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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박경립에게 보냄(與朴景立)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17
박경립에게 보냄
어제 송사(松沙)주 29) 어른의 편지를 받아보고서 근래에 상황이 무고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 월고(趙月皐)주 30) 어른이 봉산(凰山)에 이르러 선생의 묘에 제사를 지낸 다음 이어 우리 고향에 들를 것이라고 하였는데, 단가(丹嘉)의 여러 곳에 보낼 안부 편지 및 조장(弔狀)을 일일이 써놓고 미리 기다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지난번 문목(問目)에 저의 대답은, "성정(性情)을 말하자면 심(心)은 그 안에 내포하는 것이니 어떻게 대응하는 마음이 가능하겠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그 뒤에 주자(朱子)의 편지를 보았는데, 제 말에서 크게 옳지 않은 곳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자는, "미발(未發)의 상태에서 지각(知覺)이 어둡지 않은 것은, 어찌 심이 성(性)을 주재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발(已發)의 상태에서 등급에 따른 절도가 어긋나지 않은 것은, 어찌 심이 정(情)을 주재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주 31)라고 하였습니다. 무릇 심(心)은 동정(動靜)을 꿰뚫으며 상하를 관통하는데, 말할 수 있는 방소(方所)가 없다면 곧 진실로 성정(性情)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곧, "성정(性情)을 말하면서 심(心)이 그 안에 있다고 말한다면, 이는 주로 생각하는 부분이 없고 붙어 있을 지점도 없는 것이니, 반드시 공허하고 흩어져버리는 데로 귀결될 것입니다."라고 한다면 학자로 하여금 손을 쓸 곳과 발을 디딜 곳이 없게 하는 것입니다. 경립(景立)은 빨리 돌이켜 통렬히 반성하기를 바랍니다. 돌아보건대 이러한 논의에 대해 우열을 가려보아도, 한두 가지의 적확한 견해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외람되이 여러 벗들과 감히 논변한 것이, 매번 이러한 부류가 잘못되었음을 알았기 때문이겠습니까? 스스로 오류에 빠졌고 다른 사람도 잘못하게 하였으니 매우 송구합니다.
주석 29)송사(松沙)
기우만(奇宇萬, 1846.8.17.~1916.10.28.)을 가리킨다. 한말의 의병장으로 을미사변을 계기로 의병을 일으켜 활동하다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다. 1980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다.
주석 30)조 월고(趙月皐)
조성가(趙性家, 1824~1904)를 가리킨다. 자는 직교(直敎), 호는 월고(月皐)이다. 본관은 함안(咸安)이고 진주(晋州)에 거주하였다. 스승은 기정진(奇正鎭)이고 저서로 《월고문집(月皋文集)》이 있다.
주석 31)미발의 상태에서 …… 아니겠는가
해당 발언은, 주자가 호광중의 편지에 답한 「답호광중서(答胡廣仲書)」에 보인다.
與朴景立
昨得松沙丈書。知近節無故。月皐趙丈到凰山。致祭先生墓。因過吾鄕云。丹嘉諸處書問及弔狀。一一修裁。預爲等待如何。向日問目。鄙所答有曰。言性情則心包在其中。有何可對之心。後看朱子書。知此說有大不是處。朱子曰未發而知覺不昧者。豈非心之主乎性者乎。已發而品節不差者。豈非心之主乎情者乎云云。夫心者。貫動靜。通上下。而無方所之可言。則固不可與性情爲對。然若曰。言性情而心在其中。則是無主腦無着落。必至於空虛漫渙之歸。而使學者。無下手着脚處。願景立亟反而痛省之也。顧此愚劣。無一二的見。而猥與諸友敢爲論辨者。安知每每非此類也。自誤誤人。極爲悚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