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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오여주에게 답함(答吳汝周)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28
오여주에게 답함
매양 그대를 볼 때마다 자질이 훌륭하고 재주가 빼어난 것이 비할 만한 이가 드물었으니 마음으로 아꼈습니다. 편지 끝에서 보여준, "유약(柔弱)하다는 병통은 가장 변화하기 어렵습니다.……"라는 것은 그대가 근심하는 바이지만, 이는 나의 숙증(宿症)이기도 합니다. 20년 전부터 주제 넘게 이 일에 대해 뜻을 두었으나 아직까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은 모두 '유약(柔弱)'이라는 두 글자가 빌미가 되었을 따름입니다. 스스로 자신을 위해 도모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여주(汝周)를 위해 도모할 수 있겠습니까? 청컨대 일찍이 경험한 자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차례에 따라 학문을 하지 않으면 인(仁)의 방법을 알 수가 없으니 이른바 구구하게 힘을 쓰는 자는 단지 사사로이 임시로 미봉책주 79)을 쓰게 되니 하물며 중간에 끊어지면서 따르는 경우에는 어떠하겠습니까? 기질(氣質)은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며, 학문은 갑자기 논할 만한 일이 아니니 어찌 지리멸렬한 것으로 능히 명료히 분별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한갓 기질(氣質)의 탓으로 돌리는 일이 불가능합니다. 아! 이전의 실수를 생각해보아도 후회막급하니 오직 여주(汝周)는 나이가 젊고 힘이 있으니 바로 지금이 시작할 만한 때이니, 나를 전철 삼아 경계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대저 사람의 병은 오직 스스로 알지 못함이 근심이니, 이미 그 병을 안다면 이는 곧 병을 치료할 약과 마찬가지입니다. 하물며 성현(聖賢)의 경(經)과 현인(賢人)의 전(傳)은 한 글자 한 구절이 나에게 약석(藥石)이 될 뿐만이 아닙니다. 《중용(中庸)》에서, "과연 이 방법 대로만 한다면 비록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반드시 명석해지고 비록 유약한 사람이라도 반드시 강해진다."주 80)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이른바 도(道)라는 것은 어떠한 도입니까? 찾아 헤아려 여기에서 터득함이 있다면 힘을 쓰는 방법을 분명하게 알 것입니다. 《주역(周易)》의 「풍뢰 익괘(風雷益卦) 상(象)」에서는, "군자가 선을 보면 옮겨가고, 허물이 있으면 고친다."라고 하였고, 「뇌천 대장(雷天大壯)」에서는, "군자는 예가 아니면 처하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무릇 이 세상에가 가장 분발(奮發)하는 것으로 우레와 같은 것이 없고, 가장 빠른 것으로 바람 같은 것이 없습니다. 곧 군자가 허물을 고치고 선함으로 옮겨가는 이유와 예가 아니라면 처하지 않는 공을 알 수 있습니다. 바라건대 여주(周以)는 《중용(中庸)》에서 말한 것으로 그 과정을 세우고, 《주역(周易)》에서 말한 것으로 기력(氣力)을 세워 부지런히 노력하여 한갓 기질(氣質)의 품부(稟賦)를 받은 것에 허물을 돌리지 않는다면, 전날에 발호(拔扈)한 것이 오늘날 신복(臣僕)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
주석 79)임시로 미봉책
원문은 '견보(牽補)'인데, 담쟁이덩굴을 끌어다가 새는 지붕을 덮는다는 견라보옥(牽蘿補屋)의 준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강구하지 않고 임시로 미봉책을 쓴다는 의미이다.
주석 80)중용(中庸)》에서 …… 강해진다
《중용장구(中庸章句)》 20장의 내용으로, 전문은 다음과 같다. "남이 한 번에 잘하면 나는 그것을 백 번이라도 하고, 남이 열 번에 잘 하면 나는 그것을 천 번이라도 할 것이다. 과연 이 방법대로 잘 행하기만 한다면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반드시 밝아지고, 아무리 유약한 사람이라도 반드시 강해질 것이다.【人一能之, 己百之, 人十能之, 己千之. 果能此道矣, 雖愚必明, 雖柔必强.】"
答吳汝周
每覵左右。質美才高。鮮見其比。心乎愛矣。尾示柔弱之病。最難變云云。子之所患。是我宿症也。二十年前。妄意於此事。尙今未進一步者。皆柔弱二字爲之祟耳。自家猶不能爲自家謀。安能爲汝周謀耶。請以曾絰者言之。學不循序。仁不知方。而所謂區區用力者。只是安排牽補之私。而況又間斷隨之乎。氣質非遽變之物。學問非遽議之事。而豈滅裂者之所能了辨哉。此不可徒歸咎於氣質也。嗚乎。追念前失。悔恨莫追。惟汝周年力甚富。正是發軔之日。以我爲前車之鑑如何。大抵人之病。惟患不自知。旣知其病。則卽此便是治病之藥。況聖經賢傳。一字一句。無非吾藥石哉。中庸曰。果能此道矣。雖愚必明。雖柔必剛。所謂此道。是何道也。尋繹而有見於此。則用力之方。躍如矣。易之風雷益曰。君子以見善則遷。有過則改。雷天大壯曰。君子以非禮不履。夫天下奮發之物。莫如雷迅疾之物莫如風則君子所以遷善改過。非禮不履之功。可知矣。願汝周以中庸所言。立其課程。以大易所言。立其氣力。勉勉孜孜。毋徒歸咎於氣稟。則安知前日之拔扈。不爲今日之臣僕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