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윤계인【상린】에게 답함(答尹季仁【相麟】)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32
윤계인【상린】에게 답함
지난번에 보내주신 편지에 오랫동안 답을 하지 못하였으니 불민함이 많습니다. 봉성(鳳城)에서 돌아온 뒤에 여러 날 동안 정신없이 바빠 잠깐의 틈이나 눈 깜빡할 시절도 없었으니, 그저 스스로 번민할 뿐이었습니다. 심기설(心氣說)에 대해 질문한 것은 마음에 의심스런 점이 있으면 대충 부질없이 넘겨버리지 않음을 볼 수 있었으니, 대단히 축하드릴 만합니다. 대저 김장(金丈)이 말한, '기(氣)는 심(心)에 있다.'는 한 구절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심(心)은 기(氣)로써 말하는 경우가 있고, 이(理)로써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 이(理)로써 말한다면 그 본래 그러한 주재(主宰)하는 오묘함이 있으니 진실로 기(氣)를 침범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기(氣)로써 말한다면 다시 어떠한 기(氣)가 기(氣) 안에 있겠습니까? 저는 이(理)가 마음에 갖춰져 있다고는 들었으나, 기(氣)가 심(心)에 있다고는 듣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계인(季仁)의 말은 병통이 있음을 면치 못한 것인데 그는, "심(心)이 주재(主宰)하면 기(氣) 또한 따라 속한다."라고 하였습니다. 무릇 기(氣)란 어떠한 물건이기에 시절에 따라 따르게 되는 것이겠습니까. 떨어지지도 섞이지도 않고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으니, 바로 이(理)와 기(氣)의 경계에 이를 수 있습니다. 계인(季仁)은 심(心)과 기(氣)가 서로 섞인다는 실수를 보완하려고 하였으나, 도리어 심(心)과 기(氣)를 서로 떨어뜨리는 실수에 빠져버렸으니 그 실수는 같은 것입니다. 덕(德)을 커다란 종에 비유하는 것 또한 그와 나란히 놓을 수 있습니다. 만약 큰 종에 비유한다면 큰 종은 바로 심(心)입니다. 아직 두드리지 않았지만 소리가 나게 되어 있으니 이것이 성(性)입니다. 두드리면 소리가 나는데, 이것은 정(情)입니다. 두드리는 것은 외물(外物)에 의해 촉발되는 것입니다. 여운이 길게 이어지는 것은 바로 의(意)입니다. 만약 종을 치는 것을 심(心)이라 여긴다면 소리가 나는 것은 기(氣)라 할 수 있는데, 거의 비슷한 부류가 될 수 없으니 피차 근거할 바가 없습니다. 어떠합니까?
答尹季仁【相麟】
向書久未修答。不敏多矣。自鳳城返後。連日奔忙。無霎隙開睫時節。只庸自悶。所詢心氣說。可見心有所在。不草草浪過。可賀可賀。大抵金丈所謂氣在心中一句。不成說話心有以氣言者。有以理言者。若以理言。則其本然主宰之妙。固已不犯乎氣矣。若以氣言。則更有何氣在乎氣中乎。吾聞理具乎心。未聞氣在乎心者也。且季仁之言。未免有病。其曰心爲主宰。而氣亦隨屬。夫氣是何物。而有隨屬時節耶。不離不雜。不先不後。此理氣之界至也。季仁欲補心氣相雜之失。而反坐心氣相離之失。其失均矣。德哉洪鍾之喩亦左矣。若以洪鍾喩之。洪鍾是心也。未撞聲在。是性也。撞之聲發。是情也。撞之者。是外物觸之也。餘韻延連。是意也。若以撞之者爲心。聲之者爲氣。則殆不成比類。彼此無所據矣。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