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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박경립에게 보냄(與朴景立)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22
박경립에게 보냄
예의를 생략합니다. 생가(生家)의 왕부인(王夫人 조모)의 상사(喪事)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데서 나왔습니다. 삼가 효성스러운 마음이 순수하고 지극한 데다 또다시 풍수(風樹)의 탄식주 41)을 하는 나머지 그 애통한 슬픔이 분명히 몇 배는 될 것일 터인데 찾아가 위로해 드리고 싶은 마음을 가눌 수가 없습니다. 모르겠습니다마는 어버이를 모시는 복체(服體)주 42)는 어떠하신지요? 원부(院府)에 계신 형제 어르신들은 애절(哀節)을 어떻게 지탱하고 계신지요? 산지(山地)에 과연 뛰어난 점쟁이가 있어 장례를 지낼 길일을 택하셨는지요? 매번 소식을 듣고 싶었습니다. 의림(義林)은 지난달에 사문(師門)에 일이 있어 영남(嶺南)으로 가서 면암(勉庵 최익현(崔益鉉)) 어른과 애산(艾山 정재규(鄭載圭)), 계남(溪南 최숙민(崔琡民)), 송사(松沙 기우만(奇宇萬))과 함께 방장(方丈)의 산수(山水) 사이에서 여러 명승지를 달포 가량【旬月】 노닐었습니다. 영남과 호남에서 모인 자들이 역시 무려 백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그대의 당숙(堂叔)과 그대가 참여하지 못하였으니, 한 사람이 모자란다는 탄식주 43)이 없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애산(艾山) 어른은 이별할 적에 또한 이러한 뜻으로 간곡하게 부탁하기를 그치지 않으며, "이 말을 나를 위해 경립(景立) 숙질(叔姪)에게 전해주시게.……"라고 하셨습니다. 영남(嶺南)의 발문(發文)에서 말한 것은 이미 들으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말하려면 글이 매우 길어질 것이니 제기할 수가 없겠습니다. 오직 훗날 만나서 회포를 풀어볼 뿐입니다.
주석 41)풍수(風樹)의 탄식
춘추 시대 공자(孔子)가 길을 가는데 고어란 사람이 나무를 안은 채 슬피 울고 있기에 까닭을 물었더니,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여도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 싶어도 어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하고는 서서 울다가 말라 죽었다 한다. 이를 풍수(風樹)의 정이라 하여 일반적으로 어버이 생전에 모시지 못하고 사후에 슬퍼하는 마음을 뜻하는 고사로 쓴다.
주석 42)복체(服體)
상중에 있는 사람에게 안부를 물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주석 43)한 사람이 모자란다는 탄식
원문은 '소일지탄(少一之歎)'인데, 이는 왕유(王維)의 「구월구일억산동형제(九月九日憶山東兄弟)」라는 시에서 유래한 말이다.
與朴景立
省禮。尊生庭王夫人喪事。出於千萬料外。伏惟孝心純至且在風樹之餘。其哀痛感愴。必有倍蓰者。爲之慰溯不任。未審侍愉服體何如。院府昆季丈哀節。亦何以支持耶。山地果有宿占。而襄奉亦有定日否。每庸願聞。義林月前有事師門。作嶺南行。得與勉庵丈及艾山溪南松沙諸名勝。作旬月之遊於方丈山水之間。而嶺湖會者。亦無慮百餘人。但尊堂叔及景立不與焉。不能無少一之歎。艾山丈臨別。亦以此意惓惓不已。而至曰。願以此言。爲我告于景立叔姪云云耳。嶺南發文云云。想已聞之矣。言之甚長。不能提起。惟在日後面敍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