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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박경립【준기】에게 보냄(與朴景立【準基】)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12
박경립【준기】에게 보냄
나그네가 된 지 몇 개월이 되었는데 우리 벗의 소식을 듣지 못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동안 조부모와 부모님을 모시는 상황은 어떠하며, 형제간의 거처하는 정황은 어떠합니까? 어떤 글을 읽고 있으며 무슨 공부를 하고 있습니까? 어느 곳에 거처하며 어떤 사람들을 종유(從遊)하고 있습니까? 동재(洞齋)는 요란스러운 곳과 가깝고 산당(山堂)은 직분을 유기하기 쉬우니 오직 집안의 깨끗한 방이 가장 온당하고 편리할 뿐입니다. 반드시 일정한 과정을 세워서 몸과 마음, 그리고 사물에 대하여 날마다 쓰는 가장 긴절하고 가까운 곳에 나아가 한두 건씩 궁구하여 얻고 한두 건씩 정돈하되 날마다 이와 같이 하여 끊어지지 않게 한다면 오랜 뒤에 스스로 도달하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경립(景立)은 근래에 몸을 조리(調理)하느라 허비한 세월이 적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대의 건강과 집안에 아무 문제가 없으니 이런 날들을 아깝게 여겨야 합니다. 주자(朱子)께서 말씀하시기를, "천하의 일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일 하나를 돌아보면 여전히 자기에게 속하였으니, 만일 또다시 그럭저럭 지내면서 세월을 낭비한다면 참으로 아까울 것입니다. 오직 경립은 힘써주십시오. 의림(義林)은 다른 곳으로 이사하여 살고 있는데 마음이 울적하여 안정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한두 명의 사우(士友)가 아침저녁으로 따르고 있으니 큰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與朴景立【準基】
爲客數月。不聞我故人信息久矣。邇來重省何如。棣節何如。讀何文字。作何功夫。居處何所。從遊何人。洞齋近熱鬧。山堂曠職分。惟家間淨室。最爲穩便耳。切須立得一定課格。就身心事物日用切近處。窮索得一二件。整頓得一二件。逐日似此不容間斷。久自有所到矣。景立近來。緣於調理費了日月爲不少矣。今則身家無事。此日可惜。朱子曰。天下事。旣有所不得爲。顧此一事。尙屬自己。若又因循。放棄日月。眞可惜也。惟景立勉之。義林住接他所。懷屑莫定。但有一二士友。晨夕相從。頗以爲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