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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 박세현 【기현】에게 보냄(與朴世顯【冀鉉】)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7.0001.TXT.0023
박세현주 63) 【기현】에게 보냄
지지난 달에 그대 집을 들러 숙원을 푼 것이 실로 적지 않았네. 다만 돌아오는 길에 장애가 생겨 지나쳐 오게 되었으니, 뒤에 생각함에 매우 서글프고 서운하였네. 이후 가을이 겨울로 교체되어주 64) 햇볕이 차가워져 가는데, 당상(堂上)의 병환은 원기를 회복하였는지 모르겠지만 금옥 같은 형제들의 지극한 정성과 효성에 어찌 감응하여 변화하는 기미가 없을 수 있겠는가? 항상 축원하며 멀리서 생각하는 마음 감당할 수 없네. 의림(義林)은 옛날 그 쪽에서 돌아 온 뒤로 아들이 죽었고, 또 얼마 되지 않아 거듭 백모 상을 당하였으니, 인가(人家)의 화액(禍厄)은 늘 있는 일이지만 어찌 이와 같이 참혹하단 말인가? 슬프고 애통하여 차라리 덜컥 죽어 아무것도 몰랐으면 하네. 지난 갑오년(1894, 고종31)에 그대 4촌이 순절한 위대한 사적은 접때 그 쪽으로 갔다가 비로소 그 상세한 내용을 알았는데, 나의 고루함이 심함이 부끄러웠네. 지척의 이웃 고을에서도 오히려 이와 같은데, 더구나 천하의 선비와 벗하여 위로 만고의 선을 논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그 순절한 전말 및 동시에 화약고에서 분사(焚死)한 사람은 성은 김씨인데 이름은 무엇인가? 또 중군(中軍)의 성명을 상세히 기록하여 보내주기를 바라네. 이것은 어찌 비바람 속에 닭이 울고주 65) 큰 물결 속의 지주(砥柱)주 66)로 만세에 불후할 것이 아니겠는가? 대저 덕문(德門)의 행의(行義)는 실로 감탄하며 우러를 만하네. 그대 4촌은 이미 이와 같은 위대한 절의가 있고, 그대 형제는 또 효우의 행실로 사림에 자자하니, 고인이 이른바 "비록 깎아 내어 다하는 날에 있어도 양(陽)은 다 없어질 이치가 없다."라고 한 것주 67)을 어찌 믿지 않겠는가?
주석 63)박세현(朴世顯)
박기현(朴冀鉉, 1864~?)을 말한다. 자는 세현, 호는 강재(剛齋), 본관은 밀양(密陽)이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주석 64)가을이 겨울로 교체되어
원문의 '금수교체(金水交遞)'를 풀이한 말이다. 오행(五行)의 금(金)은 가을에 해당 되고 수(水)는 겨울에 해당 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석 65)비바람……울고
《시경》〈정풍(鄭風) 풍우(風雨)〉에 "비바람 자욱한데, 닭소리 그치지 않네. 이미 군자를 만났으니, 어찌 기쁘지 않으리.[風雨如晦, 鷄鳴不已. 旣見君子, 云胡不喜?]"라고 하였는데, 주자는 남녀 간의 풍속이 문란한 시로 보았으나 고주(古註)에 "풍우는 군자를 생각함이다. 세상이 어지러우면 군자를 생각하여 그 법도를 바꾸지 않는다.[風雨, 思君子也. 亂世則思君子, 不改其度焉.]"라고 하였다. 여기에서는 후자의 뜻을 취한 것이다.
주석 66)지주(砥柱)
중국 하남성(河南省) 삼문협(三門峽)에 있는 산 이름으로, 황하(黃河) 강줄기 안에 서 있었다. 《水經注 河水4》 황하의 세찬 물결에도 굽히지 않고 버티고 서 있는 그 형상으로 인해, 세상 풍파를 견디며 굳센 지조를 지키는 사람을 비유할 때에 인용하는 말이다.
주석 67)
고인이……것《주역》 〈박괘(剝卦)〉의 정전(程傳)에 나오는 말인데, 변용한 것이다.
與朴世顯【冀鉉】
再去月。歷進仙庄。獲償宿願。實不淺淺。但廻程有礙。未免戛過。追切悵缺。伊後金水交遞。日色向寒。未審堂上愼節。有臻天和。金昆玉季。至誠至孝。安得無感應轉移之機也。常常顒祝。不任遠情。義林昔自那上還。遭家兒化逝。又未幾日。荐遇伯母喪事。人家禍厄。未或不有。而豈有若是之慘酷耶。悲霣痛怛。寧欲溘然而無知也。往在甲午。令從氏殉節偉蹟。向日那邊之行。始得其詳。可愧固陋之甚也。咫尺隣壤。猶尙如此。況敢望友天下之士。尙萬古之善乎。其殉節顚末。及同時焚死火藥庫者。姓金氏名云誰也。且中軍姓名。詳悉錄送爲望。此豈非風雨雞鳴。洪流砥柱。而爲萬世之不朽者乎。大抵德門行義。實可歎仰。從氏公。旣有若是之偉節。左右兄弟。又以孝友之行。藉藉士林。古人所謂雖在剝盡之日。而陽無可盡之理者。豈不信然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