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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박경립에게 보냄(與朴景立)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20
박경립에게 보냄
봄이 된 이래로 아직도 한바탕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였으니 어찌 오직 이 몸의 정상(情狀)에 여유가 없어서이겠습니까. 우리 벗의 모든 상황도 또한 넉넉하고 풍족함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년은 3백일이고 한 번의 삶은 3천 일인데 요약하면 이와 같은 시절이 아님이 없으니, 어찌 일찍이 다른 모습의 평탄한 세상이 따로 존재하겠습니까. 단지 내가 발을 딛고 걸어다니는 것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아! 저와 같이 어리석은 자는 시기를 잃고 경계도 넘었으니 이미 할 말이 없습니다. 오직 도움이 되지 않는 슬픔과 미칠 수 없는 안타까움이 때때로 사람을 괴롭게 하여 스스로 견딜 수 없을 뿐입니다. 오직 경립(景立)은 천만번 더 생각하여 돌아가신 아버님의 간절한 끝없는 뜻이 허공에서 허무한 곳주 37)으로 떨어지는 데 이르지 않도록 한다면 어떠하겠습니까? 이는 종이 위에서 부질없이 할 말이 아니고 또한 벗 사이에 의례적으로 하는 말도 아니니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주석 37)허무한 곳
원문은 '오유(烏有)'인데,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자허부(子虛賦)와 상림부(上林賦)에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로, 실재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이 쓰인다.
與朴景立
開春以來。尙不有一場接晤。豈惟此身情狀。無有餘地。可想吾友凡況。亦多浩穰。一年三百日。一生三千日。要之無非此箇時節。何嘗別有別樣。穩穩境界。只在吾着足運步之如何耳。嗚乎如愚者。失時過境。已無可言。惟無益之悲。不逮之恨。時以惱人。不能自遣耳。惟景立千萬加意。使先大人惓惓無窮之意。不至落空於烏有之地。如何。此非紙上漫說。又非朋友例語。諒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