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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 홍윤심【승원】에게 답함(答洪允深【承源】)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5.0001.TXT.0031
홍윤심【승원】에게 답함
학문은 치지(致知)보다 앞서는 것이 없고, 치지(致知)는 독서(讀書)가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성현(聖賢)의 마음 씀과 행한 일과 선악(善惡)의 본받고 경계할 만한 것이 모두 책에 실려 있기 때문입니다. 한 편(篇)에서는 한 편(篇)의 뜻을 구하고, 한 장(章)에서는 한 장(章)의 뜻을 구하고, 한 구(句)에서는 한 구(句)의 뜻을 구합니다. 만약 《소학(小學)》을 읽는다면 마땅히 물뿌리고 비질하며 청소하는 것과 손님을 응대하는 일을【灑掃應對】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어버이를 친애하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것을【愛親敬長】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대학(大學)》을 읽는다면 마땅히 명덕(明德)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신민(新民)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여야 합니다. 또한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째서 이겠습니까? 아무런 의심이 없이 마음에 보존시키고 몸에 체득하고서 하는 일에 베푼다면 이것이 궁리(窮理)가 귀한 것이고 학문(學問)에서 우선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장구(章句)의 말단에 뜻이 막히고 음독(音讀)의 사이에 마음이 빠져버려서 천착(穿鑿)하고 부회(傅會)하면 그 아는 바가 옛 글을 외우기만 하는 천박한 학문에 불과하게 될 뿐이니, 이러한데도 어찌 실제로 활용하는 데 도움이 있기를 바랄 수가 있겠습니까? 보내주신 별지(別紙)는 모두 간절히 묻고 가까운 데서 생각하여【切問近思】 의논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전혀 그러한 병통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혹 오랫동안 사색하지 못하고 갑작스레 입으로 말하는 병폐가 있다면 이 뜻을 몰라서는 안 될 것이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답(問答)에 대해 따로 말씀드린 내용은 급하게 붓을 휘둘렀기에 아마도 잘못된 것이 많은 듯합니다. 그 중에서 답해드렸던 자최(齊衰)주 65)에 대한 한 조목은 더욱 이치에 어긋나기에 생각하면 황송합니다. 부자(夫子)께서 특별히 자최(齊衰)를 거론한 것은 가벼운 것을 들어서 무거운 것을 보인 뜻입니다. 보내드렸던 답지(答紙)는 즉시 지워 없애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사덕설(四德說)」은 안배하고 보충한 것이 많은데 글자를 배치하는 것에 대한 병통을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대요(大要)는 혹 기(氣)를 리(理)로 인식하고 혹 정(情)을 성(性)으로 인식하는 것인데 제 생각에는 대략 점평(點評)을 가하며 살펴주셔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이 또한 잘못된 것이 없을 줄을 어찌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거듭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사단칠정(四端七情)주 66)은 모두 생각할 겨를 없이 발현되는 것입니다. 다만 선(善)만 있는지, 선악(善惡)을 겸하는지의 다름이 있을 뿐이니, 혹 그 병통으로 인하여 공격을 하고 그 밝음으로 인하여 계도하는 것입니다. '하필 이(利)를 말씀하십니까?【何必曰利】'주 67)라고 한 것과 '재물을 좋아하고 색(色)을 좋아한다.【好貨好色】'주 68)는 것과 같은 말에서 볼 수가 있습니다.
주석 65)자최(齊衰)
오복(五服)의 하나이다. 조금 굵은 생 베로 만드는데 아래 가를 좁게 접어서 꿰맨 상복이다. 부모상에는 삼 년, 조부모 상에는 일 년, 증조부모 상에는 다섯 달, 고조부모 상에는 석 달을 입고, 처상(妻喪)에는 일 년을 입는다.
주석 66)사단칠정(四端七情)
사단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성품에서 우러나오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이다. 칠정은 사람의 일곱 가지 감정인 희로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欲)을 가리킨다.
주석 67)하필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맹자(孟子)》의 〈양혜왕(梁惠王)〉 상에 나오는 구절로, 사람이 이익추구를 목적으로 일을 행하면 얻을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가 따르게 마련이며, 오직 인의(仁義)에 입각해서 일을 하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주석 68)재물을 좋아하고 색(色)을 좋아한다
《맹자(孟子)》의 〈양혜왕(梁惠王)〉 하에 나오는 구절로, 맹자가 제선왕에게 재물과 색을 좋아하는 마음을 백성들과 함께 누릴 것을 제안한 발언이다.
答洪允深【承源】
學莫先於致知。致知以讀書爲先。以聖賢用心行事。及善惡之可效可戒者皆。在於書故也。一篇求一篇之義。一章求一章之義。一句求一句之義。如讀小學。則當思灑掃應對當如何。愛親敬長當如何。讀大學則當思明德當如何。新民當如何。又思所以當如此者。是何故。使之了了無疑。存之於心。體之於身。施之於事。此窮理之爲貴。而爲學問之先者也。若或滯意於章句之末。溺情於音讀之間。穿鑿傳會。則其所知者。不過爲記聞口耳之學而已。尙何望其有助於實用哉。所示別紙。皆切問近思合商量處。然其間不可謂全無此病。又或有不能耐久思索。而徑遽出口之獘。此意不可不知也。如何。問答別告。悤卒信筆。想多謬妄。其中答齊衰一條。尤爲悖理。追念惶悚。夫子之特擧齊衰者。是擧輕見重之意也。所去答紙。卽爲抹去如何。
四德說多安排牽補。其下字之病。不可枚擧。大要或認氣爲理。或認情爲性。以鄙意略加點評。覽可知矣。然安知鄙意亦無差謬也。更詳之也。
四端七情。皆是不暇思慮而發。但有善與兼善惡之不同。或因其病而攻之。或因其明而納之。如何必曰利及好貨好色之語。可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