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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 문자일【익호】에게 답함(答文子一【翼浩】)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5.0001.TXT.0039
문자일【익호】에게 답함
벗의 편지 한 폭이 새 봄과 함께 이르니 저도 모르게 눈이 확 뜨이고 마음이 깨치게 되었습니다. 편지를 통해 어버이를 모시며 지내는 정황이 새해에도 만복함을 알게 되었으니, 더욱 듣고 싶었던 소식이었습니다. 저는 한편으로는 나이를 한 살 더 먹었고 한편으로는 더욱 쇠하게 되었으나 도를 듣지도 못한 채 저녁에 죽게 되었으니주 85) 이것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칠월장(七月章)에서, '정삭만 고쳤을 뿐 월수는 고치지 않았다.【改正朔不改月數】'주 86)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고례(古例)입니다. 그에 대한 설이 《서경(書經)》 이훈(伊訓)에 실려 있으니 오직 원사 12월【元祀十有二月】조 아래를 살펴보면 어떠하겠습니까? 공손홍(公孫弘)의 대책(對策)에서 홍수(洪水)의 소치를 말하지 않고 단지 큰 가뭄이 걸(桀) 임금의 잔학한 여세라고 한 것은 선유(先儒)들이 공손홍(公孫弘)의 마음씀이 음사(陰詐)한 곳이라고 여긴 이유입니다. 맹자(孟子)는 '요 임금의 시대에 세상이 아직 평정되지 않았다.【當堯之時, 天下猶未平.】'주 87)라고 하였는데, 대개 대개 천지가 갈라지기 전의 혼돈의 시대에 물길이 아직 통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공손홍이 이와 같이 애매모호하게 말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음사(陰詐)의 기미가 된 이유입니다.
혼(魂)이 함께 배행하는 것은 예에 실로 있습니다. 혼백(魂魄)이 흩어지기 때문에 사람이 죽으면 고복(皐復)주 88)하고 비단을 묶어 혼백(魂帛)을 만들며 영좌(靈座)와 영상(靈床)을 설치하는 것은 모두 혼(魂)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뜻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혼백이 서로 떨어진다는 혐의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보지 않는 바에서도 계신하고, 듣지 않는 바에서도 공구한다.【戒愼不睹 恐懼不聞】'는 것은 아래 문장에서 '희로애락이 아직 발동하지 않은 상태【喜怒哀樂未發】'와 서로 조응(照應)합니다. 운운(云云)
계신공구(戒愼恐懼)는 미발(未發)할 때의 공부입니다. 고인(古人)이, '공부하는 곳이 없는 것이 바로 공부이다'라고 한 말이 바로 그 내용입니다. 공부의 요처(要處)는 바로 이 부분에 대해 힘쓰는 것에 있습니다.
중용(中庸)에 의한 군자(君子)는 잘하는 것으로 성인에 이르는 자와 현격하게 다른 점이 있습니까.
백성에게 입각하여 설명하였기 때문에 잘하는 것【能】이라고 하였고, 성인(聖人)에 입각하여 설명하였기 때문에 의한다【依】라고 하였습니다. 의한다는 것은 어김이 없는 것을 가리킵니다.
'사(思)', '려(慮)', '염(念)', '회(懷)', '억(憶)'의 다섯 글자와 '지(志)', '의(意)', '정(情)'의 세 글자는 각각 조리(條理)가 있을 것인데 자세하지 않습니다. 운운(云云)
'사(思)'는 생각하는 것이고, '려(慮)'는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것이고, '염(念)'은 좋아하여 그리워하는 것이고, '회(懷)'는 상상하여 느끼는 뜻이고, '억(憶)'은 계속해서 그리워하는 뜻입니다. '지(志)'는 마음이 가는 바이고, '의(意)'는 계교(計較)하고 헤아리는 것이고, '정(情)'은 마음이 갑자기 나아가는【發出】 것입니다. '사(思)'는 넓고 '려(慮)'는 길며, '염(念)'은 가깝고 '회(懷)'는 멀며, '회(懷)'는 부드럽지만 '지(志)'는 강하고, '정(情)'은 빠르지만 '의(意)'는 느립니다.
주석 85)도를……되었으니
《논어》 〈이인(里仁)〉에서,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라는 공자(孔子)의 말에서 나온 것이다.
주석 86)정삭만 …… 않았다
《서경(書經)》 이훈(伊訓) 첫머리에 나오는 채침(蔡沉)의 주석에 그와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주석 87)요 임금의 …… 평정되지 않았다
《맹자》 〈등문공 상〉에 나오는 말로, "요 임금의 시대에 세상이 아직 평정되지가 않았는데, 홍수가 무질서하게 흘러 온 세상에 넘쳐 흘렀다. 풀과 나무가 무성하고 짐승들이 번식하였으며 오곡이 자라지 않고 짐승들이 사람들을 핍박하였다. 길짐승 발자국과 새 발자국이 나라 안에 가득하였다.【當堯之時, 天下猶未平, 洪水橫流, 氾濫於天下. 草木暢茂, 禽獸繁殖, 五穀不登, 禽獸偪人. 獸蹄鳥跡之道, 交於中國.】"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세상에 아직 질서가 잡히지 않고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야만적인 상태를 가리킨다. 여기에서는 서양 오랑캐들 때문에 다시 그러한 상태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을 가리킨다.
주석 88)고복(皐復)
사람이 죽은 뒤 지붕 위에 올라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부르는 일을 말한다.
答文子一【翼浩】
故人一幅書。與新春俱至。不覺心目開醒。從審侍省餞迓百福。尤庸願聞。義林一番得年。一番添衰。而無聞夕死是爲可恨耳。七月章云云。改正朔不改月數。此是古例也。其說詳具於伊訓惟元祀十有二月條下。考之如何。公孫弘對策不言洪水之所致。而只言大旱之爲桀之餘烈者。先儒以爲此孫弘用心陰詐處。孟子云當堯之時天下猶未平。蓋洪荒未判。水道未通之致。而弘也含糊說如此。此所以有陰詐之譏也。魂與倍行。禮固有之。魂魄離散。故死則皐復束帛。靈座靈床。無非所以安魂之意也。於何而有魂魄相離之嫌乎。
戒愼不睹。恐懼不聞。與下文喜怒哀樂未發。相照應云云。
戒愼恐懼。是未發時功夫。古人所謂無功夫處。是功夫。是也。功夫要處。正在於此勉之。
依乎中庸之君子。與能之之聖者。有懸殊否。
就民上說故曰能。就聖人上說故曰依。依是無違之謂。
思慮念懷憶五字。志意情三字。各有條理而未詳云云。
思是商量底。慮是戒懼底。念是嗜慕底。懷是想感之意。憶是戀注之義。志是心之所之。意是計較揣量處。情是心之猝然發出處。思廣而慮長。念近而懷遠。憶柔而志剛。情速而意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