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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박경립에게 보냄(與朴景立)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15
박경립에게 보냄
어버이의 병을 돌보는 상황이 아직 현저히 좋아지는 효과가 없는지요? 밤낮으로 모시고 지키느라 자고 먹을 겨를도 없을 것이니 그 애태우고 고생하는 모습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속담에, "긴 병에 효자 없다."고 말하지만 저는, "긴 병에도 효자가 있다."고 말하겠습니다. 하루 이틀의 병이라면 누군들 정성과 힘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세월이 쌓여서 달이 가고 해가 지난 이후에는 그 효도와 불효의 참된 마음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마치 맹렬히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굳게 버티는 초목을 알 수가 있고,주 27) 난세(亂世)에 충신(忠信)이 드러난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하물며 평생 동안 책을 읽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시기를 위하여 큰 사업과 큰 의리에 쓰기 위함이니 이 밖에 무엇이 있겠습니까? 조금이라도 마음에 편치 못한 바가 있으면, 끝내 생전에 후회해도 소용없는 한이 될 것이니, 부디 힘쓰시기 바랍니다. 다음 달 초 열흘께 포천(抱川)의 인편이 있을 듯한데 소식을 들었는지요? 자인(子仁)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초지(草枝)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하였다고 하는데, 혹시 운람(雲藍)에게 나아간 것인지요? 장마가 그치지 않아 분명히 많이 지체될 터인데 걱정이 많습니다. 의림(義林)은 앞으로 봄이 오면 묵계(墨溪)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는 음강(陰江)주 28) 가에서 벗들을 만나 하루 동안 시원하게 회포를 풀 것입니다만, 경립과 함께하지 못함이 한스럽습니다. 화암(華巖)에서의 약속이 멀지 않으니 경립은 며칠 동안 함께 바람을 쐴 계획을 함께할 수 없겠는지요? 그러나 그 이전에 책을 보는 노력 또한 조금도 늦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모름지기 다소의 의리(義理)를 쌓아두어 그때 질정(質正)할 수 있는 바탕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주석 27)맹렬히 불어오는 …… 알 수가 있고
당 태종(唐太宗)이 소우(蕭瑀)를 칭찬하면서 하사한 시에 "질풍 속에서 굳게 버티는 초목을 알고, 난리 속에서 충성스러운 신하를 안다.【疾風知勁草, 板蕩識誠臣.】"라는 표현이 있다. 《舊唐書 卷63 蕭瑀列傳》
주석 28)
음강(陰江):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 우봉리 앞을 흐르는 강이다.
與朴景立
湯候尙無顯減之效否。晝夜扶衛。寢食無暇。其焦勞之狀。何以言喩。里言曰。長病無孝子。余謂長病有孝子。若一日二日之病。孰不致誠盡力。至於積月積年而後。其孝不孝之眞情可見。如疾風之勁草。亂世之忠信也。況平生讀書正爲此時用。大事業大義理。此外何有。一有未安。終爲生前難追之恨。勉之勉之。來月旬間。似有抱川便。聞之否。子仁諸人。自草枝尙未還。或爲前進於雲藍所耶。雨潦不止必多見滯。爲慮悶悶。義林向自當春到墨溪。回路會朋友于陰江之上。作一日暢須。恨景立不與也。華巖之約不遠。景立未可共爲數日溯風計耶。然則前此看書之功。亦不可少緩。須蓄積多少義理。爲其時就正之資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