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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김자성【기경】에게 답함(答金子惺【箕敬】)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35
김자성【기경】에게 답함
전일에 그대 아버님께서 찾아와서 감사하는 마음이 무척 큽니다. 돌아가는 길은 평안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편지지에 가득한 긴 이야기는 간절한 질문이 아닌 것이 없으니 어떠한 감격이 이와 같겠습니까. 보내주신 편지에서 "사사로움을 따른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모두 뜻을 세우지 못한 병통입니다. 진실로, "순(舜) 임금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주 90)와 같이 비상한 큰 뜻을 세워서 분발하고 격려하여, 천 명이나 만 명의 장부도 꺾을 수 없는 뜻을 둔다면 구구한 외부의 유혹에도 자연스레 얽매이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거경(居敬)이라고 하는 것과 또한 행(行)이라고 하는 것은 또한 마음에 안정하고 있는 곳이 있다는 것입니다. 진실로 혹 그렇지 않다면 외부의 유혹이 있을 때, 한갓 구구하게 될 것이니 이른바 동쪽에서 없어지면 서쪽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날마다 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어떠합니까? 나머지는 별지(別紙)에 있습니다.

독서할 때에는 먼저 옷깃을 단정히 하고 엄숙한 모습으로 상제(上帝)를 대하듯 해야 하니, 그렇게 하면 심지(心地)가 자연스럽게 전일(專一)하게 됩니다. 만약 몸이 흔들리거나 기울어져서 어지러워져서 검속하지 못하다면 그 마음이 전일하고자 하더라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혼매(昏昧)하면 반드시 광명(光明)이 필요하고, 나태하고 게으르면 반드시 엄숙함과 공손함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광명과 엄숙함과 공손함은 다만 천리(天理)에서 화합하여 이와 같이 되는 것이니 어떻게 뜻을 둠이 있겠습니까? 겨우 뜻을 둔다면 문득 두서가 여러 갈래로 되어 번잡함을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 보내준 편지에서, "대단히 힘을 쏟는다."고 한 것이니 아마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
대저 함양(涵養)이라는 것은 범범하게 붙잡는 것을 이르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책을 읽고 이치를 궁구하여 익숙하게 되고, 힘써 행하고 실천함으로써 길러내야 합니다. 안팎으로 서로 도와주니 그 덕이 있어 외롭지 않을 것이고, 그 근본이 자연스럽게 순수하고 단단해질 것입니다.
유능하면서 무능한 자에게 물어보는 것은 안자(顏子)가 큰 뜻을 품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오직 의리(義理)가 무궁하다는 것만을 알고 물아(物我)의 간격이 있다는 것은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 같았을 따름입니다.
무릇 엄숙(嚴肅)한 것은 예(禮)이며, 화평(和平)한 것은 악(樂)입니다. 이것들은 잠깐이라도 몸에서 떼어놓을 수 없으니, 예(禮)를 통해 원칙을 세우고. 악(樂)을 통해 덕성을 완성하는 것주 91)에 이르러서는 사물에서 드러난 절문(節文)과 도수(度數)를 겸하여 가리켜 말한 것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위에 있으려고 하는 것은 교만한 마음이고, 남이 한 번 하면 본인은 백번 하는 것은 근면한 뜻입니다. 성인(聖人)은 원하면서도 욕심을 부리지는 않습니다.
주석 90)순 임금은 …… 어떤 사람인가
《맹자(孟子)》 〈등문공 하(滕文公上)〉에 나오는 내용으로, 안연(顔淵)은, "순 임금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순 임금이 되려고 노력하는 자는 또한 순 임금과 같이 될 것이다.【舜何人也, 予何人也? 有爲者亦若是.】"라고 하였다.
주석 91)예를 통해 …… 완성하는 것
《논어(論語)》 〈태백(泰伯)〉에, "시를 통해서 마음을 일으키고, 예를 통해서 원칙을 세우고, 음악을 통해서 덕성을 완성한다.【興於詩, 立於禮, 成於樂.】"라는 공자의 말이 있다.
答金子惺【箕敬】
向日春府丈枉顧。感戢良多。未審返旆安寧。馳溯無任。滿幅縷縷。無非切問。何感如之。示諭循私云云。此皆志不立之病。苟能立得舜何我何非常大志。奮迅激勵。有千萬夫不可回撓底意。則區區外誘。自然惹絆不得。而所謂居敬。所謂亦行。亦有所頓放處矣。苟或不然。而徒爾規規於外誘之除。則所謂滅東生西。日亦不足矣。如何。餘在別幅。
讀書時。先須正襟肅容。如對上帝。則心地自然專一。若身體搖動攲斜。漫不檢束。而求其心之一。不可得矣。
昏昧則須要光明。怠慢則須要肅恭。然光明肅恭。只是天理合下如此。何着意之有。纔着意。便是三頭兩緖。不勝其擾擾矣。來喩所謂大段着力者。恐不得。
大抵涵養。不是凡然把捉之謂。須是讀書窮理以浸灌之。力行實踐以培養之。內外交資。其德不孤。而本源自然純固矣。
以能問於不能。可見顔子衿懷大處。惟知義理之無窮。不見物我之有間。故如此耳。
凡嚴肅抵是禮。和平底是樂。此不可斯須去身者也。至若立於禮成於樂。兼指節文度數著於事物者而言之。
欲上人。是驕矜之心。人一己百。是勤勵之意。聖人所謂欲而不貪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