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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홍사증에게 답함(答洪士拯)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41
홍사증에게 답함
편지에 답하지 못한지 또한 며칠이 지났으니, 늘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어버이 곁에서 모시는 상황은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 정(貞)이라는 시호(諡號)는, "남은 힘이 있으면 학문을 연구하고 분비(憤悱)한다."주 102)는 뜻입니다. 의심스럽고 답답한 말이 끊임없이 편지에 가득하니 아끼고 우러러 보는 마음은 더욱 보통의 편지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이른바, "말하기는 쉽지만 그 실상을 보기는 어렵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비유입니다. 대저 한 가지 일을 함양하는 것이 공부의 본령(本領)이니 반드시 착실하게 체득하고 깨달아야 합니다. 참된 것이 쌓이고 힘을 오래 쏟은 후에야 볼 수 있으니 어찌 안배하고 배치하는 것을 하여 생각하고 바랄 수 있겠습니까? 마치 천여 장(丈)의 혼탁한 물이 어찌 그 중간에 한 한기만 홀로 맑을 이치가 있겠으며, 사면이 암흑같이 어두운 상황에서 어찌 중간에 한점만 밝을 이치가 있겠습니까? 설혹 그러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또한 이포새(伊蒲塞)주 103)가 눈을 부릅뜨며 만들어내는 술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덕이 있는 자는 외롭지 않다고 하니, 반드시 그 의리를 궁구하여 연구하여 항상 마음속에 침잠하여 스며드는 것이 있으면 또한 날마다 실천하는 사이에 성실함을 기르고 참된 것이 쌓여서 선한 힘이 점차 채워지고 자라날 것입니다. 이른바 미발(未發)의 경지로 쉽게 힘이 되어 밝고 깨끗하며 순수하고 단단해질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평소에 구구하여 아직 나아가지 못한 경지이니, 이번의 나의 벗이 질문한 것에 대해 가만히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괴로움을 안고 일찍이 겪어온 모습이 이와 같으니 부디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주석 102)분비(憤悱)한다
몰라서 분하게 여기고 표현을 못해서 답답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논어》 〈술이(述而)〉에 나오는 구절이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학자가 몰라서 분하게 여기지 않으면 나는 알려 주지 않고, 표현을 못하여 답답하게 여기지 않으면 내가 틔워 주지를 않는다.【不憤不啓, 不悱不發.】"
주석 103)이포새(伊蒲塞)
범어(梵語) '우바새(優婆塞 ; Upāsaka)'의 이역(異譯)으로, 속세에 있으면서 오계(五戒)를 받은 남자 불교도를 뜻하며, 불교를 믿는 남자의 총칭으로도 쓰인다. 여기에서는 사술을 부리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묘사된다.
答洪士拯
承書未復。又幾日矣。每庸耿耿。未審侍傍節宣貞謚。餘力鑽硏。而憤悱之意。疑鬱之辭。娓娓盈幅。愛仰之私。尤非尋常書尺之比。所謂言之甚易。見之實難者。眞善喩也。大抵涵養一事。是功夫本領。必着實體認。眞積力久而後。可以見之。豈希望懸想安排布置之爲哉。如千丈渾濁之水。豈有中間一條獨淸之理。四面黑窣之地。豈有中間一點獨明之理。設或有之。亦不過伊蒲塞撑眉努眼之術也。其德其不孤矣乎。必須窮硏義理。常常浸灌胸次。又於日用踐履之際。養誠積眞。使善力漸次充長。則所謂未發之地者。易以爲力。而明淨純固矣。此是愚者平日區區未就之地。而今於吾友之問。竊有同病之憐。故玆布其辛苦嘗試之狀如此。惟諒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