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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 문인함 【재연】에게 보냄(與文仁涵【載淵】)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7.0001.TXT.0022
문인함주 60) 【재연】에게 보냄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어 그리움과 울적함이 날로 쌓이네. 근래 어버이를 모시고 지내는 체후는 만복하며, 공부하는 과정은 독실히 하여 멈추지 않는가? 매번 인함(仁涵)이 일찍 아버지를 잃어 집안을 담당하고 거듭 많은 일을 당한 것을 생각함에 나의 가엽고 절박한 정이 없을 수 없었네. 그러나 영고(榮枯)와 통색(通塞) 이것은 실로 천지 사이에 없을 수 없는 일이니, 마치 한서(寒暑)와 주야(晝夜)가 앞에서 서로 교대하는 것과 같아 옮기거나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네. 다만 마땅히 하늘의 뜻을 들어 순순히 받아들여야 하고, 힘쓸 수 있는 것은 오직 독서와 수신(修身)이니, 나의 성분에 진실로 가지고 있는 한 가지 일이라, 또 곤궁(困窮)과 불울(拂鬱)함이 두려워하고 힘써 옥성(玉成)주 61)시키는 바탕이 되지 않을 줄 어찌 알겠는가? 나이가 젊고 기운이 강하여 앞길이 만 리 인데, 어찌 갑자기 스스로 상실하여 한편으로 선장(先丈)주 62)께서 기대하고 바랐던 무거움을 저버리고 한편으로 사우가 부탁한 부지런함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평소 집안일을 주관하는 여가에 한 방을 깨끗이 쓸고 《논어》《맹자》 및 《심경》《근사록》등의 글을 가지고 몇 줄을 보고서 의취(義趣)를 궁구하기에 힘써, 마음을 조금이라도 방일하게 하지 않는다면 차츰 쌓은 것이 많아진 뒤에는 절로 마땅히 공효를 보게 될 것이네. 의림(義林)은 비록 지극히 보잘것없지만 선장에게는 일찍이 친구 중의 한 사람이었고, 또 임종 때 슬프고 간절하게 한 부탁을 받은 것이 진중할 뿐만이 아니었네. 오호라! 어느새 여러 해가 흘러 묘목(墓木)이 이미 굵어졌네. 매번 한 생각이 생기면 유명(幽明) 간에 저버림이 무궁할까 두렵고, 만약 하루아침에 덜컥 죽게 되면 또 무슨 말로 저승에서 만나게 될 날에 알리겠는가? 이것이 감히 이렇게 그대에게 경계하는 이유이니, 어떻게 여기는가?
주석 60)문인함(文仁涵)
문재연(文載淵, 1873~?)을 말한다. 자는 인함, 본관은 남평(南平)이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주석 61)옥성(玉成)
송(宋)나라 장재(張載)의 〈서명(西銘)〉에 "그대를 빈궁하게 하고 시름에 잠기게 하는 것은, 장차 그대를 옥으로 만들어 주려 함이다.[貧賤憂戚, 庸玉汝於成也.]"라고 한 데서 온 말로, 학문과 인격이 시련을 통하여 귀한 옥처럼 훌륭하게 성취되는 것을 말한다. 《古文眞寶後集 卷10》
주석 62)선장(先丈)
문재연의 부친 문봉환(文鳳煥, 1849~1890)을 말한다. 자는 익중(翊中), 호는 오계(梧溪), 본관은 남평(南平)이다. 자세한 행적은 《일신재집》권19〈오계 문공 행장(梧溪文公行狀)〉에 보인다.
與文仁涵【載淵】
蒼莽涯用。戀菀日積。未詢邇來侍省百福。鉛槧程曆慥慥不住否。每念仁涵早孤當室。荐遭多故。而不能無區區憫迫之情。然榮枯通塞。此固天地間所不無之事。如寒暑晝夜相代乎前。而有不可以移易者也。只當聽天順受。而所可勉者。惟讀書修身。性分固有底一事而已。又安知困窮拂鬱。不爲惕勵玉成之地耶。少年强氣。前程萬里。而豈可遽自隕穫。一以負先丈期望之重。一以孤士友付託之勤乎。平日幹蠱之餘。淨掃一室。將論語孟子及心經近思等文字。看得多少行。務窮義趣。勿令心少有放逸。則積累多後。自當見功矣。義林雖極無狀。而在先丈。未嘗不是知舊之一。且受其臨終悲懇之托。不啻珍重。嗚乎星霜累變。墓木已拱矣。每一念到。恐負幽明無有窮已。而若一朝溘然。則又以何語而報之於泉下相見之日乎。此所以敢爾奉規於吾友者也。如何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