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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홍사증에게 답함(答洪士拯)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43
홍사증에게 답함
지난 편지에 인편이 없어 답장을 보내지 못하였습니다. 풍영정(風詠亭)주 109)에서의 만남 역시 갑자기 취소되어 회포를 풀지도 못하였습니다. 편지에 있는 차문(箚問)의 뜻을 그 뒤에 생각해보니 슬픔과 서운한 마음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알지 못하겠습니다마는, 어버이를 모시며 경서를 공부하는 정황은 연이어 편안하신지요? 그리운 마음이 깊어집니다. 의림(義林)은 옛날부터 좋지 못한 재주뿐인데, 어찌 번거롭게 이끌어주시는지요. 《신안기행록(新安紀行錄)》 근래 비로소 읽어보니 완연히 몸이 방장산(方丈山)과 백운산(白雲山)에 있으면서 문장과 술 사이를 노닌 듯하였습니다. 말의 배치와 취사 선택, 그리고 묘사가 어찌 이러한 경지에 이를 수 있겠습니까. 내 벗의 문사(文詞)에 대한 공력이 근년에 더욱 발전하였으니 또한 기뻐할 만합니다. 바라건대 더욱 힘을 쓰고 더욱 정밀하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잇몸이 드러나게 웃지 않으며 활개를 치면서 걷지 않되【矧翔】주 110)은 【부모의 병이 나으면】 예전처럼 회복한다.……"라고 하였는데, 그 걱정으로 인하여 일상적인 것을 변경시키고 병이 회복하면 예전처럼 돌아가는 것을 특별히 말한 것일 뿐이니 다른 것은 족히 변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병이 들어도 감히 효를 잊지 못함이 이와 같으니 어떻게 병이 나았다고 갑자기 그 효를 잊어버려서 마음대로 방탕하게 술을 마시는 데 이를 수 있겠습니까? 또한 잇몸이 드러나게 웃어 모습이 변하는 것을 꾸짖은 것이지 본래 마음대로 방탕하게 술을 마시는 것을 이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 거처하던 모습을 생각하고, 그 담소하던 모습을 생각한다.……"주 111)라고 하였는데 비록 일찍이 부모를 여의어 봉양하지 못한 사람은 그 슬픔과 그리움이 분명 다른 사람보다 곱절일 것입니다. 어찌 그 모습과 웃고 말씀하시던 것을 보지 못하였다고 해서 살아계실 때의 모습과 방불(髣髴)함이 없겠습니까? 시조(始祖)와 초조(初祖)의 제사는 체제(禘祭)와 협제(祫祭)로 하니 어찌 일찍이 그 음성과 용모를 볼 수 있었겠습니까? 다시 상세히 살펴야 합니다.
주석 109)풍영정(風詠亭)
광주의 선창산과 극락강이 마주치는 강변에 있는 정자이다. 김언거(金彦琚)가 지은 것으로, 그는 이곳에서 김인후, 이황, 기대승 등과 교유를 나누었다.
주석 110)잇몸이 드러나게 웃지 않으며 활개를 치면서 걷지 않되【矧翔】
《소학(小學)》에 나오는 말로, 부모가 병중일 때 몸가짐의 도리를 가리키는데, "잇몸이 드러나게 웃지 않으며, 활개를 치면서 걷지 않는다.【笑不至矧, 行不翔.】"라고 하였다.
주석 111)그 거처하던 …… 모습을 생각한다
《예기》 〈제의(祭義)〉에 나오는 말로, "그 거처하던 모습을 생각하고, 그 담소하던 모습을 생각하고, 그 뜻하던 바를 생각하고, 그 좋아하던 바를 생각하고, 그 즐기던 바를 생각한다.【思其居處, 思其笑語, 思其志意, 思其所樂, 思其所耆.】"라고 하였다.
答洪士拯
向書無便稽謝。而詠亭之遇。亦坐忽撓未敍。書中箚問之意。追後思之。不勝悵缺。未審侍中經履。連衛錦安。懸溯罙至。義林昔時伎倆而已。有何煩提。新安紀行錄。近始讀之。完然身在方丈白雲文酒遊歷之間也。其措辭去就。何其模寫至此也。吾友文詞之工。近年進進。亦可喜也。願益加勉力。精之又精如何。矧翔復故云云。特言其致憂變常。與夫疾止復故之義而已。他無足辨也。且以有疾而不敢忘孝如此。則豈以疾止而遽忘其孝。以至於任情縱酒者乎。又詈矧變貌。本非任情縱酒之謂也。思其居處。思其笑語云云。雖早而孤露。未及逮事者。其哀慕感想。必有倍於他人矣。豈以未見其音容笑語。而無髣髴如在之儀乎。始祖初祖之祭。若褅若祫。何嘗逮見其音容乎。更詳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