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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홍사증【승환】에게 답함(答洪士拯【承渙】)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39
홍사증【승환】에게 답함
보내주신 편지에서는 단지 공부하는 과정에서의 득실을 예전처럼 면려하여주셨고, 부모와 어른을 섬기는 도로 책망하는 것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예전에 서로 경계하여주던 뜻을 생각해보면, 과연 이러한 것이 있습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실질에 힘쓰자는 뜻을 더욱 우러러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학문과 효제(孝弟)는 본디 두 가지의 일이 아니니 존심(存心)은 효제(孝弟)를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며, 치지(致知)는 효제의 이치를 이해야 하기 때문이고, 역행(力行)은 효제의 실질을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하(子夏)가 이른바, "배우기를 널리 하고 뜻을 독실히 하며, 절실하게 묻고 가까이 자신에게 있는 것부터 생각하면 인(仁)은 그 가운데 있다."주 100)는 뜻과 같습니다. 어찌 노새를 타고 있으면서 노새를 찾겠습니까? 또 이르기를, "마음 속이 어지러우면 이치를 끝까지 따지지 못하여, 정심(正心)이 격치(格致)의 앞에 있다는 것도 의심하기에 이른다."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곧 그 이전에 거경(居敬)의 과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옛 사람이 사람을 가르칠 때는 먼저 《소학(小學)》 가운데에서 함양하고 수렴하여 잡스럽고 어지러운 마음을 제거한 이후에, 《대학(大學)》에 나아가 이 세상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는 것은 이를 일컫는 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앞의 편지에서 조용히 앉아 있기를 권하였던 것은 또한 이러한 뜻이었습니다. 주경(主敬)이 아니라면 치지(致知)를 할 수가 없으며 지지(知至)와 의성(意誠)이 아니라면 마음과 몸 역시 바르게 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대학(大學)》의 차례이니 속일 수 없는 것입니다. 살아 계실 때에 혼정신성(昏定晨省)주 101)하지 않고 돌아가시면 밤낮으로 곡하는 자는 비록 거짓된 것 같으나 돌아가시기 전에도 실수하고 돌아가신 뒤에 끝내 헤매는 것은 불가합니다.
주석 100)학문을 …… 그 가운데 있다
《논어(論語)》 「자장(子張)」에 나오는 말이다.
주석 101)혼정신성(昏定晨省)
저녁에는 잠자리를 정해 드리고 아침에는 문안을 드리며 보살핀다는 뜻이다. 《예기(禮記)》 〈곡례 상(曲禮上)〉에, "자식이 된 자는 어버이에 대해서,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 드리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해 드려야 하며, 저녁에는 잠자리를 보살펴 드리고 아침에는 문안 인사를 올려야 한다.【冬溫而夏凊, 昏定而晨省.】"라고 하였다.
答洪士拯【承渙】
示喩只以功程得失。從前勉勵。而未聞以事親事長之道。責之。追念前日相規之意。果有是矣。其內省務實之意。尤可仰認。然學問孝弟。本非兩件物事。存心所以爲孝弟之地也。致知所以解孝弟之理也。力行所以踐孝弟之實也。如子夏所謂博學篤志。切問近思。仁在其中之意也。何其騎驢覓驢乃爾耶。又云。胸次撓亂。不能窮理。而至疑正心之不在格致之先。此則從前無居敬之功故也。古人敎人先有以卽夫小學之中。涵養收斂。以去夫雜亂之心而後。卽夫大學。以窮其天下事物之理者。非謂是耶。愚於前書。勸之以靜坐者。亦此意也。非主敬。不能致知。非知至意誠。則心體亦不可得以正。此大學之序。不可誣矣。生不定省。而死爲朝夕哭者。雖似矯僞。然不可以失於前。而又終迷於後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