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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김자성에게 답함(答金子惺)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36
김자성에게 답함
지난 편지는 인편이 없어 답하지 못하였는데, 뜻밖에 또다시 보내준 안부 편지를 받았으니 받은 감동을 말로 다 하기 어렵습니다. 삼동(三冬)이라 공부하여 얻은 것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그 실마리를 물어볼 길이 없으니 이것이 답답할 뿐입니다. 대저 그대는 타고난 자품(資品)을 확실하여 재능과 품성을 깨달음이 종종 서로 넘어서서 매번 진보함이 있고 물러남이 없었으니 속으로 기쁘고 다행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우리 문인 중에서 젊은 한 무리의 사람들로 뜻을 부칠 수 있는 이는 일찍이 이 사람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일상의 절도(節度)에 있어 친절하고 용이하게 해야 할 지점에서 만약 조금이라도 다잡지 않고 범범하게 한다면 일을 해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만약 이 외에 묘한 해답을 별도로 구한다면 또한 아득할 뿐이고 의거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주자(朱子)가 어떤 이에게 보낸 편지에서, "또한 마땅히 일상생활 속에서 하학(下學)의 공부를 지극히 하고 독서하고 이치를 따지는 것은 과정을 세세하게 세워서 번거로움을 이겨내며 착실하게 하되 빠르게 이해하기를 구하지 않아야 한다. 보존하고 지키면서 때와 장소에 따라 성찰하고 깨달음을 얻을 것이니 가까운 공을 계획하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계속 축적하여 3~5년 동안 공부한다면 자연스럽게 심의(心意)가 점점 순조로워지고 근본이 대략 서게 되어 근거할 만한 곳이 있게 될 것이다. "주 92)라고 하였습니다. 알지 못하겠습니다마는 일찍이 이러한 말을 보셨는지요? 이는 초학자에게 있어서 실로 통행할 법칙이라 할 수 있으니 지금 그대를 위한 모의로 이보다 나은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이니 어떠한지요? 자그마한 견해로는 일을 이루지 못하고, 오직 독실하게 담당하고 중간에 끊어지지 않도록 하여야만 도(道)에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의림(義林)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일전에 과연 손자 하나를 얻었는데, 일찍이 만년에 조금은 마음 붙일 만한 곳을 얻었으니 큰 위로가 됩니다.
무극(無極)이면서 태극(太極)이라는 것은, 다만 지극히 없으면서 지극히 있는 것이고, 지극히 비어있으면서 지극히 채워져 있다는 뜻입니다.
어찌 태극(太極)과 음양(陰陽)이 서로 표리(表裏)가 된다는 이치가 있겠습니까. 만약 그 경계로 말한다면 형이상(形而上)과 형이하(形而下)로 말하는 것이 옳습니다. 천주(天主)가 물(物)을 나게 하고, 지주(地主)는 물(物)을 완성시키며, 인주(人主)는 물(物)에 반응합니다. 그러므로 음양(陰陽)과 강유(剛柔)와 인의(仁義)의 구별이 있게 됩니다.
보통 사람의 마음은 어둡지 않으면 혼란스럽고, 대략 사물을 접하지 않으면 미발(未發)한다고 개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또한 우연히 순후(淳厚)한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만물(萬物)이 아직 생성되지 않았을 때 한 줄기 양(陽)의 첫 움직임을 가장 볼 만한 단서(端緖)는 이 밖에 것을 이르는 것이 아니니 생물지심(生物之心)주 93)이 아닙니다.

【질문】
아직 응하지 못함과 이미 응한 것을 선후(先後)로 보지 않고 체용(體用)으로 보는 것은 어떠한지요?
【대답】
아직 응하지 못함과 이미 응한 것은 진실로 하나는 체(體)이고 하나는 용(用)입니다. 그러나 모름지기 체와 용은 근원이 하나라는 뜻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질문】
기발(旣發)은 정(情)이라고 이를 만합니다.
【대답】
기발(旣發)한 것은 정(情)인데 또한 심(心)이라 이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성(性)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미발(未發)한 것은 성(性)인데 또한 심(心)이라 이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정(情)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마음이 성(性)과 정(情)을 총괄하기 때문입니다.
【질문】
횡거(橫渠) 선생이 말하기를, "떠돌아다니는 기운이 어지러이 뒤섞이며 합쳐져 형질(形質)을 이루는데, 이것이 만 가지로 다른 인과 물을 생성되게 한다."주 94)라고 하였습니다. 천지 사이에는 음양(陰陽)의 기(氣)가 아님이 없으니 떠돌아다니는 기운은 어떤 기입니까?
【대답】
봄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더우며, 가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 추운 것이 바로 음양(陰陽)의 양단(兩端)이며, 천지(天地)의 원기(元氣)입니다. 온갖 만물이 계속하여 생겨나니 이것이 천지의 떠돌아다니는 기운입니다.
【질문】
'정성(定性)'은 《대학(大學)》에서, "그칠 곳을 안 뒤에 정한다."라고 하였으니 '정(定)'이라는 글자는 어떠한 것입니까?
【대답】
《대학(大學)》에서의 '정(定)'이란 지(知)의 측면에서 말한 것이고, '정성(定性)'은 행(行)의 측면에서 말한 것이니 그 얕고 깊음이 같지 않습니다.
【질문】
대인(大人)은 비록 말에 신용이 없고 행동이 과감하지 않더라도 학문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찌 말의 신용과 행동의 과감성을 얻지 않겠습니까?
【대답】
의(義)를 위주로 삼는다면 말의 신용과 행동의 과감성이 그 가운데 있습니다.
【질문】
적자(赤子)의 마음은 미발(未發)하여도 진실로 맞아떨어지는 것입니까?
【대답】
적자(赤子)의 마음은 순일(純一)함과 무위(無僞)함을 취할 뿐이니 맞아 떨어지는 것의 여부는 진실로 논하기에 부족합니다.
【질문】
"천하에서 성(性)이라고 말하는 것은 발현된 현상을 유추한 것일 뿐이다."주 95) 발현된 현상이란 이미 그렇게 된 자취이니, 어찌 기(氣)가 아니라고 이르겠습니까?
【대답】
물(物)은 이(理)가 운행하는 손이나 다리와 같습니다. 물(物)이 그렇게 된 이유는 바로 이(理)가 그렇게 된 이유와 같으니 어진 이의 뜻을 살펴보고 억지로 끼워 맞추는 뜻이 있는 듯하다면 당시 선비들의 구기(口氣)를 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질문】
공자(孔子)께서, "잡으면 보존되고 놓으면 잃어버린다.……"주 96)라고 하셨습니다.
【대답】
구하는 것과 잡는 것은 엄연(儼然)하고 숙연(肅然)하여 둘도 아니고 셋도 아닌 시절이니 공부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주석 92)또한 마땅히 …… 있게 될 것이다
이 부분은 《근사록(近思錄)》 25장 〈교학(敎學)〉에 나오는데, 주자가 손인보(孫仁甫)에게 답한 편지를 인용한 것이다.
주석 93)생물지심(生物之心)
만물을 낳아 기르는 마음을 가리킨다.
주석 94)떠돌아다니는 …… 생성되게 한다
《정몽(正蒙)》 〈태화(太和)〉에 나오는 구절이다. 《근사록(近思錄)》 〈도체(道體)〉에도 소개되어 있다.
주석 95)천하에서 …… 것일 뿐이다
《맹자(孟子)》 〈이루 하(離婁下)〉에 나오는 구절이다.
주석 96)잡으면 보존되고 놓으면 잃어버린다
《맹자(孟子)》 〈고자 상(告子上)〉에 나오는 구절로, 전문은 다음과 같다. "잡으면 보존되고 놓으면 잃어서, 나가고 들어옴이 일정한 때가 없으며 그 방향을 알 수 없는 것은 오직 사람의 마음을 두고 말한 것이다.【操則存, 舍則亡, 出入無時, 莫知其鄕, 惟心之謂與.】"
答金子惺
向書無便未復。謂外復承委存。感感難喩。三冬所得。想必不少。而無由叩其緖餘。是所紆鬱。大抵左右天姿確實。才性開悟。種種相過。每見其有進而無退。私竊喜幸。以爲吾黨少年一隊人。可以寄意者。未嘗非此人也。然其日用節度親切近易處。如或有小小悠泛。則足以害事。若外此而別求妙解。則又浩浩茫茫。無依據矣。朱子與人書曰。且當就日用間。致其下學之工。讀書窮理。則小立課程。耐煩着實。而勿求速解。操存持守則隨時隨處。收斂省覺而無計近功。如是積累。做得三五年功夫。自然心意漸馴。根本粗立。而有可據之地。未知曾見此語否。此在初學。實爲通行之典。而今爲左右謀。亦恐無過於此矣。如何。小小見解。不濟事。惟篤實擔當。無所間斷者。可與適道也。義林勞劣。姑遣。日前果得一孫。未嘗不是晩景一副寄懷處。慰慰。
無極而太極。只至無而至有。至虛而至實之義。
豈有太極陰陽互爲表裏之理。若言其界至。則說形而上下可矣。天主生物。地主成物。人主應物。故有陰陽剛柔仁義之別。
常人之心。不昏則亂。不可槪以不接物爲未發也。然亦不無偶然回淳底時節。
萬物未生。一陽初動。最是可見之端。非謂此外。非生物之心也。
未應已應。不是先後看。而以體用看。如何。
未應已應。固是一體一用。然須知體用一源之義。
旣發則可謂之情云云。
旣發情也。而亦可謂之心。但不可謂之性未發性也而亦可謂之心。但不可謂之情。心統性情故也。
橫渠先生曰。遊氣紛擾。合而成質。生人物之萬殊。蓋天地之間。莫非陰陽之氣。而遊氣者。是何氣也。
春溫夏熱秋涼冬寒。是陰陽兩端。天地之元氣也。品物庶類。化化生生。天地之遊氣也。
定性。與大學知止后有定定字。如何。
大學之定。是知上說。定性之定。是行上說。淺深不同。
大人雖不信果。而在學者。豈不由於信果。
所主者義。則信果在其中。
赤子之心。其未發則固是中也。
赤子之心。取其純一無僞而已。中不中固不足論。
天下言性也。則故而已矣。故是已然之跡。則豈非氣乎云云。
物是理之運行乎脚也。物之所已然。是理之所已然。觀賢意。似有牽强底意。不免於時儒口氣。
孔子曰。操則存。捨則亡云云。
求與操。是儼然肅然。不二不三時節。功夫要處。正在於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