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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 윤인부 【상의】에게 답함(答尹仁夫【相義】)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7.0001.TXT.0016
윤인부주 40) 【상의】에게 답함
금오산(金鰲山)주 41)을 바라봄에 일찍이 거룻배도 용납하지 못하는데주 42) 외롭게 소식이 막힘이 이렇게 오래되었단 말인가? 모르겠으나 부모님을 모시는 체후의 절도는 형통하여 더욱 복을 누리며, 남는 힘으로 글을 읽어 새로운 아취가 흘러넘치는가? 의림(義林)은 풍파를 겪은 뒤 쇠잔한 정신을 수습하여 목전의 상황을 버텨낼 계획을 하지만 냉랭하기가 마치 마른 나무, 식은 재와 같아 정경이 가련하네. 모르겠으나 우리 인부(仁夫)는 기력을 부지하여 와서 이 노쇠한 벗으로 하여금 다소 뜻을 만족하게 해 줄 수 있겠는가? 가만히 보건대 인부은 자질이 아름답고 뜻이 두터워 내면으로 향상하니, 항상 아끼고 바라는 마음 실로 적지 않았네. 원하건대 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시는 이 좋은 시절에 맞추어 자신의 평소 큰 계획으로 하여금 미적거리다가 후회하는 데 이르게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네. 그대 증조부 어른주 43)의 실기는 부지런한 뜻을 저버리기 어려워 감히 둔필(鈍筆)을 적시지만 사람은 미천하고 필력은 졸렬하여 도리어 누를 끼침을 면하지 못할까 몹시 염려되니, 송구스런 마음이 그지없네. 그러나 어버이를 드러내는 방도는 몸을 세워 도를 행한다는 '입신행도(立身行道)' 네 글자에 달렸으니, 원컨대 인부는 더욱 힘쓰시게.

〔문〕일용의 사이에 인심(人心)이 도심(道心) 앞에 먼저 발하는 것입니까?
〔답〕선악의 분수는 사람마다 같지 않아, 오로지 도심을 따라 발하는 경우가 있고 오로지 인심을 따라 발하는 경우가 있으며, 도심을 먼저하고 인심을 뒤로하는 경우가 있고 인심을 먼저하고 도심을 뒤로하는 경우가 있으니, 어찌 일괄 인심이 도심 앞에 먼저 발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문〕내면으로 하나의 성(誠) 자를 가지고 보존해 두면 사(邪)가 비록 들어오려고 해도 들어올 수 없습니까?
〔답〕이미 외면에서 하나의 성 자를 잡아 보존해 두는 것이 아니라면 또 어찌 별도로 내면에 하나의 성 자를 잡을 수 있겠는가? 이른바 "용모를 바르게 움직이고 사려를 정돈한다.[動容貌整思慮]"라는 것주 44)은 공부를 착수한 뒤에 하는 것이 이미 십분 명백하네.
〔문〕사람 가운데 경으로써 내면을 바르게 하는 데만 오로지 힘쓰고 외면을 방정하게 하는 데는 힘쓰지 않는 자가 있고, 또 외면은 비록 긍지를 가지지만 내면은 독실함이 드문 자가 있습니다.
〔답〕내면을 바르게 하기를 겉과 같게 하고 외면을 방정하게 하기를 그림자 같이 하면, 어찌 겉은 단정하면서 그림자가 바르지 않는 이치가 있겠는가? 그러나 학자의 병통은 혹 내면에 힘쓰면서 외면에 소략한 경우가 있고, 혹 외면은 자세히 살피면서 내면에 간략한 경우가 있으니, 이것은 모두 마땅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네.
〔문〕학문은 위기(爲己)와 위인(爲人)주 45)의 구분보다 앞서는 것이 없으니, 초학자의 입각 공부는 진실로 이것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답〕위기와 위인 이것은 천리와 인욕이 나누어지는 것이고 학자가 최초 시작할 때 제일로 착수해야 하는 것이네. 그렇지 아니하면 천만 가지 모든 것들이 가죽 없는 털과 밀가루 없는 수제비주 46)일 것이네.
〔문〕정자(程子), 사씨(謝氏), 윤씨(尹氏)가 말한 경(敬)의 차이에 대해 묻습니다.
〔답〕성성(惺惺)주 47)은 마음이 어둡지 않는 것으로 말하였고, 불용일물(不容一物)주 48)은 마음을 수렴하는 것으로 말하였고, 정제엄숙(整齊嚴肅)주 49)은 내외를 겸하여 말한 것이네.
〔문〕사특함이 없다는 '무사(無邪)'와 사특함을 막는다는 '한사(閒邪)'를 두 항목으로 나누어 말하면, 무사는 외물이 접하지 않았을 때이고, 한사는 외물이 막 접할 때입니까?
〔답〕무사는 《시경》에서 나왔고 한사는 《주역》에서 나왔으니, 만약 본문의 문의(文義)로 본다면 무사는 '용(用)'의 측면에서 말한 것이고, 한사는 '체(體)'의 측면에서 말한 것이네.
〔문〕계간(溪澗)의 풀은 먼저 생장의 기운을 받고 산정(山頂)의 나무는 먼저 숙살의 기운을 받는 것은 《복괘(復卦)》의 양이 아래에서 시작하고 《구괘(姤卦)》의 음이 위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까?
〔답〕《구괘》또한 아래에서 시작하니, 어찌 일찍이 위에서 시작하였던가? 초목이 피고 지는 빠름과 늦음은 지세(地勢)와 풍기(風氣)가 그렇게 만든 것일 뿐이네.
주석 40)윤인부(尹仁夫)
윤상의(尹相義, 1872~?)를 말한다. 자는 인부, 호는 오산(鰲山), 본관은 파평(坡平)이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주석 41)금오산(金鰲山)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에 있는 산이다.
주석 42)일찍이……못하는데
가까운 거리여서 쉽게 갈 수 있음을 말한다.《시경》 〈위풍(衛風) 하광(河廣)〉에 "누가 하수가 넓다고 이르는고? 거룻배도 용납할 수 없도다.[誰謂河廣? 曾不容刀.]"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석 43)그대 증조부 어른
윤방형(尹邦衡, 1797~1873)을 말한다. 자는 완여(完汝), 호는 양한당(養閒堂), 본관은 파평(坡平)이다. 《일신재집》권20에〈양한당 윤공 유사장(養閒堂尹公遺事狀)〉이 있다.
주석 44)이른바……것
《심경》역건지구이장(易乾之九二章) 아래 부주(附註) 정이천(程伊川)의 말인데, 여기에 두 가지 토가 있다. 하나는 '동용모에'라는 것이 있고 하나는 '동용모하며'라는 것이 있다. 둘 다 퇴계의 토인데, 한강(寒岡) 정구(鄭逑)는 후자가 뒤에 단 토라고 하였다.
주석 45)위기(爲己)와 위인(爲人)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으로, 자신의 덕성을 닦기 위해 공부하는 것과 남의 인정을 받기 위해 공부하는 것을 이른다. 《논어》 〈헌문(憲問)〉의 "옛날에 배우는 자들은 자신을 위한 학문을 하였는데, 지금에 배우는 자들은 남을 위한 학문을 한다.[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석 46)가죽……수제비
근본적인 요소가 준비되지 않고는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다.
주석 47)성성(惺惺)
마음이 맑게 깨어 있음을 뜻하는데, 사양좌(謝良佐)가 경(敬)에 대해 "항상 마음을 맑게 깨어 있게 하는 것[常惺惺然]"이라고 하였다. 《大學或問 經1章》
주석 48)불용일물(不容一物)
한 가지 일도 마음에 두지 않는 공부를 말하는데, 윤돈(尹焞)은 경(敬)을 "그 마음을 수렴해서 한 가지 일도 마음에 두지 않는 것이다.[其心收斂, 不容一物.]"라고 하였다.《大學或問 經1章》
주석 49)정제엄숙(整齊嚴肅)
몸가짐을 단정하고 엄숙하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정이(程頤)가 경(敬)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大學或問 經1章》
答尹仁夫【相義】
瞻望金鰲。曾不容刀。而煢煢貽阻。乃至此久耶。未審侍省體節。履亨增祉。餘力咿晤。新趣津津否。義林風波之餘。收拾殘魂。爲目前支拄計。而冷冷如枯木死灰。情景可憐。未知吾仁夫扶竪得氣力出來。使此衰頹一友生。得有所多少差强底意否。竊覸仁夫質美意厚。近裏向上。尋常愛仰。實不淺淺。願趁此具慶好時節。使我平生大計。無至因循貽悔。千萬千萬。尊曾王考丈實記。難孤勤意。敢泚鈍筆。而切恐人微筆拙。反不免有所貽累。悚悚。然顯親之道在於立身行道四字。願仁夫勉勉焉。
日用之間。人心先發於道心之前。
善惡分數。人人不同。有專從道心發者。有專從人心發者。有先以道心而後以人心者。有先以人心而後以道心者。豈可槩謂人心先發於道心之前耶。
內而將一箇誠來存着。則邪雖欲入而不能入
旣不是外面捉一箇誠來存着。則又豈別有內面一箇誠可把捉。所謂動容貌整思慮者。其於下功。已是十分明白
人有專務敬以直內。不務方外者。又有外雖矜持。而內鮮篤實者。
直內如表。方外如影。豈有表端而影不正之理。然學者之病。或有務於內而略於外者。或有審於外而簡於內者。此皆正宜矯捄也。
學莫先乎爲己爲人之分。初學立脚功夫。誠不外是。
爲己爲人。此是天理人欲之分。而學者最初發軔第一着也。不然。千般萬般。皆是不皮之毛。無麵之托。
問程子謝氏尹氏言敬之異。
惺惺。以心之不昧言。不容一物。以心之收斂言。整齊嚴肅。兼內外而言。
無邪閒邪。分兩項說。則無邪是外物不接時。閒邪是外物方接時。
無邪出於詩。閑邪出於易。若以本文文義觀之。則無邪是用上說。閑邪是體上說。
溪澗之草。先受生長之氣。山頂之木。先受肅殺之氣。以復之陽始於下。姤之陰始於上故歟。
姤亦始於下。何嘗始於上也。草木之開落早晏。是地勢風氣之使然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