
[답] 나의 뜻도 실로 그러하네.
주석 77)혼례에……것
《예기》 〈교특생(郊特牲)〉에 나오는 말이다.
주석 78)사앙(士仰)
안종섭(安宗燮, 1877~?)의 자이다. 본관은 죽산(竹山)이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주석 79)황철원(黃澈源)
1878~1932. 자는 경함(景涵), 호는 은구재(隱求齋)·중헌(重軒), 본관은 장수(長水)이다. 전라남도 화순군 이양면 기운동에서 태어났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저서로는 《중헌집》이 있다.
주석 80)선유가……하였으니
《주자어류》권74〈역10(易十) 상계 상(上繫上)〉에 나오는 말이다.
答安慶伯
衰索踽涼。知舊零散。百感萬懷。無可吿語。入則仰屋。出則仰蒼。豈以吾慶伯而亦未有一番相顧。以慰此苦苦耶謂外得書。足以替其顔而代其話矣。何慰如之。因審省候衛重。尤副願言。昏禮不賀。古有其語。而況慶伯今日之事。則其思親之感。想有以異於人者。何以堪遣。何以支將。俯招之惠。雖未有示。而吾之心。豈有已哉。但近日來。以感祟委頓。叫苦久矣。其時。量所苦之加減而爲之進退。雖不敢忘。而亦不可必也。告廟一款。固不可廢。而小宅祠堂。亦當一例告之。但祝辭。士仰當主之。而屬稱則云祀孫可矣。如何如何。詳諒之可也。
天地之間。亭亭當當直上直下之正理。出則不是云云。出謂偏倚。
出固以偏倚言。然的兼已發後過不及言
昌燮以爲不遷怒不貳過。先言遷怒者。蓋若遷怒則是亦過也。故後言貳過。而上包遷怒也。黃澈源以爲此是一說。人之情易發而難制者。惟怒爲甚。故先言遷怒。如大學正心章之先忿懥。此亦一說也。
昌燮澈源之論。皆有意義。然而亦有一氣。怒字。以心上說。故先言之。過字以事上說。故後言之。
昌燮曰。孟子曰知之實。知斯二者。不去云云。知中元合兩端。旣知之明。又守之固。周子却云。德愛曰仁。宜曰義理曰禮。通曰知。守曰信。於知只言通。而別言守於信。各有不孚。可疑。澈源曰。周子是自原頭言誠言幾。而分別五德之名。是太極陰陽五行之序也。孟子特取良心發見處。言其用功節度。則意各有在。言亦不同。且細言之。則知旣知而不去。故能通。通字中。已含不去意。守曰信。守字是實有之意。與不去不同。守字裏面。包含四德。
看得詳。
昌燮以爲程子曰。鬼神造化之迹。張子曰。二氣之良能。程以氣。張以理。澈源以爲良能不可直指爲理。蓋於良能上見理耳。良能是理氣自然流行。不有安排之意。不可專作理看。況可硬作氣看乎。然其所主則理也。氣是理中事。則專作理省者。猶勝於硬作氣看者耳。
良能理也。若以良能而不直指爲理。則氣反爲主。而理無所用矣。
昌燮曰。忿懥義之發。恐懼禮之發。好樂仁之發。憂患何發。澈源曰。憂是心之慮。患是慮之甚。則憂患正是知邊事。
是。
昌燮以爲孟子去其中。又發揮出浩然之氣。恰似氣雜在理中矣。澈源以爲氣是理中事。乃此理流行運用之手脚。
固然。
昌燮曰乾道成男。坤道成女。兼人物而言之者也。人之男女昜見。而物之男女難看。澈源曰。凡有一物。便有陰有陽。雖以一塵之微。有背而上下。先儒所謂竹有雌雄。麻有牝牡。亦最易見者也。但男女二字。本是因人而名。然聖人直兼人物而貫之。不以爲嫌。
是。
昌燮以爲師門答訓曰。必表裏精粗。無不到。方是物理之極處。無不到云云。師門之意。蓋謂必表裏精粗之物。無不到而後。方是理無不到之謂耶。看必字方是字。似有此意。澈源以爲師門之意不然也。表裏精粗。卽物理極處。大學言格物之物。皆指物之理而言。
鄙意固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