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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 조명숙【병기】에게 답함(答曺明叔【秉冀】)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5.0001.TXT.0043
조명숙【병기】에게 답함
병들어 버려진 한 친구를 잊지 않고 진중한 신년의 편지를 보내주시니 마음이 감동스러워 무엇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편지를 받았을 때 매우 분주한 일로 답장을 드리지 못하고 그 뒤에 손아(孫兒)가 가는 일이 있었으나 답장을 보내지 못하였기에 서글프고 서운한 마음이 평소에도 풀리지 않습니다. 편지를 받은 뒤에 여러 날이 지났는데,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고요히 함양하며 지내시는 기거가 더욱 다복함을 누리고 계신지요?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지없습니다. 저는 2년 동안 앓고 있는 병이 하나 있는데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아마 머리를 들고 밖을 나갈 날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저 운명에 맡길 따름입니다. 매양 그대가 속세를 벗어나 만첩의 깊은 산속에서 은거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군자(君子)가 그 덕을 크게 쌓는 때일 것입니다. 멀리서 풍모를 그리워하자니 어찌 제 마음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오직 조용히 한가롭게 묵묵히 수양(修養)하여 신명(神明)을 안에서 살찌우고 마음 속에 아름다움을 더욱 쌓는다면 하늘에서 크게 행해지는 날이 없음을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처음에는 연초에 성묘하러 가는 길에 형문(衡門)주 98)을 찾아가 그대와 묵은 회포를 풀고자 하였는데, 질병이 나에게 여유를 주지 않으니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그대의 풍모를 우러러 그저 간절히 슬퍼할 따름입니다.
주석 98)형문(衡門)
나무를 가로질러 만든 보잘것없는 문으로, 안분자족(安分自足)하는 은자(隱者)의 거처를 뜻한다. 《시경》 〈진풍(陳風)〉에 "형문의 아래에서, 한가히 지낼 만하다.【衡門之下, 可以棲遲.】"라고 하였다.
答曺明叔【秉冀】
不忘病廢一友生。致此珍重新年之問。情私感戢。謂復何如耶。承書時。緣忙逋謝。其後孫兒有行。而又未之焉。茹悵抱缺。尋常不釋。未審信后多日。靜養起居。履元增休。瞻溯罙至。義林一病二載。去益甚焉。恐無擡頭出場之日。只當任之耳。每念左右出於俗塵之外。而隱於萬疊深山之中。此正君子大畜其德之日也。馳仰風韻。曷勝情係。惟從容多暇。闇修黙養。使神明內膄。嘉美中積。安知無天衢大行之日也。初擬以歲初省楸之行。歷扣衡門。以敍宿懷。病不饒我。此計歸於差池。瞻望風際。只切悵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