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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 박원실【정현】에게 답함(答朴元實【鼎鉉】)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5.0001.TXT.0063
박원실【정현】에게 답함
올해가 되기 전에 이미 심부름꾼을 통해 편지를 받았는데, 새해 초에 또 그대의 아우를 보내 이처럼 위문하시니, 그대의 정성스런 마음을 알겠으니 감사한 마음 헤아릴 수 없습니다. 편지를 받고 삼가 할머님과 어머님께서 건강하고 평안하며, 네 형제는 명성이 뛰어난 줄 삼가 알겠으니, 새해의 좋은 소식에 기뻐서 축하하는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오직 바라건대, 노력하고 더욱 힘써 하늘이 나에게 매우 후하게 베풀어준 뜻에 보답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는 눈앞의 모든 일을 근근이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말년에 접어들고 있는데도 구구한 내가 일생을 마칠만한 계책으로는 터럭만큼도 마음을 둘 곳이 없으니 매양 생각할 때마다 혀만 찰뿐입니다. 그러나 그대들은 이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주 방문해서 마치 더불어 말할 것이 있는 듯이 하니, 내가 비록 감히 굳건하게 사양하지 못했으나, 그대들에게는 어찌 헛되이 다리 힘을 소비하고 수고로우나 공효가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멍하니 자책하며 어떻게 사례할지 모르겠습니다. 주자(朱子)는 "천하의 일은 평소 한가하게 지내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였고, 또 "이 한 몸은 하늘이 낳아주고 땅이 길러주어서 아주 많은 도리를 부담하고 있으니, 이 도리를 다할 수 있어야 개개의 사람이 될 수 있고 하늘을 떠받치고 땅을 밟을 수 있어서 이 삶을 저버리지 않는다. 만약 이 도리를 다할 수 없으면, 단지 부질없이 살고 부질없이 죽으며 부질없이 형체를 갖추고 부질없이 세상 사람의 밥을 먹는 것이며, 도리를 보고 알기를 모두 많은 하찮은 물건으로 여기고 전혀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니 무엇을 하겠는가?"라고 하였으며, 또 "주경(主敬)이란 것은 존심(存心)의 핵심이고 치지(致知)라는 것은 진학(進學)의 일이니, 이 두 가지를 서로 드러내어 밝히면 아는 것이 날로 더욱 분명해지고, 지키는 것이 더욱 견고해져, 예전에 익숙해진 잘못이 깨닫지 못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날로 고쳐지고 달로 변화될 것이다."라고 하는 등의 말이 있는데, 이 말을 이전에 읽어본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의 공허함은 한 마디 말로써 도울 수 없기 때문에 주자의 학설 두세 조목을 신중하게 외워서 알려주니, 부디 마음에 새겨서 반복해 읽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答朴元實【鼎鉉】
歲內旣專伻矣。歲初又送令弟。若是致問。仰認勤意。感佩沒量。謹審雙幃康寧。四棣芳茁。新年好消息。何等欣賀也。惟願努力加勉。以答天翁餉我至厚之意。如何。義林眼前凡百。姑且捱過。而惟是年力垂暮。區區所以爲究竟之計者。無絲毫可意處。每念咄咄而已。賢輩不諒此狀。種種垂訪。有若可與語者在。我雖不敢牢辭。在賢輩。豈不是枉費脚力。勞而無功乎。撫然自咎。不知爲謝也。朱子曰。天下事。非燕閒暇豫之可得。又曰。此身是天造地設底。擔負許多道理。盡得這道理。方成箇人。方可拄天踏地。方不負此生。若不盡得此理。只是空生空死。空具形體。空喫了世間人飯。見得道理透。許多閒物事。都沒要緊。要做甚麽。又曰。主敬者。存心之要。致知者。進學之功。二者交相發焉。則知日益明。守日益固。而舊習之非。自將日改月化於冥冥之中矣云云。未知曾見此語否胸中空疎。無一言可以相助。故謹誦朱子說二三條以告之。幸留意而反復焉。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