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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 조중직에게 답함(答曺仲直)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7.0001.TXT.0009
조중직에게 답함
지난번 김생(金生)이 돌아왔을 때 마침 급한 일로 인하여 답장을 쓰지 못하였습니다. 시일이 오래 지나 인편을 찾을 방도가 없어 그대로 지내느라 매우 편치 않았습니다. 모르겠습니다만, 편지를 보낸 이후로 어버이를 모시며 경서를 읽으면서 지내는 정황이 신명의 도움을 받아 평안하신지요? 영랑(令郞)주 14)의 길례(吉禮)를 잘 치루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복록(福祿)이 이어져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 예는 비록 축하하지 않는 것이나, 구구한 정사(情私)로 축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매번 그대를 보면, 자품(姿禀)이 굳세고 단정하며 행실에 이미 방정함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러한 사람을 얻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제가 외람되이 더불어 노니는 사람의 끄트머리에 있으면서, 만분의 일이나마 충심을 바쳐 그 아름다움을 이룰 수 있기를 생각하니, 그 마음에 어찌 다함이 있겠습니까. 저의 성품이 거칠고 경솔한데다, 더욱 늙고 어두워져 실낱만큼도 서로 도와드릴 것이 없습니다. 매번 그대의 편지를 받을 때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오랫동안 멍하니 있으니 오직 그대는 부디 힘써서 아홉 길의 공이 한 삼태기 모자란 데서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주 15)

【질문】
공자께서 말씀하신, "더불어 말할 수 있는데 말하지 않고, 더불어 말할 수 없는 이와 더불어 말한다."는 말은, 맹자께서 말씀하신, "말할 만하지 않은데도 말하고, 말할 만한데도 말하지 않는다."는 것과 차이가 있는 것입니까?
【대답】
공자께서 말씀하신 것은 사람과 접하는 측면을 이야기한 것이고, 맹자께서 말씀하신 것은 마음의 측면으로 이야기한 것입니다.
【질문】
맹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버이를 모시는 것은 증자(曾子)처럼 해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정자(程子)가 이를 풀이하여 말하기를, "자식 된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자식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것이니 본분에 지나치는 일은 없다."라고 하였는데, '본분에 지나치는 일이 없다【無過分】'는 세 글자가 의문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대개 '할 수 있는 것'이란, 적합한 일을 한다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적합한 일을 하면 이는 곧 본분에 지나치는 것이 아니고, 적합하지 않은 일을 하면 이는 본분에 지나치는 것입니까?
【대답】
이 단락은 깊이 생각해 볼 여지가 있으니, 자식이 어버이를 모심에 있어서 순(舜) 임금과 같은 분이 지극하면서 본분에 지나치는 일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이 임금을 섬김에 있어서는 주공(周公)과 같은 분이 지극하되 본분에 지나치는 일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왕형공(王荊公)은 효로 일컬어졌는데, 그가 말하기를, "주공은 신하가 세울 수 없는 큰 공을 세웠으니, 신하가 쓸 수 없는 예악(禮樂)을 쓸 만하다"라고 하였다. 이를 보면 또한 효를 행함이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질문】
위(衛) 나라 공자(公子)가 집안 살림을 잘한다는 칭찬은 그가 부귀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지나치게 호화롭고 화려하게 하지 않았고, 본분에 맞는 전지(田地)를 지켰음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집안 살림을 잘한다는 것인가요? 그 집에 거하기를 잘하는 것인가요? 처음과 조금, 그리고 부유하게 된 것으로써 살펴보건대, 아마도 집안의 힘이 점차 펴짐이 있음을 말한 것이겠지요. "이만하면 충분히 갖추었고 훌륭하다."'라는 것은 높은 서꺼래의 좋은 저택과 각종 기물에 이르기까지 재력과 지위에 따라 적당히 하고 그만둔 것이니, 아름다움을 다하고자 하지 않은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답】
이번 조목 문답은 《주서(朱書)》에 있는 것이니, 그대의 질문이 아무개와 비슷합니다. 이는 그렇지 않으니, 비로소 조금 부유해졌다는 것은, 것은 집을 짓는데 들인 공역(工役)이 점차 나아간 차례를 가리킨 것입니다. "이만하면 충분히 갖추었고 훌륭하다."라는 것은 건축물의 창문을 만들고 꾸미는데 그런대로 절제하였음을 가리킨 것이니, 모든 기물 등과 같은 것들은 여의(餘意)일 따름입니다.
【질문】
'신명(神明)' 두 글자는 바로 마음의 본체가 밝아 모든 변화의 수응(酬應)하는 오묘함으로 밝고 어둡지 않습니다. 그런데 '신'자는 허령(虛靈)의 '영(靈)'자와는 어떠합니까?
【대답】
'신(神)'자는 비교적 '정(精)'의 뜻을 지녔습니다.
【질문】
《중용(中庸)》에서 말하기를, "【중용의 효능은】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지만, 만물의 본체를 이루는 요소로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결코 빠뜨릴 수 없도다."라고 하였는데,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은 과연 어떻게 형용해야 사물에 체(體)가 되어 존재하는 것입니까.
【대답】
이(理)를 벗어나서는 사물이 없고, 이미 사물이 있으면 체(體)가 되었다는 뜻이니,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질문】
정자(程子)가 말하기를, "성(性)만 논하고 기(氣)를 논하지 않으면 갖추어지지 않고, 기만을 논하고 성을 논하지 않으면 분명하지가 않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자사(子思)가 말한, '천명지성(天命之性)'은 기를 말한 것이 아니고, 맹자가 말한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성을 말하지 않았으니, 이는 모두 분명하지 않고 갖추어지지 않은 것입니까?
【대답】
본원의 측면으로부터 말한 까닭에 성(性)을 말하고 기(氣)를 말하지 않았으나, 기는 일찍이 갖추어지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나의 마음으로 인하여 말한 까닭에 기를 말하되 성을 말하지 않은 것이니, 성은 일찍이 분명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질문】
《맹자(孟子)》 「고자장(吿子章)」의 집주(集註)에서, "성(性)은 형이상이고, 기(氣)는 형이하이다."라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이(理)는 단지 위에서 형상화된 것이라 형이하가 될 수 없으며, 기는 단지 아래에서 형상화된 것이라 형이상이 될 수 없는 것인가요?
【대답】
이(理)는 두루 통하고 기(氣)는 제한되어 있습니다. 정자(程子)는, "이(理)는 전체를 두루 통하고 기(氣)는 편벽되었다."라고 하였고, 주자(朱子)는, "통하는 것을 따라 온전하게 갖추면 형이상이라고 하고, 그 국한된 것을 따라 편벽되면 형이하라고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대개 기가 아니면 이가 어떻게 홀로 위에서 형상화되며, 이가 아니면 기가 어떻게 홀로 아래에서 형상화되겠습니까?
주석 14)영랑(令郞)
남의 자식을 높여 부르는 말로, 영식(令息)이라고도 한다.
주석 15)아홉 길의 …… 어떻겠습니까
《서경》 「여오(旅獒)」에서, "작은 행실을 신중히 하지 않으면 마침내 큰 덕에 누를 끼쳐, 아홉 길의 산을 만들다가 공이 흙 한 삼태기 모자란 데서 무너지는 격이 되리라.【不矜細行, 終累大德, 爲山九仞, 功虧一簣.】"라고 하였다.
答曺仲直
向於金生之迴。適因忽急。未得修謝。繼而日久。覓便無階。尙爾闕如不安多矣。未審信后侍旁經履。神相裕謐。令郞吉禮。聞已利行。源源餘祿。曷其有艾。禮雖不賀。而區區情私不能不爲賀也每覸座右。姿禀勁正。行已有方。求之今日。甚不易得。忝在遊從之末。思欲效萬一之忠而俾有以成其美者。其心豈有窮已哉。自惟滅裂。加以衰昏。無絲毫可以相資者。每承座右書。不覺憮然久之。惟座右勉之勉之。使九仞之功。無爲一簣之虧。如何如何。
孔子所謂可與言。而不與之言。不可與言。而與之言。與孟子所謂未可以言而言。可以言而不言。有分耶。
孔子所謂。是就接人上說。孟子所言。是就心上說。
孟子曰。事親若曾子者。可也。程子釋之曰。子之身所能爲者。皆所當爲。無過分之事。無過分三字。有可疑。蓋能爲者。卽得爲者乎。然則。得爲爲之。是乃無過分。而不得爲爲之。是則有過分耶。
此段有深意在。子之事親若大舜者。可謂至矣。而無過分之事。臣之事君若周公者。可謂至矣。而亦無過分之事也。蓋王荊公以孝稱之者。而其言曰。周公有人臣不能爲之功。則當用人臣不能用之禮樂。觀於此。其爲孝亦可知也。
衛公子善居室之稱。蓋見其生長乎富貴。而不之豪華。能守得本分田地故也。此蓋善其居室乎。善居其室乎以始少富有觀之。似是家力漸次有舒之謂也苟合完美。自禳題堂高之類。及至多般器用等物。隨力稱可而止。不欲盡其美也。如何。
此條問答。朱書有之。子之問有若某矣。此其不然。始少富有。指其築室工役。漸就之序也。苟合完美。指其室堂窓牖。經紀修雕。苟可之節也。如凡器物等此乃餘意耳
神明二字。是此心本體之明。而酬應萬變之妙。明卽不昧。而神字與虛靈之靈字。何如。
神字。較有些子精底意。
中庸曰。視之而不見。聽之而不聞。體物而不可遺。旣曰不見不聞。則果何名狀。而體於物歟。
理外無物。旣有物。則所以體之之義。可見。
程子曰。論性不論氣。不備。論氣不論性。不明。然則。子思言天命之性。不言氣。孟子言浩然之氣。不言性。此皆不明不備歟。
自本源上說去。故言性不言氣。而氣未嘗不備也。因吾心上說來。故言氣不言性。而性未嘗不明也。
吿子章集註曰。性形而上者也。氣形而下者也。然則理只形於上。而不能形下。氣只形於下。而不能形上歟。
理通而氣局。程子言理全而氣偏。朱子以爲從其通且全者。而謂之形上。從其局且偏者。而謂之形下也。蓋非氣理。何以獨形於上。非理氣。何以獨形於下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