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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 권군오【재규】에게 답함(答權君五【載奎】)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7.0001.TXT.0001
권군오【재규】에게 답함
영남과 호남이 멀리 떨어져 막히고 어긋난 지 오래이던 차에 중간에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었으나, 인편이 없어 답을 하지 못하였으니, 구구한 마음의 서글픔과 답답함이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 겨울이 깊어지는데 경체(經體)주 1)는 건강하신지요. 널리 우러러 못내 그립습니다. 의림(義林)은 날로 쇠함이 심해져서 죽을 날이 멀지 않게 되었으니, 이는 곧 자연의 섭리입니다. 오직 옛 업과 묵은 뜻을 생각하면, 백 가지 가운데 하나도 이룬 것이 없고, 평생 지구(知舊)와 유종(遊從)하던 자들의 뜻을 저버린 것이 많으니, 부끄러워한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이전에 애장(艾丈 정재규(鄭載圭))의 편지에서, "어진 그대는 두문불출하고 독실하게 공부하였는데, 바야흐로 진보가 그치지 않았다.……"라고 하였습니다. 비록 세색(歲色)을 헤아리기 어려운 시절이지만, 사문(斯文)의 입장에서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주 2) 매번 생각하기를, 남주(南洲) 조장(趙丈 조성주(趙性宙)께서 그대를 칭찬하며, "사람이 그 옥과 같은 것이 아니라, 옥이 그 사람과 같다."라고 하셨는데, 그 딱 맞는 비유에 매우 감탄하였습니다. 한스러운 것은 갈고닦는 학문의 자리에서 만나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옛날 그대와 애산(艾山)과 함께 신안(新安)에서 모여 셋이 솥의 발처럼 둘러앉아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대는 "주재(主宰)하는 것은 마음이고, 주재되는 것은 본성입니다.……"라고 하였는데, 《주자서(朱子書)》에 있는 글이라 하였습니다. 저는 돌아와서 《주자서》를 살펴보니, 그러한 말은 찾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한 쪽의 사람들은 마음의 영(靈)이 주재(主宰)한다고 하고, 다른 한쪽 사람들은 마음의 이치가 주재(主宰)한다고 하면서, 서로 언쟁하며 서로를 능히 받아들임이 없으니, 오직 그대가 말한 바 한 구절의 말이 가장 두루 정밀하여, 양쪽의 설을 단안(斷案)주 3)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말을 보고 양쪽에 주재(主宰)가 있다고 여기는데, 대개 그 뜻이 전적으로 심(心)의 이(理)가 주재라고 인식한 까닭입니다. 대개 지금 주기(主氣)의 설은 진실로 말하기에도 부족합니다. 주기(主氣)의 잘못됨을 보고 바로잡고자 하는 자는 또한 지나치게 곧게 하려는 폐해가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멀리 떨어져 상세하게 말하지 못합니다. 다만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절실할 따름입니다. 그대가 외웠던 한 구절이 과연 주자(朱子)의 말씀입니까? 혹시 다른 선덕(先德)의 말씀입니까? 이 구절의 출처와 맥락에 대해 수고로움을 잊고 편지 한 통에 적어 부쳐 보여주시면 어떻겠습니까? 간절히 바랍니다. 만나 뵐 날이 아득하니 편지를 마주하여 슬픔이 더합니다.
주석 1)경체(經體)
경서를 읽는 상대방을 가리키는 말이다.
주석 2)끊이지 않고 …… 것입니다
원문은 '불식(不食)'인데 이 말은, 《주역(周易)》 〈박괘(剝卦) 상구(上九)〉에서, "큰 과일은 먹히지 않는다.【碩果不食.】"라는 말에서 나왔다. 이는 다섯 개의 효(爻)가 모두 음(陰)인 상태에서 맨 위의 효 하나만 양(陽)인 것을 석과(碩果)로 비유한 것으로, 하나 남은 양의 기운이 외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는 뜻이다.
주석 3)단안(斷案)
원래는 옥사(獄事)의 판결(判決)에 관한 문서를 가리키는데, 이처럼 옳고 그름을 딱 잘라서 판단하는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答權君五【載奎】
嶺湖涯角。阻違許久。中間承惠函一度。而乏便稽謝。區區悵菀。有何可旣。未審冬令垂深。經體衛重。溯仰無任。義林衰頹日甚。去死不遠。此固理也。而惟是舊業宿志。百無一就。而以負平生知舊遊從之意者。多矣。愧恨何及。向得艾丈書。以爲賢者杜門篤學。方進未已云。雖在歲色叵測之日。而以爲斯文之地者。可謂不食矣。每念南洲趙丈稱道賢。以爲不是人如其玉。乃是玉如其人之語。而切歎其比擬稱停。恨不得源源於切磋之末也。昔年與賢及艾山會於新安。而鼎坐夜話也。賢以爲主宰者心。主宰底性云云。而謂在於朱子書。愚退而考諸朱書。姑未見其語矣。今一邊之人。以心之靈爲主宰。一邊之人以心之理爲主宰。互相齗齗。莫能相入。而惟賢所言一句語。最爲周遍精切。可以爲兩說之斷案也。或者見此語。以爲有兩主宰。蓋其意專認心之理爲主宰故也。蓋今之主氣之說。固不足言。見主氣之非。而欲矯之者。又不無過直之敝。未知賢者以爲何如。遠莫詳焉。徒切紆菀耳。未知賢所誦一句語。果是朱子語耶。或是他先德語耶。此句出處首尾。忘勞書寫一通。以付示之如何。切望切望。奉際茫然。臨紙增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