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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 김의백【홍기】에게 답함(答金毅伯【弘基】)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7.0001.TXT.0014
김의백주 32)【홍기】에게 답함
접때 그대 집에 갔으나 서로 어긋나 만나지 못하였더니, 뜻밖에 그대 아우가 내 집에 찾아왔고 또 그대의 편지를 전해주어 펼쳐 읽어봄에 감사하여 완연히 그대 얼굴을 마주한 듯 하였네. 의림(義林)은 오래 병을 앓은 뒤라 후유증으로 파리해 지는 것이 점점 심해지니, 이것은 늙어가는 광경인지라 매번 "의리는 미루어 찾기 어렵고 공부는 중간에 끊어지기 쉬운데, 세월은 물처럼 흘러간다."주 33)라는 말을 외움에 개연(慨然)히 망연자실하지 않은 적이 없네. 생각건대 의백은 이 청양(靑陽)한 좋은 시절에 평생의 큰 사업을 해 내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이것은 실로 우리 유학과 세도(世道)가 박복(剝復)주 34)하고 왕래하는 기괄(機括)주 35)이니, 부디 힘써 노력하시게. 순제(旬題)주 36)는 시속을 따라 응납(應納)하더라도 무엇이 해롭겠는가? 다만 득실(得失)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옳을 것이네. 청한다고……한 것은 그대가 생각하지 못한 것인가? 돌아보건대 이렇게 쇠잔하고 병든 나는 이런 글에 대해 사양하고 짓지 않은 지가 이미 여러 해 되었으니, 비록 억지로 힘써 그대의 두터운 뜻에 부응하려고 해도 거북 등에서 털을 깎는 것과 같은 것주 37)을 어찌하겠는가?
주석 32)김의백(金毅伯)
김홍기(金弘基, 1870~?)를 말한다. 자는 의백, 호는 태곡(台谷), 본관은 진주(晉州)이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주석 33)의리는……흘러간다
《주자대전》 권33 〈여백공에게 답함[答呂伯恭]〉에 나온다.
주석 34)박복(剝復)
성쇠를 뜻한다.《주역》의 〈박괘(剝卦)〉와 〈복괘(復卦)〉를 가리키는데, 〈박괘〉는 음(陰)이 성하여 양(陽)이 쇠한 것을 의미하고, 〈복괘〉는 음이 극에 이르러 다시 양이 회복한 것을 의미한다.
주석 35)기괄(機括)
쇠뇌의 시위를 거는 곳[弩牙]과 화살의 시위를 메우는 부분[箭括]을 말하는데, 곧 사물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뜻한다.
주석 36)순제(旬題)
열흘마다 한 번씩 보이는 시험이다. 순시(旬試)와 같은 말이다.
주석 37)거북……것
거북의 등은 아무리 긁어 봤자 터럭을 얻을 수 없다는 말에서 유래하여 수고만 할 뿐이라는 말이다. 소식(蘇軾)의 〈동파팔수(東坡八首)〉에 "거북의 등에서 터럭을 긁어내어, 어느 때에 털방석을 만든단 말인가.[刮毛龜背上, 何時得成氈?]"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蘇東坡詩集 卷21》
答金毅伯【弘基】
曩到貴軒。交違未穩。謂外令弟臨門。又傳惠幅。披玩感感。完對芝字。義林積病之餘。餘悴轉甚。此是催老光景。每誦義理難推尋。工夫易間斷。而日月如流之語。未嘗不慨然自失也。惟毅伯趁此靑陽好時節。辨得平生大事業。如何如何。此實斯文世道剝復往來之機括也。勉旃勉旃。旬題從俗應納。何妨也。但不爲得失所累則可矣。俯請云云。吾友其未之思耶。顧此殘病餘喘。於此等文字。廢閣已多年雖欲勉强以副厚意。而龜背刮毛何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