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홍사증에게 답함(答洪士拯)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42
홍사증에게 답함
한 통의 편지에 위로와 감동이 얼마나 큰지 모르겠습니다. 이어 어버이께서 병환이 들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것은 오래 묵은 증세인지요? 아니면 별도로 생긴 병환인지요? 성효(誠孝)가 지극하니 신명(神明)이 도우셔서 병환이 낫는 경사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이에 시탕(侍湯)하는 여가에 예전에 배우 학업을 다시 익히기를 바라니, 아마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는 않을 듯합니다. 형제(兄弟)와 숙질(叔侄)이 책상을 마주하여 강습하는 즐거움주 104)은 어떠한지요? 보내온 편지에서는, "끊어지기는 쉬우나 잇기는 어렵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모두 근심하는 예증(例證)입니다. 공자(孔子) 문하(門下)의 여러 선생님도 오히려, "한 달에 한 번 인(仁)에 이르렀다."주 105)고 하였는데 하물며 우리에게 있어서는 어떠하겠습니까? 다만 마땅히 이것에 대하여 용맹하게 정채(精彩)를 발하도록 노력하여 이어질 때는 많게 하고 끊어질 때는 적게 하되, 많은 것은 더욱 많아지게 하고 적은 것은 더욱 적어지게 하여 타성일편(打成一片)주 106)한다면 안자(顔子)가 석 달 동안 인(仁)을 어기지 않은 경지에도 거의 가까워질 것이니 어떠하겠습니까? 의림(義林)은 깨진 항아리와 같아 쌓이기가 어렵고 찢어진 북처럼 울리지 않으나 다만 묵묵하게 세월을 보내며 갑작스레 죽을 날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이러한 정경(情景)을 생각하면 어찌 슬프고 한탄스럽지 않겠습니까? 우리 벗이 전철로 삼을 경계가 여기에 있으니, 오직 제때에 미쳐 힘쓰고 힘쓰기를 바랍니다. 앞서 선생님의 시호를 내려주는 은전주 107)이 다음 달로 정해졌는데 이미 들으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집을 판각하는 일은 영남에서부터 통문(通文)을 보낸 지 이미 한 달이 되었습니다. 그 뒤에 장성(長城)의 회소(會所)에서 다시 통문이 이어져서 여러 읍에 돌았고 저희 고향에는 두 차례 글이 도착하였기에 일찍 귀하에게 전하려고 하다가 미처 하지 못하였습니다.
《중용(中庸)》의 「귀신장(鬼神章)」에서 '사(使)'라는 글자는주 108) 바로 귀신에게 부림을 받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이(理)의 묘처(妙處)입니다. 게으름은 마음을 두지 않아 생겨나는 병통이고, 어지러움은 마음을 두어 생겨나는 병통이니 이 말이 아마 마땅할 것입니다. 물러난 뒤에 자주 돌아보는 것은 두루 성찰한다는 뜻이고, 손님이 물러갈 때 뒤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은 손님의 예(禮)로써 예의에 맞는 태도【容儀】의 법칙이기 때문입니다.
주석 104)강습하는 즐거움
원문은 '이택(麗澤)'으로, 붕우(朋友)가 함께 학문을 강습하여 서로 이익을 주는 것을 뜻한다. 《주역(周易)》 「태괘(兌卦)」에 "두 못이 연결되어 있는 형상이 태(兌)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붕우 간에 강습한다."라고 하였다.
주석 105)한 달에 한번 인에 이르렀다
《논어》 〈옹야(雍也)〉에서, "안회(顔回)는 그 마음가짐이 석 달 동안 인(仁)의 도리를 어기지 않는다. 그 밖의 사람들은 하루나 한 달에 한 번쯤 인의 경지에 이를 뿐이다.【回也, 其心三月不違仁, 其餘則日月至焉而已矣.】"라는 부분을 인용한 것이다.
주석 106)타성일편(打成一片)
불교(佛敎)의 용어로, 피아(彼我), 주객(主客), 선악(善惡), 호오(好惡) 등 모든 상대적 대립 관념을 타파하여 차별이 없는 평등의 세계로 조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주석 107)시호를 내려주는 은전
원문은 '역명지전(易名之典)'으로, 시호(諡號)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시호는 정2품 이상을 지낸 인물의 사후(死後)에 생존 시의 행적을 바탕으로 하여 국왕으로부터 받게 된다.
주석 108)사(使)란 글자는
《중용장구》 제16장으로, '사(使)'라는 글자는 다음 문장에 나온다.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재계하여 깨끗이 하고 성대하게 차려 입게 하여 제사(祭祀)를 받들게 한다.【使天下之人, 齊明盛服, 以承祭祀.】"
答洪士拯
一書何等慰感。仍審堂候違和。此是宿證耶。抑別有所愼耶。誠孝之至。神明扶佑。而天和之慶。必有其日。以是祈祝侍湯之餘。溫理一着。想不歇后。兄弟叔侄。聯床麗澤。其樂何如。來諭易間斷而難接續。此是通患例證。在孔門諸子。猶云日月至焉。況吾輩乎。只當於此。猛着精彩。使接續時多。間斷時少。至於多之又多。少之又少。而打成一片焉。則顔子之不違。庶乎幾矣。如何如何。義林敝甕難儲。敗鼓不響只得隱忍捱過。以俟溘然而已。撫念情景。寧不悲歎。吾友前車之戒。有在於此。惟及時勉勉。先先生易名之典。定在來月。想已聞之耶。文集鋟板事。自嶺中發通。已有月矣。其後長城會所。又有繼通。輪於列邑。而吾鄕所到二度文。早欲傳去貴中。姑未之耳。
鬼神章使字。是鬼神使之。此便是理之妙處。昏惰爲無心之病。紛撓爲有心之病。此說恐當。退時頻顧。是周旋省察之意也。賓退不顧。是賓禮容儀之則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