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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 홍윤심에게 답함(答洪允深)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5.0001.TXT.0032
홍윤심에게 답함
세모(歲暮)에 그리움은 다른 날보다 배나 더한데, 은혜로운 편지를 받으니 감사하고 위로됨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다만 당시에 매우 바빠서 사의(謝儀)를 쓰지 못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걱정하며 여러 날을 보냈습니다. 모시고 살피는【侍省】 체절(體節)주 69)이 한결같이 높고 넉넉한지 거듭 여쭙니다.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보내주신 편지에서 '피인(被因)'이라 하신 것은 듣건대 매우 염려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은 잘되어가는 것은 늘 적고 늘 역경(逆境)이 많습니다. 옛날의 성현(聖賢)도 혹 면하지 못한 바인데 하물며 이처럼 기나긴 밤과 같은 말세【衰叔】에 있어서이겠습니까? 오직 자신의 도리를 다하면서 하늘의 처분을 들어야 할 뿐이니, 어찌 두려워하고 걱정하면서 망령되이 스스로를 굽히겠습니까. 강절(康節; 소옹(邵雍))의 시주 70)에 "사생(死生)에 이르기까지 모두 처결한다면, 그 밖의 영욕(榮辱)은 알 수 있다네.【以至死生皆處了 自餘榮辱可知之】"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우리들이 마땅히 힘써야 할 부분이니 어떠합니까? 존선장(尊先丈)의 문자(文字)는 저처럼 천열(淺劣)한 사람이 진실로 손을 댈 수 없는 것이나 다만 맺은 정의(情誼)의 소중함을 생각하면 감히 굳이 사양할 수는 없을 따름입니다.
'일변(一變)'이라고 하신 것은 오직 쇠퇴한 풍속에 대해 탄식을 하는 것 뿐만이 아닙니다. 정사를 하는 절도에 있어서 부자(夫子)를 담당하게 하였다면 또한 어찌 한 번 변화하여 점차 나아지는 것이 없겠느냐고 말한 것입니다.
부자(夫子)께서 검소하지 않고 예의를 갖추지 않는 일로 답한 것은, 곧 왕도(王道)와 패도(覇道)가 나누어지는 지점입니다.
'편안한 곳을 편안히 여겨서 옮길 줄 안다.【安安而能遷】'주 71)라고 말한 조목 하나는 진실로 그러합니다. 그러나 성현(聖賢)의 말씀에서 어느 것이 인의(仁義)를 겸하지 않은 것이겠습니까?
'정(政)'은 대강을 말한 것이고 '사(事)'는 조리입니다. 무릇 조금씩 언급해 가는 것은 진실로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을 하거나, 또한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석 69)체절(體節)
남의 안부를 물을 때에 그 사람의 기거(起居)나 건강 상태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주석 70)강절(康節)의 시
인용한 시는 〈수미음(首尾吟)〉 135수 중, 제22수의 함련(頷聯)이다.
주석 71)편안한 곳을 편안히 여겨서 옮길 줄 안다.
《예기》 〈곡례 상(曲禮上)〉에 "재물을 모으면서 흩어 베풀 줄 알며, 편안한 것을 편안하게 여겨 옮길 줄 안다.【積而能散, 安安而能遷.】"라고 하였다.
答洪允深
歲暮懷想。有倍他日。際承惠函。感慰曷量。但時適悤劇。未修謝儀。一念耿耿。信餘有日。更詢侍省體節。一直崇裕。馳溯不任。示中被因云云。間甚代慮。世間萬事順境常少。逆境常多。古之聖賢。或有所不免。況此衰叔長夜之時乎。惟當盡其在我之道。而聽天處分而已。豈可恐懼憂惱。妄自隕穫也。康節詩曰。以至死生皆處了。自餘榮辱可知之。此是吾儕所當勉力處。如何如何。尊先文字。以若淺劣。固不當犯手。而但以契誼之重。有不敢牢讓故耳。
一變云云。非惟發歎衰俗之意。而亦言其爲政節度處。則使夫子當之。亦豈無一變之漸耶。
夫子答以不儉不禮者。卽王覇之所以分也。
安安而能遷云云一條。固然。然聖賢之言。其孰非兼仁義者哉。
政是大綱說。事是條理。凡因及之漸。固有自大而小者。亦有自小而大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