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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박경립에게 보냄(與朴景立)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18
박경립에게 보냄
일전에 자인(子仁)과 여러 사람들이 우봉(牛峯)에서 와서 그대가 근래 자춘(子春)의 낙상(落傷)하는 우환주 32)을 겪었다는데 과연 그러한지요? 놀랍고 큰 걱정이 됩니다. 듣자하니 간행하는 사업은 끝내 계획이 틀어지는 것을 면치 못하였다고 하는데, 이후를 도모하는 약속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그러나 아직 한 집안에서 행해지는 것을 보지 못하였으니 하물며, 천하와 국가의 일에 있어서는 어떠하겠습니까. 이는 옛날부터 지사(志士)들이 뜻을 품고 커다란 탄식을 하였던 부분입니다. 다만 저의 분수 상으로 자신에게 말미암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말미암지 않은 일단의 일이 있습니다. 힘쓸 수 있는 것은 단지 이것 뿐입니다. 자신의 한 마음이 만약 자신으로부터 말미암지 않는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이 자신의 뜻을 말미암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또 다른 사람이 따르지 않는 것은 나의 성의(誠意)에 따른 감동이 지극하지 못한 것이 있음이 아니라는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 이것이 옛 사람이 감히 다른 이에게 허물을 탓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바라건대 나의 벗께서는 우선 이 일을 제쳐 두고, 앞으로 예전에 배운 학업에 대해 날마다 과정을 세워 힘쓰십시오. 의림(義林)은 날마다 쓸데없이 분주하게 지내고 있어서 조금의 겨를도 없습니다. 다만 밤중에 촛불 아래에서 이처럼 적은 글자를 볼 수 있는데 이것으로 어찌 충분히 보충하겠습니까? 가련하고 또 가소롭습니다. 경립(景立)은 시간을 잘 도모하여 이 사람과 같이 후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주석 32)자춘(子春)의 낙상(落傷)하는 우환
《예기(禮記)》 「제의(祭義)」에 나오는 말로, 증자(曾子)의 제자인 악정자춘(樂正子春)이 "당(堂)을 내려가다가 발을 다쳤다.【下堂而傷其足.】"라고 하였다.
與朴景立
日昨子仁諸人。自牛峯來。爲傳左右近有子春下堂之憂。果爾否。驚慮爲多。聞刊事且未免終見緯繣。未知有後圖之期耶。此是何等好事。而尙未能見行於一門之內。況於天下國家之事乎。此自古志士所以齎志浩歎處也。但於吾分上。有由已而不由人一段事。所可勉者。只此而已自家一箇心。若不由自家。則何望其他人由自家意乎。又安知人不見從者。非我誠意之感。有未至乎。此古人所以不敢尤人者。願吾友姑爲倚閣此事。將來舊業。逐日作課程也。義林日日紛冗。無些少暇隙。只於夜中燭下。看得些少文字。此何足有補。可憐又可笑。願景立及時圖之。勿有後悔如此漢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