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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 양처중에게 답함(答梁處中)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6 / 서(5)(書(5))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6.0001.TXT.0004
양처중에게 답함
세월은 자꾸 흘러서 거의 한 해의 절반이 지났습니다. 한 번 서로 만나 토론하는 것을 여태까지 빠뜨리고 하지 못하였으니, 가슴 속에 쌓인 슬프고 아쉬운 마음을 어찌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남쪽을 바라보며 그리운 벗【停雲】주 6)을 떠올리니, 아침저녁으로 그리운 마음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뜻밖에 보내온 편지를 받고, 부모님을 모시고 지내시는 생활이 평안하시다는 내용을 상세히 알게 되었으니, 위안이 되고 마음이 트이는 것을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저【義林】는 그저 빈집에 틀어박혀서 그럭저럭 간신히 지내고 있습니다. 예전에 공부했던 것을 다시 음미해보는 것에 이르러서는 약간의 남은 시간을 보낼 계책으로 삼고 있으나, 온전히 그것을 위해 보내고 있지 못하여서, 매번 개탄할 뿐입니다. 보내 주신 편지에 구구절절하신 말씀은 재차 제기해보고서 저의 미천한 식견을 알 수 있었으니, 전날의 말들은 분명치 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일층이층(一層二層), 미발이발(未發已發)'이라고 한 것은, 그 말의 뜻이 고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음에서 그것을 구하는 것도 또한 옳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대저 '미발이발(未發已發)'은 바로 심(心)의 측면에서 말한 것이지, 기질(氣質)의 측면에서 말한 것이 아닙니다. 기질은 태어남과 동시에 생겨나는 것이니, 진실로 때에 따라 있다가 없다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마음이 아직 발현이 되지 않았을 때에는 하나의 성품이 혼연하여 도리(道理)가 완전하게 갖추어져 있어서, 그 청탁(淸濁)과 미악(美惡)의 다름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니, 그 기질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어찌 대본(大本)에 저해가 되며, 어찌 성선(性善)에 해가 되어서, 반드시 이 기질이 발현되지 않는 일층과 이층의 설을 그렇다고 여긴단 말입니까. 청컨대 미발(未發) 시에 '성인의 성품이 범인의 그것과 같은가' '성인의 기질은 범인의 그것과 같은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고, 다시금 더하여 심사숙고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지난번에 《남당집(南塘集)》주 7)을 보았는데, 이 가운데 '텅 비어 어떠한 조짐도 없다【沖漠無眹】'고 한 부분을 '정(靜)에 속할 수 없다'고 하며, 또한 '비은(費隱)'이라고 한 부분은 '동정(動靜)으로 나누어 배속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번에 이 말부터 「경함의 편지【景涵書】」의 내용에 이르기까지 언급을 하였는데, 나의 생각으로는 비은(費隱)을 동정(動靜)으로 나눌 수 없다는 말은 진실로 옳으나, '텅 비어 어떠한 조짐도 없다【沖漠無眹】'고 한 말이 정(靜)이 아니라고 한 것은 조금 더 생각할 만한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부디 이에 대해 답변하여 알려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주석 6)정운(停雲)
하늘에 구름이 가득 낀 흐린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그리운 벗을 만나지 못하는 마음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진(晉)나라 도잠(陶潛)의 〈정운(停雲)〉 자서(自序)에 "정운은 친한 벗을 생각해서 지은 시입니다."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주석 7)남당집(南塘集)
조선 영조(英祖) 때 문인 한원진(韓元震)의 시문집으로, 44권 22책으로 되어 있다. 잡저(雜著)에 심성론(心性論)에 관한 글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答梁處中
歲華荏苒。洽已半年矣。而一番握討。尙此闕如。懷緖悵恨。謂何如耶。南望停雲。日夕難任。謂外承備審侍省之餘體節佳適。慰豁不可言。義林係蟄空齋。粗聊捱過。而至於尋溫舊業。以爲多少餘日之計。則全未有之。每用慨然。示喩縷縷。復此提起。可見愚陋前日之言。有未瑩也。但所謂一層二層。未發已發。不惟語意不雅。而求之於心。亦未見其可也。大抵未發已發。此是心上說。非氣質上說也。氣質與生具生。固不可以隨時有無。然在此心未發時。一性渾然。道理全俱。而不見其淸濁美惡之異者。以其氣不用事故也。此何害於大本。何害於性善。而必爲此氣未發一二層之說乃爾耶。且請未發之時。謂聖人之性與凡人同乎。謂聖人之氣質與凡人同乎。試於此而更加思省。如何。向見南塘集謂。沖漠無眹。不可便屬於靜。又謂費隱不可分屬動靜。未知此說如何。向以此語及於景涵書中矣。愚意費隱之不分動靜。固然。而至於沖漠無眹之非靜。恐有可商量者。幸爲之示及。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