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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박경립에게 보냄(與朴景立)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21
박경립에게 보냄
지난번에 그대의 당숙(堂叔)께서 돌아가신 뒤로 그대로 막연하게 소식이 끊어지게 되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만 조부모와 부모를 모시면서 상복을 입고 지내는 정황이 좋으며, 함애(咸哀)주 38)도 무양(無恙)하게 지내며 책을 읽고 있는지요? 양친이 모두 잘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은 복 있는 집안의 운수라고 할 것이지만 순식간에 기울어져 이와 같은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인생의 모든 일들은 헤아리기가 어려우니 어버이를 잃은 어린 것들을 어루만져주고 돌보아주십시오. 경립(景立) 또한 한 층 세상의 풍파를 겪게 되었습니다. 다만 오늘날 경립의 정세(情勢)는 그 부담이 실로 나머지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선친(先親)께서 부탁하신 뜻과 가문이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는 계책 및 사우(士友)들의 기대가 그대의 한 몸에 모여들었으니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비록 온갖 바쁜 일이 수없이 있어 어지러운 와중에서도 책을 읽는 한 가지 일은 결단코 그만두어서는 안 됩니다. 모쪼록 바라는 것은 1부(副)의 규구(規矩)를 뽑아 정리하여, 몸과 집안을 가장 잘 다스리는 계책으로 삼는다면 어떻겠습니까? 의림(義林)은 병든 몸에 실낱같은 목숨이 붙어 있어 날마다 고단한 상황으로주 39) 나아가고 있습니다. 비록 다소간 자신을 책려(策勵)하여 구업(舊業)을 정리하여 만에 하나라도 뒤미처 보완하고자 하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매번, "내 이럴 줄 알았다면 태어나지 않느니만 못하였다."주 40)라는 구절을 읽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슬픔과 한스러움이 마음속을 가득 채우게 됩니다. 경립은 나를 전철 삼아 경계하기를 바랍니다.
주석 38)함애(咸哀)
상중에 있는 조카를 가리킨다.
주석 39)고단한 상황으로
원문은 '권루(卷婁)'인데, 외물을 좇아 자신의 심신을 고되게 만드는 것이다. 《장자》 〈서무귀(徐無鬼)〉에 나오는 구절이다.
주석 40)내 이럴 …… 못하였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초지화(苕之華)〉에 나오는 구절이다.
與朴景立
向者令堂叔返駕後。信息隨以漠然。不審重省下持服衛重。咸哀無恙讀字否。俱存無故。福家氣數。轉眄之頃。至於如此。人生萬事。有難料測撫孤恤哀。景立亦添一層世故矣。但今日景立情勢。其擔負。實有異於餘人者。先親付託之意。門戶禦侮之計。士友期待之望。萃於一身者。爲何如耶。雖百忙千撓之中。而讀書一事。斷不可已。望須折斷得一副規矩。以爲身家究竟之計如何。義林病軀殘喘。日就卷婁。雖欲策理多少。以爲追補萬一之地。而不可得。每讀知我如此。不如無生之語。而不覺悲恨塡中。幸景立視爲前車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