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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박경립에게 보냄(與朴景立)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19
박경립에게 보냄
우리 경립(景立)이 병에서 나은 이후로 항상 한번 찾아보고자 하였으나 그럴 방도가 없었습니다. 이것은 제 정의(情義)가 부족하기 때문입니까? 말하기 어려운 신고(身故) 때문입니까? 슬픈 마음은 또한 단지 구구한 모임이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여력이 있을 때 문장을 하여 갑자기 잊어버리는 데 이르지는 않았는지요? 눈앞의 잡다한 일에 얽매여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면 어떠하겠습니까? 영남에서 보낸 편지는 일전에 월송(月松)주 33)이 가지고 왔는데, 편지를 통해 계남(溪南 최숙민(崔琡民))과 애산(艾山 정재규(鄭載圭))을 비롯한 여러 어르신들의 근황이 편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네 통의 서찰을 부쳤는데 수령하셨는지요. 선부군(先府君)의 종제(終制)주 34)가 멀지 않은 시기에 닥쳤으니 풍수(風樹)주 35)의 추모하는 마음이 끝이 없겠습니다. 이처럼 천하고 비루한 자에게도 평생 서로 이어져 두텁게 대해주심에, 며칠이나 지났다고 상생(象生)주 36)하는 곳을 또한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몇 줄의 글을 지어서 영결(永訣)하는 끝없는 뜻을 가서 고하고자 합니다만 몸이 병마(病魔)에게 희롱을 당하고 있으니 과연 그럴만한 여유가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의림(義林)은 봄 이후로 근력을 점점 빼앗겨서 마치 가랑비에 옷이 젖는 듯이 지금까지 지내고 있습니다. 마치 매우 늙어서 심한 병에 걸린 사람과 같으니, 평생의 지업(志業)을 한 푼이라도 성취할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경립(景立)은 이때에 미쳐 점검하고 성찰하여 저와 같은 지경에 이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주석 33)월송(月松)
이기환(李基煥, 1904~?)이다. 호는 월송(月松)이고 본관은 전주(全州), 거주지는 영광(靈光)이다. 기우만(奇宇萬)과 이종택(李鍾宅)의 제자이다.
주석 34)종제(終制)
담제(禫祭)를 마치는 것을 가리킨다.
주석 35)풍수(風樹)
부모(父母)에게 효도(孝道)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주석 36)상생(象生)
생전에 망자(亡者)가 사용하던 것들을 사용하는 등, 망자가 아직 살아 있는 것으로 간주하여 의식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與朴景立
自吾景立出病以後。常欲一省而末由也。此其情義之不足耶。身故之難狀耶。悲傷之私。又不但爲區區會聚之久曠也。但未知餘力鉛槧。不至頓忘否。幸不以目前小小。惹絆捱過時日如何。嶺札。日前自月松來到。而知溪艾諸丈近節之安耳。四札付去。考領也。先府君終制。隔在不遠。風樹感慕之情。想無涯極。如淺陋者。係在平生相厚之地。而過了幾日。則象生之所。亦不得以見矣。擬以數行文。往告永訣無窮之意。而未知身戲病魔。果爲之饒貸否也。義林自春以來。筋力漸奪。如微雨漬衣。至於今日。如極老極病之人。而其於平生志業。無一分成就。是爲慨然耳。願景立趁此提省。毋至如此生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