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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 조백연 【내룡】에게 답함(答趙伯淵【來龍】)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7.0001.TXT.0021
조백연주 55) 【내룡】에게 답함
설월(雪月)의 광경이 근래 좋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흥을 타고 노를 저어 험한 물결 거슬러 올라가다가 산음(山陰)에서 머뭇거렸던 처지주 56)와 같으니 서글픈 마음 어찌 감당하겠는가? 다만 세밑이 가까워졌으니, 벗의 고향 방문이 일간에 있어 만나서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이라 여겼네. 모르겠으나 몇 개월 동안 가르치고 배우던 동안 예전의 학업을 익히고 새로운 지식을 배양하여 이번 행차를 저버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있는가? 만나서 그 실마리를 조금이라도 들을 수 있기를 기다릴 뿐이네. 중락(仲洛)주 57)이 떠나려고 하기에 몇 마디 적고, 지난번에 질문하였던 것에 뒤늦게 답하면서 아울러 작별한 뒤의 안부를 묻네.

〔문〕명덕(明德)은 마음의 본체이니, 명이라 하고 덕이라 한 것은 모두 의미가 존재합니다. 만약 이것을 '이(理)'라 한다면 천하의 사물에 이가 있지 않음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천하의 사물을 가리켜 명덕이라 하는 것이 가합니까? 만약 이것을 '기(氣)'라 한다면 천하의 사물은 이 기가 아님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천하의 사물을 가리켜 명덕이라 하는 것이 가합니까? 진실로 천하의 사물이 모두 이 명덕이라면 성인께서 하필 사람의 본심을 가리켜 명덕이라 하였습니까?
〔답〕이가 아니고 기가 아니라면 이른바 명덕이라는 것은 또 무슨 물(物)인가? 또한 절반은 기와 관계 되고 절반은 이와 관계 되어 화니대수(和泥帶水)주 58)의 모양과 같은가? 그대의 의론은 매번 이와 같으니, 이것은 견해가 직절(直折)하지 못한 까닭이네. 빨리 마땅히 돌이키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명덕은 단지 이 이가 마음에 얻어진 것인데 그 조리와 절문이 찬연하여 어지럽지 않기 때문에 명덕이라 한 것이네.
〔문〕미발(未發)의 애(愛)는 인(仁)이 이것이고, 이발(已發)의 애는 공(公)이 이것입니다. 이천(伊川)이 말하기를 "인의 도는 요컨대 단지 하나의 '공' 자를 말하기만 하면 되니, 공은 단지 인의 이치인지라, 공을 가지고 문득 인이라 해서는 불가하고, 공평하면서 사람이 체득하기 때문에 인이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으니,주 59) 바로 이 뜻입니까?
〔답〕공 자를 가지고 전적으로 이발(已發)에 소속 시키면 너무 치우친 것이 아니겠는가?
〔문〕사려가 어지러울 때 진망(眞妄)을 변별하여 의근(意根)이 절로 바르게 되도록 하는 것 이것은 건도(乾道)이고, 한 가지 일을 별도로 궁구하는 것은 곤도(坤道)이니, 두 가지의 고하와 천심을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자가 진실로 능히 한 가지 일을 별도로 궁구하는 사이에 종사하여 얻음이 있으면 또한 장차 구별할 만한 진망이 없을 것입니다.
〔답〕만약 이것이 건도라면 곧장 잘라 제거할 뿐이니, 어찌 변별을 사용할 것이 있겠는가? 변별 또한 곤도이네.
주석 55)조백연(趙伯淵)
조내룡(趙來龍)을 말한다. 자는 백연, 본관은 함안(咸安)이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주석 56)설월(雪月)의……처지
찾아가고 싶었지만 만나지 않고 돌아오게 될 입장이었다는 말이다. 진(晉) 나라 때 왕자유(王子猷)가 산음(山陰)에 살았는데, 하루 밤에는 설월(雪月)의 경치를 보다가 홀연히 섬계(剡溪)에 있는 친구 대안도(戴安道)가 그리워서 배를 타고 밤새도록 가서 대안도의 문 앞에 이르러서는 만나보지 않고 돌아왔다. 누가 물으니 그는 답하기를, "흥(興)을 타고 왔다가 흥이 다 되면 돌아가는 것이지 하필 안도를 볼 것이랴."라고 한 고사에서 원용한 말이다. 《晉書 卷80 王徽之列傳》
주석 57)중락(仲洛)
조내룡(趙來龍)의 아우 조내귀(趙來龜)의 자이다.
주석 58)화니대수(和泥帶水)
진흙에 물을 탄 것처럼 선(善),악(惡),시(是),비(非) 등이 뒤섞여 분명히 구별되지 않음을 뜻한다.
주석 59)이천(伊川)이……하였으니
《근사록》 권2에 나온다.
答趙伯淵【來龍】
雪月光景。近非不好。而乘興一棹。溯洄阻隮於山陰止舍之下。悵然遐懷。曷以勝堪。但歲除在近。故人還山之行。想在日間。而可以面穩矣。末知數朔斅學之餘。溫理舊業。培養新知。而有可以不負此行者否。第俟相奉得聞緖餘之萬一耳。仲洛將行。略修數語。追答向日之問。兼詢別後節宣。
明德是心之本體也。曰明曰德。皆有意存焉。若以此謂之理。則天下之物。莫不有理。然則指天下之物而謂之明德可乎。若又謂之氣。則天下之物。莫非是氣。然則指天下之物而謂之明德可乎。苟天下之物。皆是明德。則聖人何必特指人之本心。謂之明德。
非理非氣。則所謂明德者。又是何物。抑半涉於氣。半涉於理。如和泥帶水樣耶。吾友議論。每每如此。此是見不直折之故也。亟宜反之如何。明德只是此理之得於心者。而其條理節文。粲然不亂。故謂之明德。
未發之愛。仁是也。已發之愛。公是也。伊川曰。仁之道。要之只消道一公字。公只是仁之理。不可將公。便喚做仁公而以人體之。故爲仁。卽此意否。
將公字。專屬之已發。不已偏乎。
思慮紛擾。辨別眞妄。使意根自正。此乾道也。別窮一事者。坤道也。二者之高下淺深。於此可見。然學者誠能從事於別窮一事之間而有得焉。則亦將無眞妄之可別。
若是乾道。則直加斷除而已。何用辨別之爲。辨別亦是坤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