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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 안경백 【창섭】에게 답함(答安慶伯【昌燮】)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7.0001.TXT.0030
안경백주 72) 【창섭】에게 답함
지난번 보내준 한 통의 편지에 결국 답장도 못했는데 또 이렇게 편지를 받게 되니, 감사한 마음과 부끄러운 심정이 함께 생기네. 빼어나고 영특한 재주로 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신 무고한 날에 있으니, 이것은 정히 더불어 큰일을 할 수 있는 때이네. 어버이를 섬기는 한 가지 일은 자식이 입신(立身)하는 큰 절도이니, 독서와 학문은 어찌 이것을 밝혀 이것을 행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응대(應對)와 진퇴(進退), 온청(溫淸)과 정성(定省)의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강구하고 실천하여 반드시 지당하고 흡족한 곳에 이르되 조금도 미적거리거나 유유범범한 뜻이 없다면, 고인이 이른바 "근본이 확립되면 도(道)가 생겨난다."는 것이 거의 가까울 것이네. 더구나 그대 부친께서 이미 창시(創始)하셨고 그대 형제가 또 다시 계술(繼述)하니, 대대로 유가의 큰 집안이 되지 않겠는가? 주돈이(周敦頤)가 〈태극도설〉에서 말한 지극히 높고 지극히 귀하다는 것은 여기에 있을 뿐이네. 질문한 '격물궁리(格物窮理)' 이것은 가장 최초로 착수해야 할 것이니, '절문근사(切問近思)' 또한 이것을 벗어나지 않네. 이것을 놓아두고 이기(理氣)를 말하는 것은 등급과 절도를 뛰어 넘는 것이니, 실로 근래 학자들의 큰 병폐이네. 바람을 잡고 그림자를 모사하는 것이니, 무슨 유익함주 73)이 있겠는가? 무릇 격물(格物)은 실로 한 가지 단서가 아니니, 혹 독서하여 그 의리를 궁구하고, 혹 고금의 인물을 논하여 그 득실을 분별하고, 혹 사물과 접하여 그 당부(當否)를 처리함에 소당연(所當然)을 궁구하여 그만두지 않고 소이연(所以然)을 궁구하여 바꾸지 않는 것이 있지 않아 이렇게 오래 쌓은 것이 많아진 뒤에는 절로 초탈한 곳이 있을 것이네. 초학자의 병통은 대부분 의도를 두어 조장하는데 있으니, 과연 능히 실제로 옳음을 보고 실제로 그름을 보기를 아름다운 여색을 좋아하고 악취를 싫어한 것처럼 하면 의도를 두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보존한 것이 절로 익숙할 것이네. 정자(程子)가 말하기를 "치지(致知)도 못하고서 갑자기 성의(誠意)를 하려는 것 이것은 등급을 뛰어 넘는 것이라, 힘써 억지로 행하는 자는 어찌 능히 오래 갈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으니,주 74) 이것을 마땅히 유념해야 할 것이네.
주석 72)안경백(安慶伯)
안창섭(安昌燮, 1874~?)을 말한다. 자는 경백, 본관은 죽산(竹山)이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주석 73)유익함
저본에는 '선(禪)'으로 되어 있으나 문맥에 의거하여 '보(補)'로 수정하여 번역하였다.
주석 74)정자(程子)가……하였으니
《근사록》권2에 정이천(程伊川)이 한 말이다.
答安慶伯【昌燮】
向書一度。竟未謝復。而又此承貺。感與愧倂。以秀爽開悟之才。在俱存無故之日。此正可與有爲之秋也。事親一事是人子立身大節。讀書學問。豈非所以明此而行此者乎。應對進退。溫淸定省。大小凡百。一一講究。一一踐行。必至乎至當恰好之地。而無一毫因循悠泛之意。則古人所謂本立而道生者。可庶幾矣。況春府丈旣已創始之。君兄弟又復繼述之。則其不爲世世斯文大家耶。周子所謂至尊至貴者。在此而已。俯詢格物窮理。此是最初第一着。切問近思。亦不越乎此也。舍此而曰理曰氣者。末嘗不是躐等凌節。實近日學者之大獘也。捕風摸影。何所禪益哉。大抵格物固非一端。或讀書而窮其義理。或論古今人物而辨其得失。或接事物而處其當否。莫不有以窮其所當然而不容已。與其所以然而不容易。積累多後。自當有脫然處矣。初學之病。多在於着意而助長。果能實見得是。實見得非。如好好色。如惡惡臭。則無待乎着意。而所存自熟矣。程子曰。未致知。遽誠意。是躐等也。勉强行者。安能持久。此當留念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