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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윤계인에게 답함(答尹季仁)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34
윤계인에게 답함
편지에 답장이 늦어진 채 지금 벌써 몇 달이 지났습니다. 궁벽한 곳에 우거하느라 세상의 습속에 빠졌으므로 그 퇴락한 모습을 여기에서 징험할 수 있겠습니다. 혹독한 더위가 위세를 거두고 시원함이 잠깐 생겨나고 있는데, 모르겠습니다만 부친의 기력은 강녕하시며, 시봉하는 정황은 기쁘고 즐거우며, 체후는 더욱 다복하신지요? 가르치고 배우던 시절에 소견이 얕지 않으니 매번 성대히 축원하였습니다. 의림(義林)은 긴 여름 동안 숨 가쁜 더위에서 온갖 고생을 하였는데, 지금은 가을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오고 있으나 또 학귀(瘧鬼)가 번뇌롭게 하여 원기를 다 빼앗긴 채 골골하며 죽을 지경일 따름이니 어찌하겠습니까? 여러 조목의 문목(問目)은 모르겠습니다만 지난날 마주하고 공부할 적에 이미 논파(論破)했던 것들이 아닌지요? 이에 사의(謝儀)를 써서 감히 함께 언급합니다. 예(禮)에서는 증조부(曾祖父)는 현고부(顯考父)로, 고조부(高祖父)는 황고부(皇考父)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중용(中庸)》의 주(註)에서는, "현고(顯考)에게는 사당이 없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기(氣)가 지(志)를 움직이는 것은 마치 사람이 지나치게 취하면 뜻이 어지러워지는 것과 같으니 완물상지(玩物喪志)가 바로 이것입니다. 지(志)가 기(氣)를 움직이면 사람이 장중하고 공경함이 날로 강해지는 것과 같으니 덕(德)을 행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이것입니다. 부리지포(夫里之布)주 87)는 곧 한 사람의 지아비와 1리(里)에 부과되는 세금이니, 만약 일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벌하여 이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합니다. 전국(戰國) 시대에 이미 이를 벌하였습니다. 또한 시장이나 주택이 있는 모든 백성들에게 가을볕을 여름볕처럼 하는 것은 아마도 매우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옛날에 정삭(正朔)을 고치되 월수(月數)를 고치지는 않았으니, 하물며 여름을 가을로 고치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맹자(孟子)》에, "이 기(氣).……"주 88)이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확실하게 몰라 감히 억측하여 말하지 못하겠습니다만, 맹자(孟子)가 경추씨(景丑氏)에게 가서 묵은 것은 장차 현인을 감히 부를 수 없는 뜻을 말하여 제(齊)나라 왕이 그것을 듣게 하려고 한 것이었지, 맹중자(孟仲子)의 둘러대는 말을 따르려고 하였던 것이 아닙니다.주 89)
주석 87)부리지포(夫里之布)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 부과하는 부포(夫布)와 뽕나무나 삼(麻)을 심지 않은 사람에게 부과하는 이포(里布)를 가리킨다.
주석 88)이 기(氣)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 上)」에서 호연지기(浩然之氣)의 특징을 설명한 부분을 가리킨다.
주석 89)맹자가 …… 것이 아닙니다
《맹자(孟子)》 〈공손추 하(公孫丑下)〉 2장인 장조왕장(將朝王章)의 내용으로, 임금이라도 현인을 함부로 부를 수 없다는 내용이다.
答尹季仁
一紙稽復。今幾月矣。居寓僻左。墮在世臼。其頹落之狀。卽此可驗。酷炎收威。新凉乍生。未審尊庭氣力康寧。侍旁怡愉。節宣增祉。斅學時節。見到不淺。每用翹祝。義林長夏喘暑。喫盡苦況。今則秋涼入戶。而又爲瘧鬼所惱。元氣見奪。㱡㱡欲盡耳。奈何。問目諸條。未知向日面穩時。業已論破耶。玆修謝儀。敢此倂及。禮以曾祖爲顯考。以高祖爲皇考。故中庸註曰。顯考無廟。氣動志。如人過醉亂志。玩物喪志是也。志動氣。如人莊敬日疆。作德心逸是也。夫里之布。是一夫一里之布。若有無業之人。則罰之使出此布也。戰國時。旣有此所罰。又一切施之於市宅之民。秋陽之爲夏陽。似甚不然。古者。改正朔而不改月數。況可改夏爲秋乎。在孟子是氣云云。愚所未瑩。不敢臆說。宿景丑氏。將以語不敢召之義。使齊王聞之也。非爲欲遂仲子之權辭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