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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박경립에게 보냄(與朴景立)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23
박경립에게 보냄
가을바람이 교외에 불어오니 그대에 대한 그리움이 참으로 간절합니다. 어버이를 모시는 상황이 모두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생가(生家) 왕부인(王夫人)의 상기(祥期)주 44)는 따져보면 이미 지났을 것으로 보이는데 병으로 칩거하는 와중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여 달려가 위로해 드릴 수가 없었으니, 부끄럽고 슬퍼서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종숙(從叔) 어른과 여러 형제들은 변제(變制)주 45)하고 길함에 나아가셨는지요? 개확(慨廓)주 46)한 마음을 어찌 견디는지요? 그저 구구하게 그리워하는 마음이 간절할 뿐입니다. 용연(龍淵)주 47) 댁과 백순관(伯順寬) 어른, 직부(直夫)의 여러 상황은 모두 평안한지요? 아침저녁으로 따라 모여서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을 것이니 매번 간절히 흠모해 마지않습니다. 그대는 영특한 자질로 일찍부터 뜻을 세우니 이미 사방의 사우(士友)가 우러러 본 지 오래입니다. 이로부터 계속하여 끝까지 궁구하고 원대하게 된다면 어찌 선대인(先大人)이 당일 간곡하게 말한 지극한 뜻이 아니겠습니까. 손가락 하나로 가려도 태산의 높음을 잃어버릴 수 있고, 한 마디 구름이 태양의 밝음을 덮을 수가 있습니다. 사람이 구구하게 가깝고 자질구레한 계획에 눈앞을 가리워진다면 이것과 무엇이 다르겠으며, 중요하고 큰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이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부디 천번 만번 거듭 헤아리고 살피는 것이 제가 깊이 바라는 바입니다. 형편없는 자신을 돌아보면 외람되이 선장(先丈)의 당일에 정의(情誼)를 받들어 어둑어둑한 사이에서 매번 지극한 뜻을 헛되이 저버린 것이 두려워서 감히 이렇게 말씀드릴 뿐입니다.

【질문】
태극(太極)이 움직여서 양(陽)이 생겨나고 고요해지면 음(陰)이 생겨납니다. 양(陽)이 변하여 음(陰)과 합해지면 수화목금토(水火木金土)가 생겨납니다. 여기에서 '생(生)' 자와 묘합(妙合)하여 응결한다는 '응(凝)' 자, 그리고 만물(萬物)을 화생(化生)한다는 '생(生)'자는 모두 어떠한 때를 가리키는 것인지요? 아니면 말할 수 있는 선후(先後)와 차례가 있는 것인지요?
【대답】
선사(先師)주 48)께서 일찍이 말씀하시기를, "태극(太極)을 설한 말은 대저 '자리는 비어있고 이치는 채워져 있다【位虛理實】'는 넉 자면 충분히 그 뜻을 다할 수 있다네. 「태극도(太極圖)」 중에서 상면의 1권자(圈子)부터 만물화생(萬物化生)의 권자(圈子)주 49)까지 어찌 일찍이 확정된 계층과 등급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것이 이른바 자리는 비어있다【位虛】는 것이네. 다섯 층의 권자(圈子)는 모두 한결같이 맛이 순백하고 담담하며 원만하고 구족하여 흠결이 없으니 이것이 이른바 이치는 채워져 있다【理實】는 것이네.……"주 50)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은 오늘날의 의문을 기다렸다가 말한 것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이(理)로 말하자면 통체(統體)가 각각 갖추어져 있는데 어떠한 장소가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심(心)으로 말하자면 통체(統體)가 갖추어져 있는데 어떠한 장소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보는 바가 어떠한가에 있을 뿐입니다.
【질문】
'배우는 자는 이 마음을 온전히 체득해야 한다.'주 51)는 말에서 '체(體)' 자는 아마도 마음으로 마음을 보존하라는 뜻인 듯합니다.
【대답】
'체(體)'라는 말은 체인(體認)하고 체찰(體察)한다는 뜻의 체(體)입니다. 만약 여기에서 두 마음을 두었다는 혐의가 있다면 진심(盡心), 정심(正心), 구방심(求放心)과 같은 부류에서도 모두 두 마음이 있다는 것이겠습니까?
【질문】
사람에게 있어서는 성(性)이 되고 몸을 주재하는 것은 심(心)이 됩니다. 몸은 사람의 몸인데 분별하여 설하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대답】
성(性)은 품부(稟賦) 받은 것을 말하였기 때문에 사람으로써 말한 것이고, 심(心)은 주재(主宰)하는 것으로 말하였기 때문에 곧 그 몸으로 말한 것입니다.
【질문】
심(心)은 기(氣)의 정상(精爽)인데, 이 기(氣)는 이오(二五)의 정(精)주 52)입니다.
【대답】
이오(二五)의 정(精)은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기(氣)로 말한 것이고, 정상(精爽)이라고 한 것은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측면에서 지극히 허령(虛靈)하고 밝은 것을 가리켜 말한 것입니다.
【질문】
"몸속에 가득한 것이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주 53)라고 하였는데, 이 심(心)은 미발(未發)을 말하는 것입니까? 이발(已發)을 말하는 것입니까? 특별히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거론한 것은 어째서입니까?
【대답】
몸속에 가득한 측은지심에 어찌 일찍이 미발(未發)과 이발(已發)의 간격이 있겠습니까. 측은지심이 사단(四端)을 포함하는 것은 인(仁)이 사덕(四德)을 포함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질문】
배우는 사람들이 성인(聖人)을 배우지 않는다면 그만이겠지만, 배우려고 한다면 모름지기 성인의 기상(氣象)을 익숙하게 완미(玩味)하여야 한다고 하는데 어느 곳에서 성인의 기상을 완미할 수 있습니까?
【대답】
곧 그 말씀을 완미하면 성인의 기상(氣象)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님이 없다는 말입니다. 하물며 《논어(論語)》 〈향당편(鄕黨篇)〉에서 성인(聖人)을 묘사한 내용은 어떠하겠습니까?
【질문】
"하나이기 때문에 신묘하다.【一故神】"주 54)에서, 이 '신(神)'이라는 글자는 오로지 이(理)로 인식할 수도 없고 역시 오로지 기(氣)로 인식할 수도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와 기를 합하여 볼 수 있겠습니까?
【대답】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理)에 있습니다.
일과 사물마다 본래부터 하늘에서 생겨나는 철저하고 바꿀 수 없는 도리(道理)가 있습니다. 사람도 마땅히 그 이치를 따라 머물러야 할 곳에 머무른다면 어떠한 어지러움과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이것이 마음의 주장이 정하게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질문】
고요한 뒤에 만물(萬物)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모두 봄 뜻이 있습니다. 이는 미발(未發) 이전의 기상(氣象)입니까? 이발(已發) 이후의 기상입니까?
【대답】
여기에서 '고요하다【靜】'는 글자는 동정(動靜)에서 정(靜)의 뜻을 포함하고 있으니 《대학(大學)》에서 '정정(定靜)'주 55)이라고 한 정(靜)과 같습니다.
【질문】
성(性)이라는 것은 만물(萬物)의 일원(一原)인데, 이 '성(性)'이라는 글자는 오로지 '인생이정이상(人生而靜以上)'주 56)을 말한 것인지요?
【대답】
형기(形氣)의 이전인 일원(一原)으로 돌아가는 것과 형기(形氣)의 이후인 만수(萬殊)에 국한되는 것은 이는 근래 이(理)를 논한 것의 폐단이니 빨리 돌이켜야 할 것입니다.
【질문】
입도(入道), 수도(修道), 응도(凝道), 달도(達道), 행도(行道)에 구분할 수 있는 글자의 의미가 있습니까? 또 말할 수 있는 차례가 있습니까?
【대답】
입도(入道)는 배우는 자의 일이고, 수도(修道) 성인(聖人)의 일입니다. 수도(修道)는 사물을 이루는 것으로 말하는 것이고, 응도(凝道)는 자신을 이루는 것으로 말한 것이며, 달도(達道)는 일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고, 행도(行道)는 몸에 대해 말한 것입니다.
【질문】
호승심(好勝心)과 자긍심(自矜心)과 원망하는 마음과 욕심내는 마음주 57)을 모름지기 뿌리부터 제거하여 다스리려면 그 제거하는 공부를 시작하는 곳이 미발(未發)의 때입니까, 아니면 이발(已發)의 때입니까?
【대답】
근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하는 공부는 진실로 미발(未發)할 때에 있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제어하여 그 안을 편안하게 하려 한다면 뿌리를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하는 공부가 또한 이발(已發)할 때에 있지 않다고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질문】
성(性)은 탁연(卓然)하여 볼 수 있는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고 하였는데, 이 뜻은 마땅히 태극(太極)이 하늘에 걸려 있는 어떤 물건이 아니라는 뜻과 서로 참고하여 살펴보아야 하는 것입니까?
【대답】
이른바 '참고하여 살펴본다'는 것은 아마도 무극태극(無極太極)의 의미에서 본 적이 있는 듯합니다.
【질문】
근세(近世)에도 간혹 이(理)를 주장하는 이가 있고, 간혹 기(氣)를 주장하는 이가 있습니다. 이(理)를 주장하면 그 결과가 어떠하며 기(氣)를 주장하면 그 결과가 어떠합니까?
【대답】
이(理)가 기(氣)의 주(主)가 된다는 것은, 마치 임금이 신하를 통솔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통솔하고 지아비가 아내를 통솔하는 것과 같습니다. 기(氣)가 이(理)의 주(主)가 된다는 것은 마치 신하가 임금의 지위를 빼앗고, 자식이 아버지의 지위를 빼앗고, 아내가 지아비의 지위를 빼앗는 것과 같으니 그 득실(得失)을 볼 수 있습니다.
【질문】
선유(先儒)께서 말씀하시기를, "처음에는 보이고 들리는 곳에 나아가 공부했다면, 나중에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곳에서 공력을 쏟아야 바야흐로 세밀해질 수 있다. 너희들은 평일에 가르침을 들으면 반드시 보지 않고 듣리지 않는 미발(未發)할 때의 공부가 있어야만, 바야흐로 보이고 듣리는 이발(已發)할 때에도 힘을 얻을 수 있다."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으로 참고하여 본다면 아마도 서로 반대되는 듯합니다.
【대답】
각각 그 기질(氣質)의 아름다움과 공부(功夫)의 깊이에 따라서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니, 그 말에 대략의 완급(緩急)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공부(功夫)의 차서(次序)로 말하자면 선유(先儒)의 말씀은 진실로 정당하고, 체용(體用)의 완급(緩急)으로 말하자면 평소에 들은 것이 또한 긴요하고 절실할 것입니다.
【질문】
하늘의 도(道)를 세운 것을 음(陰)과 양(陽)이라고 하고, 땅의 도를 세운 것을 부드러움【柔】과 굳셈【剛】이라고 하고, 사람의 도를 세운 것을 인(仁)과 의(義)라고 합니다. 하늘은 기(氣)로 말한 것이고, 땅은 형(形)으로 말한 것이고, 사람은 덕(德)으로 말한 것이라 하는데 어떠한 것인지요?
【대답】
천지(天地)의 주된 역할은 사물을 생성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氣)와 형(形)으로 말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천지(天地)와 같이 사물을 생성하지 못하고 오직 사물에 상응하는 법칙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하여 이(理)로 말한 것입니다.
【질문】
수(水)는 음(陰)이고 화(火)는 양(陽)입니다. 수(水)는 밖이 어두우나 안이 밝아서 양(陽)이 음(陰) 가운데 있습니다. 화(火)는은 밖이 밝으나 안은 어두워서 음(陰)이 양(陽) 가운데 있습니다. 이것으로 살펴보면 음양(陰陽)은 서로 그 근본이 되는데, 수(水)화 화(火)가 서로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대답】
이(理)에 있어서는 서로 수용하겠지만 기(氣)에 있어서는 서로 수용하지 않습니다.
【질문】
정자(程子)가 말하기를, "귀신(鬼神)이라는 것은 조화의 자취이다."주 58)라고 하였습니다. 장자(張子)가 말하기를, "귀신은 두 기(氣)의 양능(良能)이다."주 59)라고 하였습니다. 자취로 기(氣)를 말하면 이(理)와 기(氣)를 겸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요?
【대답】
귀신(鬼神)이라는 두 글자는 본래 이(理)와 기(氣)가 묘하게 합하여 하나로 된 것입니다. 지금 자취가 기(氣)에 속한다고 하여 양능이 이(理)에 속한다고 하면 아마도 지리(支離)하고 구차(苟且)한 데 빠지게 될 것입니다.
【질문】
"담일(湛一)이 기(氣)의 본체이다."주 60)라고 하는데 기(氣)의 정상(精爽)과는 어떠합니까?
【대답】
담일(湛一)은 기(氣)의 체단(體段)이니 정상(精爽)은 그 영처(靈處)입니다.
【질문】
"하나이기 때문에 신묘하다."라고 하였는데, 이 부분에서 몸속에 가득한 것이 측은지심이라는 말과 함께 본다면 어떠합니까?
【대답】
이 '일(一)'이라는 글자는 천지만물(天地萬物)을 들어 말한 것이기 때문에 아래의 글에서는 사람의 몸을 가지고 비유하였습니다.
【질문】
금(金)은 인(寅)에서 끊어지고, 수(水)와 토(土)는 사(巳)에서 끊어지고, 목(木)은 신(申)에서 끊어지고, 화(火)는 해(亥)에서 끊어집니다. 이 뜻은 상극(相克)으로서 본 것입니까? 신(申)은 서방(西方)으로 금(金)이 되고, 해(亥)는 북방(北方)으로 수(水)가 되면 목(木)이 끊어지는데, 화(火)가 끊어지는 것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금(金)이 끊어지면 목(木)과 토(土)도 끊어지는데 그 뜻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대답】
목(木)은 화양(火陽)입니다. 양(陽)이면 자신을 극(克)하는 곳에서 끊어지게 됩니다. 금(金)은 수음(水陰)입니다. 음(陰)이면 자신을 극(克)하는 곳에서 끊어지게 되니 대개 음양(陰陽)의 성질이 그러한 것입니다.
【질문】
"주인이 증한다.【主人贈】"주 61)는 것은 대저 주인(主人)이 그 부친을 존경하여 물건을 주는 의(義) 인지요? 아니면 망인(亡人)이 후토(后土)를 존경하는 의(義)인지요? 주(註)에서는, "검은색 비단 6단과 담홍색 비단 4단【玄六纁四】"주 62)이라고 하였는데 6단과 4단의 검은색과 담홍색 비단은 천지(天地)를 형상화한 것인데 모두 음수(陰數; 짝수)를 쓴 것은 어째서인지요? 또한 장(丈) 8척(尺)으로 한정한 것은 무슨 의미인지요?
【대답】
기석례(旣夕禮)주 63)에서는, '널이 방문(邦門)까지 이르면 군주가 재부(宰夫)를 파견하여 현훈 두 색깔의 비단 1속(束)을 보낸다.'라고 하였고, '하관(下棺)을 마치고 나서는 주인이 이 현훈을 사용하여 묘(墓)의 들에서 죽은 분에게 준다.'주 64)라고 하였습니다.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가 말씀하시기를, "후세에는 임금이 하사하는 예가 없는데도 《가례(家禮)》에 이 예를 기재한 것은 애례존양(愛禮存羊)주 65)의 뜻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질문】
누군가 묻기를, "8세에 어머님을 여의고주 66) 서모(庶母)에게 【어머니의 역할이】 승섭(承攝) 몸은 이미 길러짐을 입었는데 【서모가 돌아가신다면】 복(服)을 어떻게 해야만 정례(情禮)에 합당하겠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대답하기를, "아들이 있는 경우, 중자(衆子)주 67)는 시마복(緦麻服)을 입는 뜻으로 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미 부후(父後)주 68)가 되었는데 서모(庶母)에게 아들이 없으면 응당 복(服)이 없습니다. 또 《예기(禮記)》 〈잡기(雜記)〉에는, '정실부인과 첩의【主妾】주 69)의 상(喪)에는 부군이 직접 부제(祔祭)를 지낸다,'고 하였습니다. 그 주(註)에는, '본처【女君】가 죽으면 첩이 본처를 대리한다. 이 첩이 죽으면 남편이 그의 상을 주관하고 합사제(合祀祭)도 남편이 직접 주관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스스로 주관한다는 글은, 《가례(家禮)》의 〈팔모도(八母圖)〉에서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에 따라 복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의리상 5월의 복(服)을 입는 제도로 참고하여 살펴본다면 【어머니의 역할을】 승섭(承攝)한 은혜가 있고 또한 길러진 은혜가 있으니 다른 사례와 구별됩니다. 아마도 당연히 5월 복에서 줄여서는 안 될 듯합니다.
【대답】
복이 없다면 지나치게 가벼운 것이고 5월이면 지나치게 무겁습니다. 알지 못하겠으나 3월이면 어떻겠습니까?
【질문】
《가례(嘉禮)》 〈분상(奔喪)〉조에, "이미 장사 지냈으면 먼저 묘소로 간다.……"라고 하였습니다. 효자(孝子)는 부모님에 대하여 그 용모와 음성을 항상 마음에 두고 눈앞에 계신 듯이 하는데,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황황망망(皇皇望望)한 마음 때문에 먼저 체백(體魄)주 70)을 모시는 것입니까?
【대답】
예(禮)는 영좌(靈座)가 우선이나 정(情)은 체백(體魄)이 더 중합니다.
【질문】
명덕(明德)은 이(理)와 성(性)과 심(心)에 있어서 치우쳐 말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말해야 그 본래의 뜻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마음에서 얻은 이(理)를 명덕(明德)이라고 하는 것인지요?
【대답】
이(理)는 심(心)에서 얻어서 성정(性情)을 포괄하는 것은 덕(德)입니다.
【질문】
장자(張子)가 말하기를, "인(仁)을 하려고 하되 아직 배움에 뜻을 두지 않았다."주 71)라고 하였는데 배움에 뜻을 두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인(仁)을 하려 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요?
【대답】
지금 어떤 사람이 있는데, 어버이에게 효도하고 형제와 우애롭게 지내는데 학문(學問)과 공부(功夫)를 하지 않는 사람이 그러한 경우입니다.
【질문】
인(仁)은 애(愛)가 미발(未發)한 것인데, 인(仁)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대답】
치우치게 말하였으므로 인(仁)을 다할 수 없는 것이니 하물며 정(情)을 성(性)이라 인식할 수 있겠습니까.
주석 44)상기(祥期)
상제(祥祭)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상제는 상(喪)을 벗는 제사인데 소상(小祥)과 대상(大祥)이 있으나 대개 대상을 가리킨다.
주석 45)변제(變制)
우제(虞祭), 연사(練祀), 상제(祥祭), 담사(禫祀) 등 상기(喪期)의 경과에 따라 상복의 제도를 가벼운 쪽으로 바꾸어 가는 것을 말한다.
주석 46)개확(慨廓)
상(喪)을 당하여 슬퍼하는 모습을 표현한 말로, 개(慨)는 소상(小祥)을 당하여 세월이 빠른 것을 탄식하는 마음을 말하고, 확(廓)은 대상(大祥) 때 정의(情意)가 허전한 것을 표현한 말이다. 《禮記 壇弓上》
주석 47)용연(龍淵)
이용연(李龍淵, 1897~?)으로 자는 일용(用日), 호는 경당(敬堂)이다.
주석 48)선사(先師)
여기에서는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을 가리킨다.
주석 49)태극도(太極圖) …… 권자
「태극도(太極圖)」는 총 오층의 권역으로 나뉘어 있다. 위가 제 1층으로 태극 권역이며, 그 아래 2층이 음양 권역, 그 아래 삼층이 오행 권역, 그 아래 4층이 남녀 권역, 그 아래 5층이 만물 권역이다. 권역이란 둥근 원을 말한다.
주석 50)태극(太極)을 설한 …… 것이네
이 말은 《노사집(蘆沙集)》 권12, 「김경범의 문목에 답함(答金景範問目)」의 첫 번째 문목에 실려 있다.
주석 51)배우는 …… 한다
정호(程顥)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존양(存養)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석 52)이오(二五)의 정(精)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의 정체(精體)를 가리킨다.
주석 53)몸속에 가득한 것이 측은지심이다
정자(程子)가 한 말로, 《맹자집주(孟子集註)》 「공손추상(公孫丑上)」의 주석에 해당 내용이 실려 있다.
주석 54)하나이기 때문에 신묘하다
장재(張載)의 《정몽(正蒙)》 〈태화편(太和篇)〉에, "하나의 물(物)에 두 개의 체(體)가 있는 것이 기(氣)이다. 하나이기 때문에 신묘하고, 둘이기 때문에 변화한다. 이것이 천(天)이 삼(三)이 되는 이유이다.【一物兩體, 氣也. 一故神, 兩故化. 此天之所以參也.】"라는 말이 나온다. 음(陰)과 양(陽)이라는 상이한 두 개의 요소가 하나의 존재 속에 들어 있기 때문에 신묘하게 서로 감응하면서 변증법적으로 발전한다는 말이다.
주석 55)정정(定靜)
《대학장구(大學章句)》에 나오는 내용으로, '정한 뒤에 고요할 수 있다【定而后能靜.】"라고 하였다.
주석 56)인생이정이상(人生而靜以上)
명도(明道) 정호(程顥)가 "사람이 태어나기 이전에는 성을 말할 수 없다. 성이라고 말할 때에는 이미 그것은 성이 아니다.【人生而靜以上不容說. 才說性時, 便已不是性也.】"라고 한 말에 대해서, 주희(朱熹)가 제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한 바가 있다.
주석 57)호승심과 …… 욕심내는 마음
원문은 '극벌원욕(克伐怨慾)'인데, 각각 호승심(好勝心)과 자긍심(自矜心)과 원망하는 마음과 욕심내는 마음을 가리킨다. 《논어》 〈헌문(憲問)〉에서, 공자의 제자 원헌이 '극벌원욕이 행해지지 않게 하면 인(仁)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克伐怨欲不行焉, 可以爲仁矣.】'라고 자부하며 물었을 때, 공자는,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인(仁)인지는 알지 못하겠다.【可以爲難矣, 仁則吾不知也.】"라고 대답하였다.
주석 58)귀신이라는 것은 조화의 자취이다
이 내용은, "천지에 세워도 어그러지지 않으며, 귀신에게 질정하여도 의심할 것이 없다.【建諸天地而不悖, 質諸鬼神而無疑.】"라는 경문에 대해서, 주희는 "천지는 도요, 귀신은 조화의 자취이다.【天地者道也, 鬼神者造化之迹也.】"라고 해설한 것이 《중용장구(中庸章句)》 제29장에 보인다.
주석 59)귀신은 두 기(氣)의 양능(良能)이다
이 내용은 《근사록》 〈도체〉 등에서 천지의 공용【天地之功用.】, 조화의 자취【造化之迹】, 두 기의 양능【二氣之良能.】 등의 개념로 귀신을 설명하고 있다.
주석 60)담일(湛一)이 기(氣)의 본체이다
장재(張載)의 《정몽(正蒙)》 〈성명(誠明)〉에, "담일이 기의 본체이고, 공취가 기의 충동이다.【湛一氣之本, 攻取氣之欲.】"라는 명제가 나온다.
주석 61)주인이 증한다
《예기》 「잡기」의 주에 이르기를, "곽(槨) 안에 물품을 넣어서 죽은 자를 송별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주석 62)검은색 비단 6단과 담홍색 비단 4단
《가례》 〈상례(喪禮)〉에, 하관할 때에 주인(主人)이 광중(壙中)에 검은색 비단 6단과 담홍색 비단 4단【玄六纁四】을 넣되, 주인이 가난하여 수량을 구비할 수 없다면 검은색 비단과 담홍색 비단을 각각 1단씩만 넣어도 된다고 한 것을 가리킨다
주석 63)기석례(旣夕禮)
《의례》의 편명. 〈사상례(士喪禮)〉의 하편(下篇)에 해당하는 것으로 장사(葬事) 지내기 전에 치러야 할 의식과 절차를 기록하였다.
주석 64)하관을 …… 준다
《집설》에 "영구가 길을 떠나 성문에 이르면 공(公 제후왕)이 재부(宰夫)로 하여금 현훈의 묶음을 주도록 하니, 이미 하관을 한 뒤에 이 현훈을 사용하여 묘(墓)의 들에서 죽은 분에게 준다.【柩行至城門, 公使宰夫贈玄纁束. 旣窆, 則用此玄纁, 贈死者於墓之野.】"라고 보인다.
주석 65)애례존양(愛禮存羊)
《논어(論語)》 〈팔일(八佾)〉에 "자공이 희생양을 없애려 하자, 공자께서 '사야, 너는 그 양을 아까워하느냐? 나는 그 예를 아까워한다.' 하였다.【子貢欲去告朔之餼羊, 子曰: "賜也, 爾愛其羊, 我愛其禮."】"라고 한 데서 나온 고사로, 예를 보호하기 위해 형식일 뿐이라도 옛 제도를 보존한다는 말이다.
주석 66)여의고
원문은 '견배(見背)'인데 친족의 죽음을 말할 때 해당 표현을 쓴다.
주석 67)중자(衆子)
적자(適子), 즉 맏아들을 제외한 다른 모든 아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주석 68)부후(父後)
아버지의 후계 즉 적자를 말한다.
주석 69)정실부인과 첩의
정처(正妻)가 죽어서 정처의 역할을 대신하는 첩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정실 부인과 첩을 동시에 가리킨다.
주석 70)체백(體魄)
죽은 시신과 혼백을 일컫는 말로, 곧 무덤에 묻힌 송장을 가리킨다.
주석 71)인(仁)을 하려고 하되 아직 뜻을 배움에 두지 않았다
이 말은 《논어》 「선진(先進)」 19장의 주(註)에 보인다.
與朴景立
秋風動郊。懷人政切。未審侍履珍勝。生王庭祥期。計已經過。而病蟄多故。末由趨慰。愧愴何言。從叔丈昆季變制就吉。慨廓何堪。只切區區溯往之情。龍淵宅及伯順寬甫直夫諸節。皆爲平安。晨夕聚從。爲德不孤。每切馳仰。賢者以雋異之姿。早年立志。已有四方士友之望久矣。從此接續卒究遠大。豈非先大人當日惓惓之至意耶。一指之蔽而泰山失其高。寸雲之翳。而太陽失其明人之蔽於目前區區近小之計。而不知有重且大焉者。何以異此也。千萬諒察。是所深望。顧此無狀。猥受先丈當日之誼。而幽明之間每恐其虛負至意。故敢此及之耳。
太極動而生陽。靜而生陰。陽變陰合。而生水火木金土。此等生字及妙合而凝之凝字。化生萬物之生字。皆指何時乎。抑有先後次第可言。先師嘗曰。太極說話。大抵位虛理實四字。足以盡之。圖中上面一圈至萬物化生圈。曷嘗有層等確定。此所謂位虛也。五層圈子。皆一昧白淡淡底。圓足無欠缺底。此所謂理實也云云。此言似爲等待今日之疑而發。幸取詳之。
以理言。則統體各具。不可謂有方所。以心言。則統體具。亦不可謂無方所。只在所見之如何耳。
學者全體此心。體字似有以心存心之意。
體是體認體察之體也。若以此爲有二心之嫌。則盡心正心求放心之類。皆可謂有二心耶。
在人爲性。主於身爲心。身卽人身也。而分別說。何耶。性是稟受說。故以人言。心是主宰說。故卽其身而言。
心者氣之精爽。此氣是二五之精。
二五之精。以陰陽五行之氣言。精爽之云。就陰陽五行上。指其至靈至明者而言。
滿腔子是惻隱之心。此心以未發言耶。以已發言耶。特擧惻隱何耶。
滿腔子惻隱。何嘗有未發已發之間。惻隱之包四端。猶仁之包四德。
學者不學聖人則已。欲學之。須熟玩味聖人氣象。何處玩味氣象耶。
卽其言。玩其辭。無非氣象之可見。況如鄕黨篇之畵聖人者乎。
一故神。此神字。不可專認爲理。亦不可專認爲氣。合理與氣而看如何。
得之。然所重在理。
事事物物。本自有天生鐵定不易底道理。人當各循其理而止其所止。則有何攪亂之有。此所以作得心主定。
靜後見萬物。自然皆有春意。此是指未發前氣象耶。已發後氣象耶。
此靜字。是包動靜之靜。如大學定靜之靜。
性者萬物之一原。此性字。專指人生而靜以上而言耶。
歸一原於形氣之前。局萬殊於形氣之後此近日論理之獘。亟宜反之。
入道修道凝道達道行道。有字義之可分。又有次序之可言耶。
入道是學者事。修道是聖人事。修道是成物上說。凝道是成己上說。達道是事上說。行道是身上說。
克伐怨欲。須從根上除治。其除治功夫下手處。在於未發時耶。已發時耶。
端本淸源之功。固在於未發時。而制之於外。以安其內。則端本淸源之功。亦不可謂不在於已發時矣。
性不是卓然一物可見者。此義當以太極非懸空底物之意。相參看耶。
所謂參看者。恐有見於無極太極之義。
近世或有主理。或有主氣。主理則其末委何如。主氣則其末委何如。
理爲氣主。如君之統臣。父之統子。夫之統妻。氣爲理主如臣奪君位。子奪父位。妻奪夫位。其得失可見矣。
先儒說曰。先且就睹處與聞處做了。後就不睹不聞處用功。方能細密。小子平日聞命。則必有不睹不聞未發時工夫。方於睹聞已發時。有所得力。以此參看。則似爲相反。
各隨其氣質美惡功夫淺深而告之。其言不得不略有緩急。以功夫次序言。則先儒說固爲正當。以體用緩急言。則平日之聞。亦爲緊切。
立天之道。曰陰與陽。立地之道。曰柔與剛。立人之道。曰仁與義。天以氣言。地以形言。人以德言。何耶。
天地主生物。故以氣形言之。人則不能生物如天地。而惟有應物之則。故以理言之。
水陰火陽。而水則外暗內明。陽在陰中也。火則外明內黑。陰在陽中也。以此觀之。陰陽互爲其根。然而水火不相容者。何耶。
理則相涵。而氣不相容。
程子曰鬼神者造化之迹張子曰鬼神者二氣之良能迹言氣。能兼理氣言否。
鬼神二字。本是理氣合一之妙。今以跡屬氣。以能屬理。恐涉支離苟且。
湛一氣之本。與氣之精爽。何如。
湛一氣之體段。精爽其靈處也。
一故神。此處。合以滿腔子惻隱之心看。如何。
此一字擧天地萬物而言。故下文以人身取譬。
金絶於寅。水土絶於巳。木絶於申。火絶於亥。此義以相克看耶。申是西方而爲金。亥是北方而爲水。則木絶火絶似然。而於金絶木土絶。不會其意。
木火陽也。陽則絶於克我之地。金水陰也。陰則絶於我克之鄕。蓋陰陽之性然矣。
主人贈。大抵贈是自主人而尊敬厥考之義耶。無乃自亡人而尊敬后土之義耶。註曰玄六纁四。六四玄纁。是天地之象。而皆用陰數何耶。且限以丈八尺。何義耶。
旣夕禮。柩行至邦門。公使宰夫贈玄纁束。旣窆。則主人用以贈死者於墓之野。沙溪曰。後世雖無君贈之禮。而家禮存之。疑亦是存羊之義。
人問八歲先妣見背。有承攝之庶母。而身已被養。則其服當何如合於情禮耶。曰以有子者。衆子服緦之義。觀之。旣爲父後。而庶母又無子。則應無服。又以雜記所謂主妾之喪。則自祔。註女君死。妾攝如君。此妾死。則君主其喪。其祔祭。自主之文。與八母圖自少慈己者。義服五月之制。參看。則有承攝之恩。又有被養之恩。與他自別似當不減於五月耳。
無服則過於輕。五月則過於重。未知以三月何如。
奔喪條。旣葬則先之墓云。孝子於父母。其容貌聲音。常在心目。而奄忽不見。有皇皇望望之情。故先之體魄所藏否。
以禮則靈座爲先。以情則體魄爲重。
明德於理於性於心。不可以偏言。則當何云而得其本旨耶。曰理之得於心者。謂明德。
理之得於心而該性情者。德也。
張子曰。欲仁而未志於學。其未志於學者。有何欲仁之可言耶。
今有一樣人孝於親。友於兄弟。而無學問功夫者。是也。
仁是未發之愛。則不能盡仁何耶。
偏言故不能盡仁。況認情爲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