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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 위은필【상량】에게 답함(答魏殷弼【祥良】)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5.0001.TXT.0033
위은필【상량】에게 답함
작별한 지 3년이나 되었는데 맑은 목소리와 우아한 모습은 일찍이 단 하루도 마음과 눈앞에서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누가 남애(南厓)와 북각(北角)이 같은 자리에서 함께 앉지 않는다고 했겠습니까. 하물며 어버이를 모시고 살피는【侍省】 상황이 순조롭고 일상생활이 편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실로 듣고 싶던 소식과 부합하였습니다. 이어서 스스로를 옭아매는 괴로움이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이는 진실로 고궁(固窮)주 72)으로도 면하지 못하는 바일 것입니다. 그러나 힘과 여유가 허락하는 대로 예전의 학업을 익히고 정리한다면 오히려 나무를 지고 물을 긷는 것보다 편함이 백 배 이상일 것입니다. 하물며 네 가지 이익【四益】에 대한 설주 73)은 장횡거(張橫渠)주 74) 선생이 말한 것이 아닙니까? 힘쓰고 힘쓰십시오. 저는 쇠한 몰골과 병의 상황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니 이는 학문을 닦지 않은 소치입니다. 뒤따라 보충할 방법이 없으니 어찌하겠습니까? 세상 길의 위험함을 어찌 이야기하겠습니까. 오직 독서(讀書)하고 궁리(窮理)하여 더욱 굳은 마음으로 공부를 해야 할 뿐입니다. 주자(朱子)의 시에, '삼군(三軍)도 필부의 뜻을 빼앗을 수 없고, 아홉 번 죽어도 장사(壯士)의 마음을 꺾을 수 없다네.【三軍莫奪匹夫志, 九殞難嶊壯士腸.】'라고 하였습니다. 읽어보면 사람을 개연(慨然)하게 만듭니다.
주석 72)고궁(固窮)
도의(道義)를 고수하면서 빈궁한 처지를 편안하게 여기는 것을 말한다.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에 "군자는 아무리 빈궁해도 이를 편안히 여기면서 도의를 고수하지만, 소인은 빈궁하면 제멋대로 굴게 마련이다.【君子固窮, 小人窮斯濫矣.】"라는 공자의 말이 실려 있다.
주석 73)네 가지 이익【四益】에 대한 설
《근사록(近思錄)》 권10 〈정사(政事)〉에 나오는 내용으로 어린 후학을 가르치는 유익함을 말한다. 장재(張載)가 말하기를, "어린이를 가르치는 데에도 유익한 점이 있으니, 자신을 얽어매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는 것이 첫 번째 유익함이요, 남에게 자주 가르쳐 주다 보면 자신도 글 뜻을 깨닫게 되는 것이 두 번째 유익함이요, 어린이를 대할 적에도 반드시 의관을 바르게 하고 자세를 의젓하게 갖는 것이 세 번째 유익함이요, 항상 자기로 인해서 남의 재주를 잘못되게 하는 것을 걱정하면 감히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는 것이니 네 번째의 유익함이다.【敎小童亦可取益, 絆己不出入, 一益也. 授人數數, 己亦了此文義, 二益也. 對之必正衣冠尊瞻視, 三益也. 常以因己而壞人之才爲憂則不敢惰, 四益也.】"라고 하였다.
주석 74)장횡거(張橫渠)
장재(張載, 1020~1077)로, 자는 자후(子厚), 호는 횡거이다. 정씨 형제의 삼촌뻘이며 그들과의 많은 대화와 논쟁을 통해 북송 도학의 탄생을 예비하였다.
答魏殷弼【祥良】
奉別三載。淸韻雅儀。未嘗一日不往來於心目間。誰謂南厓北角。非同堂合席耶。矧審侍省怡愉。起居珍勝。實副願聞。承知有絆己之苦。此固固窮所不免。然隨力隨暇。溫理舊業。猶有便於負薪汲水。不啻百倍。況四益之說。其非張先生所云乎。勉之勉之。義林衰相病情。日甚一日。此是不學之致。追補無計。奈何奈何。世路之危險。夫何言哉。惟宜讀書窮理。益加堅心之功而已。朱子詩三軍莫奪匹夫志。九殞難嶊壯士腸。讀之令人慨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