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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 박자선【희원】에게 답함(答朴子善【熙元】)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5.0001.TXT.0062
박자선【희원】에게 답함
천태(天台)가 어떤 벽지인데, 금과 옥 같은 형제가 영광스럽게도 나란히 말을 달려서 왕림해 주셔서, 매우 고마워서 그 풍모를 잊을 수 없게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는데, 백아(白雅)가 찾아와서 그대의 편지를 소매 속에서 꺼내주었습니다. 편지를 받고서, 부모님을 모시며 기뻐하고, 형제간에 화목해서, 평화로운 기운이 상서로움을 불어와 온갖 복이 넘쳐나는 것을 알았으니, 고개를 들어 우러러보며 축하하는 마음 그지없습니다. 여력이 있을 때 복습하고 정리함에 날마다 일정한 과정을 두었습니까? 보내온 편지에서 "복잡한 세상의 일에 속박되었다."라고 말한 것은 진실로 사람들 마다 공통적으로 근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자기 한 몸에도 많은 일이 있는데, 하물며 위로는 부모님을 모시고 아래로는 자제들을 돌봄에 있어서이겠습니까? 게다가 가문이 매우 깊고 넓으니, 일상에서 마땅히 해야 할 업무가 어찌 보통의 사람과 비교하겠습니까? 그러나 만약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집안의 일을 끊어버리고 우뚝하게 혼자 앉아서 공부하기만을 바란다면 이것이 어찌 학문이겠습니까? 주자(朱子)의 「답진부중서(答陳膚仲書)」에서 "집안일이 번잡해서 학문에 방해가 된다는 것으로 근심하고 있다는 편지를 받았는데, 이것은 참으로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공부하는 현실일 뿐입니다. 다만 모든 일에 도리를 살펴서 이해하고 쉽게 지나치지 않게 해야 하고, 또 그 속에서 평소의 병폐를 살펴보고 힘껏 제거해야 합니다. 학문을 하는 방도에서 무엇을 여기에 더하겠습니까. 만약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나고 물리치고 싶다는 생각이 생겨나면, 일과 이치가 도리어 두 개로 나누어져 버리니, 독서해도 역시 쓸 데가 없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는데, 이 말은 내가 평소에 매우 사랑하면서도 체득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지금 그대를 위해 한번 외워봅니다. 부디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일상에서 경계할 말로 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答朴子善【熙元】
天台是何等僻隅。而金昆玉季。賁然聯鞭。軫賜儼顧感感。風義令人不忘。料外白雅見過。袖致光函。因審侍省怡愉。塤箎湛樂。和氣致祥。百福津津。翹首瞻賀。不任傾倒。餘力溫理。日有課程否。來喩所謂纏縛於世故叢中云者。固人人通患。然人有一箇身。便有許多事。況上省下率。門戶深闊。日用應務。豈尋常人比哉。若欲廢人事絶家務。而兀然獨坐者。此何學耶。朱子答陳膚仲書有曰。承以家務叢委。妨於學問爲憂。此固無可奈何。然只此便是用功實地。但每事看得道理。不令容易放過。更於其間。看得平日病痛。痛加剪除。爲學之道。何以加此。若起脫去之心。生排遣之念。則事與理。却成兩截。讀書亦無用處矣。此語。愚所尋常酷愛而不得者。今爲左右一誦之。幸加三復。以爲平日之箴。如何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