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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오여주에게 답함(答吳汝周)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31
오여주에게 답함
일전에 잠깐 출입하였다가 어자(御者)주 82) 때문에 헛되이 돌아오게 되어 생각할수록 아쉽습니다. 인편을 통해 다시 다정한 편지를 받게 되었는데 돌아보아 주시고 알아주시는 지극함으로, 더욱 감격스럽고 슬퍼졌습니다. 또한 부모님의 상황이 강녕하시고 여력이 있을 때에는 글을 읽으며, 근래에는 《소학(小學)》을 읽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구구하게 위로되고 시원하니 실로 듣길 바랐던 소식과 부합합니다. 대저 이 책은 바로 성인(聖人)을 배우는 터전이라 할 수 있으니, 사람의 모양을 갖추고자 한다면 한 단락을 읽으면 또한 한 가지를 행하여야 하고, 두 단락을 읽으면 또한 두 가지를 행하여야 하니, 조금도 소홀하거나 대강 넘겨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매양 생각건대, 지금은 비록 어린아이의 학문에 종사하고 있을 뿐이지만, 그 체국(體局)과 식량(識量)은 대인(大人)의 학문을 겸하고 덧보태는데 해롭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부모를 섬기고, 웃어른을 공경하고, 말끔히 청소하고, 손님을 응대하는 일에 대하여 반드시 하나하나 깊이 연구하게 되어 그렇게 된 까닭을 알게 된다면 바꿀 수가 없을 것이고, 그 당연한 것과 함께한다면 그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자세하고 분명하게 하되, 그 사이에 의심되거나 명료하지 못한 것이 있으면 일일이 기록하여 후일을 기다려 깊이 헤아리고 결론을 정하십시오. 참으로 성실한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그 사이에서 곡절을 가감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서도 스스로 짐작하여 알맞게 조절하는 점이 있을 것입니다. 하물며 지리멸렬한 기교에 대해서 어찌 입을 놀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감히 변변치 않다고 여기지 않으신다면 부디 답장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질문】
아직 발하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공부해야 합니까?
【대답】
아직 발하지 않았을 때는 더욱 공부에 힘써야 합니다. 주자는, "아직 발하기 전에는 찾아볼 수 없고, 이미 발하고 났을 때는 안배를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평소에 경장(敬莊)과 함양(涵養)의 공부를 지극히 하여 사사로운 인욕에 어지러워지지 않으면 아직 발하기 전에는 맑은 거울이나 잔잔한 물과 같으며 발한 뒤에는 절도에 맞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주 83)라고 말하였습니다. 이 말은 명명백백(明明白白)하고 간단하면서도 의미가 깊으니, 배우는 자들에게 경(敬)을 위주로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이보다 절실한 것은 없습니다.
【질문】
〈서명(西銘)〉에서, "천지의 장수는 내가 성으로 삼았다."주 84)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이(理)가 기(氣)의 장수가 되는 것입니다. 맹자가 말하기를, "지(志)가 전일하면 기(氣)를 움직인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지(志)가 기(氣)를 이끄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천지에 있다면 바로 이(理)가 기(氣)를 이끄는 존재가 되는 것이고, 사람에게 있다면 지(志)가 기(氣)를 이끄는 존재가 되는 것은 어째서인지요?
【대답】
이(理)가 이끌고 기(氣)가 이끄는 것은 하늘과 사람이 다른 점이니, 하늘은 무위(無爲)이고, 사람은 유위(有爲)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志)가 바로 이(理)의 기력과 골자가 있는 것이라면 하늘과 사람이 같지 않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질문】
주돈이(周敦頤)는, "사랑함을 인(仁)이라고 한다."주 85)라고 하였으며 한유(韓愈)는, "널리 사랑하는 것을 인(仁)이라고 한다."주 86)라고 하였으니 말의 뜻은 무엇입니까?
【대답】
주돈이는 흘러가는 것을 들어서 근원을 가리켰으며 한유(韓愈)는 곧 흘러가는 것을 인식하여 근원으로 삼았으니 다릅니다.
【질문】
사람은 이(理)를 온전하게 된 몸으로 태어났는데, 그리하여 이것이 사단(四端)이 되고, 초목(草木)이나 금수(禽獸)는 편벽된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그리하여 사단(四端)의 이치가 없는 것입니까?
【대답】
편벽된 기질이 상승하면 또한 사단(四端)과 방불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주석 82)어자(御者)
말 모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상대방을 가리킨다. 오여주가 출타하여 만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석 83)주자는 …… 없을 것이다
이 글은 《주자전서(朱子全書)》 〈답호남제공서(答湖南諸公書)〉에 실려 있는 편지에 있다.
주석 84)천지의 …… 삼았다
이 글은 장재(張載)의 〈서명(西銘)〉 "천지의 사이에 가득한 것은 내가 형체로 삼았고, 천지의 장수는 내가 성으로 삼았다.【天地之塞吾其體, 天地之帥吾其性.】"라고 하였다.
주석 85)사랑함을 인(仁)이라고 한다
주돈이(周敦頤)의 《통서(通書)》 성기덕장(誠幾德章) 제3에 나오는 글을 주희(朱熹)가 《근사록》 권1 도체류(道體類)에 수록하였는데, "사랑하는 것을 인이라고 하고, 올바르게 행하는 것을 의라고 하고, 조리 있게 행하는 것을 예라고 하고, 사물의 이치에 통달하는 것을 지라고 하고, 확고하게 지키는 것을 신이라고 한다.【愛曰仁, 宜曰義, 理曰禮, 通曰智, 守曰信.】"라고 하였다.
주석 86)널리 사랑하는 …… 인(仁)이라고 한다
한유(韓愈)가 지은 〈원도(原道)〉의 첫 문장으로, "널리 사랑하는 것을 인이라고 한다.【博愛之爲仁.】"라고 하였다.
答吳汝周
日者有小出入。致使御者虛歸。追念耿缺。便頭又得情函眷認之至。尤覺感惻。仍審庭候康寧。餘力咿唔。近在小學。區區慰豁。實副願聞。大抵此書。是學聖田地。做人樣子。讀得一段。亦須行得一段。讀得二段。亦須行得二段。毋敢有毫忽放過也。且念左右今雖從事於小子之學。而其體局識量。不害兼補於大人之學。須於事親敬長灑掃應對之事。必一一窮格。知其所以然而不可易。與其所當然而不容已。使之了了分明。間有疑晦。須一一記錄。以俟後日商確也。誠能實心下功。則其間曲折加減。不待人言。而自有斟酌樽節處。況此滅裂伎倆。何足爲容喙也。敢荷不鄙。不容無說。
未發時如何用工。
未發時。更着甚工夫。朱子曰。未發之前。不可尋覓已發之際。不容安排。但平日敬莊涵養之工至。而無人欲之私以亂之。則其未發也。鏡明水止。其已發也。無不中節。此語明白簡奧。指示學者主敬之方。莫切於此。
西銘曰。天地之帥吾其性。是理爲氣之帥也。孟子曰。志一則動氣。是志爲氣之帥也。在天地則理爲氣之帥。在人則志爲氣之帥何。
理帥志帥。此天人之別。天無爲人有爲故也。然志是理之有氣力骨子處。則不可謂天人不同也。
周子愛曰仁。與韓公博愛之爲仁。語意何如。
周子據流而指源。韓子直認流而爲源。所以不同。
人得理之專體而生。故有是四端。草木禽獸得偏氣而生。故無此四端之理耶。
偏氣上亦有四端之髣髴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