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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 오영지에게 답함(答吳永之)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5.0001.TXT.0027
오영지주 46)에게 답함
이전 편지에서 보내주신 문목(問目)은 참으로 천열(淺劣)한 제가 감히 입을 놀릴 수 없는 부분입니다만, 이택(麗澤)의 뜻주 47)에 있어서는 각각 자신의 견해를 말씀드려서 바른 곳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대략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제 보내오신 편지를 읽어보니 도리어 용납하여주시고 논박하면서 바로잡는 말씀이 한마디도 없습니다.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비설(鄙說)주 48)에 특별히 잘못된 부분이 없었던 것인지요? 비록 있더라도 차마 직언(直言)으로 공격하고 배척하지 못한 것인지요? 지금 하문하신 여러 조목(條目) 역시 감히 이처럼 입을 다물고 있을 수가 없으니 부디 전일처럼 하지 마시고 하나하나 지적하여 바로잡아 주시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제1단은 '의(義)와 짝하여 의(義)를 모은다【配義集義】'주 49)라고 하였으니, 대략적인 뜻이 참으로 그러합니다. 그러나 의(義)와 도(道)에 짝한다는 것은 체(體)와 용(用)을 모두 들어서 말한 것이고 의(義)를 모은다는 것은 단지 공력을 들여야 할 부분【用功處】으로 말한 것입니다. 만약 용(用)은 공부할 부분이 있고 체(體)는 공부할 부분이 없다고 한다면 어의(語意)가 두루 온전하지 못하고 공부에 누설되는 부분이 있게 됩니다. 체(體)와 용(用)에 비록 틈이 있더라도 어떻게 전혀 공부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른바 '공부할 것이 없는 것이 공부이다.'라는 말이 그것입니다. 또 의(義)가 주가 되고 기(氣)가 주가 된다고 말하는 것도 온당하지 않습니다. 마땅히 의(義)를 모으는 것은 주가 되는 점으로 말하자면 의(義)이고, 의(義)에 짝하는 것은 주가 되는 점으로 말하자면 기(氣)입니다. 어떻습니까? 제2단의 '물망(勿忘)'이라고 하는 것 역시 그러합니다. '반드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는 것을 일삼되, 미리 효과를 기대하지 말라.【必有事焉而勿正】'주 50)라고 했는데 대체로 규모와 의사가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합니다. '마음속으로 잊지 말고 억지로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心勿忘勿助長】'는 것은 친절(親切)하게 공부할 부분입니다. 이 1단은 본래 의(義)를 모으기 위해 말한 것인데 또한 이 마음의 존주처(存主處)로서 매우 절실하고 긴요합니다. 그러므로 정자(程子)께서는, "마음속으로 잊지 말고 억지로 조장하지 말라는 것은, '솔개는 날아 하늘에 다다르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어논다.【鳶飛魚躍】'는 것과 같은 뜻이다. 더욱 체인(體認)하고 궁행(躬行)한 뒤에야 그 말의 뜻이 깊음을 알 수 있다."라고 하셨습니다. 시험 삼아 한 그루의 꽃나무를 보면, 생리(生理)가 두루 흐르고 조금도 쉼이 없는 것을 마음속으로 잊지 않는 것【勿忘】이라고 합니다. 털끝만 한 급박함과 억지스러움, 그리고 인위(人爲)를 받아들임도 없는 것을 억지로 조장하지 않는 것【勿助】이라고 합니다. 성인(聖人)이 덕(德)으로 들어가는 신묘함을 열어서 보여준 것이 이보다 절실한 것이 없습니다. 말의 병통과 마음의 잃음을【言之病心之失】 보내주신 편지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비유하자면 눈은 간(肝)에 속하고 귀는 콩팥【腎】에 속하는데 간과 신장이 조화를 잃으면 귀와 눈에 병이 들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50묘(畝)의 땅에는 공전(公田)이 5묘이고, 70묘의 땅에는 공전이 7묘이며 100묘에는 공전이 10묘가 됩니다. 그리고 다만 여사(廬舍)에는 10묘, 14묘, 20묘의 구분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1/10의 세금에 합치되는 것입니다. 어진 자는 부자가 되지 못하고 부자는 어질지 않다는 것은,주 51) 대략 세운 뜻의 방향성을 말한 것입니다. 어떻게 부자들이 모두 어질지 않고, 어진 자들은 전부 부자가 아니라는 이치가 있겠습니까? 규전(圭田)주 52) 역시 공전(公田)으로 백성들 사이에 있는 것인데 경(卿)․대부(大夫)의 제사에 쓰이는 경비를 대기 위해서 어떻게 세금을 다시 거둘 수 있겠습니까? 여부(餘夫)의 밭은 자력(自力)으로 경작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세금을 거두어야 할 것입니다. 어진 사람이 지위에 있고 능력 있는 자가 직책에 있는 것은 삼공(三公)이 도를 논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것처럼 포괄하는 직책이 매우 넓은 것이고, 갑병(甲兵)과 전곡(錢穀)처럼 각각 하나의 직책이 있는 것과는 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지위와 직책으로 나누어 말한 것이지, 지위가 있으면 반드시 직책이 없어서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녹봉만 축내는 것을 이른 것은 아닙니다. 어진 자는 반드시 능력이 있지만, 능력 있는 자가 반드시 어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맹공작(孟公綽)주 53)과 같은 자는 어질지만 능력이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의리(義理)의 성(性)은 좋은 도리(道理)이고 기질(氣質)의 성은 좋지 않은 도리라고 하니 이 말이 참으로 옳습니다. 만약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과 이미 태어난 것으로 나누어 말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은 어떠한 성(性)으로 부를 수 있으며, 이미 태어나면 어떠한 선(善)이 갖추어지지 않았겠습니까. 성선(性善) 두 글자는 1서 7편(一書七篇)주 54)의 강령(綱領)이니 어찌 다만 지언(知言), 양기(養氣)주 55)만을 일컫는 것이겠습니까? 계선(繼善)주 56)이라는 것은 비록 공자의 학설이지만 그저 조화(造化)가 발육(發育)하는 측면을 가지고 말하였기 때문에 성선(性善)의 설은 맹자(孟子)에게서 처음으로 나와 밝히지 못했던 의리를 확장하였다고 이르는 것입니다. 여러 조목의【條】 중요한 핵심에 대해서는 저같이 우매한 자가 감히 논할 바가 아니나, 저의 억측으로 논변하였으니 어찌 오류가 없음을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다시 더욱 깊이 생각하여 사실에 부합하는 논의를 보여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주석 46)오영지(吳永之)
오영지의 이름은 장섭(長燮)이다. 기우만(奇宇萬)과 최익현(崔益鉉)의 문집에 오장섭에게 답하는 편지가 남아있어 이들 사이의 교유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주석 47)이택(麗澤)의 뜻
이택(麗澤)은 친구 사이에 절차탁마(切磋琢磨)하여 학문을 강습한다는 의미이다. 《주역》 〈태괘(兌卦)〉에, "두 못이 서로 붙어 있는 것이 태괘이니, 군자는 이것으로 붕우 사이에 강습한다.【麗澤兌, 君子以朋友講習.】"라고 하였다.
주석 48)비설(鄙說)
자신의 학설에 대한 겸칭이다.
주석 49)의(義)와 짝하여 의(義)를 모은다【配義集義】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속성을 말한 부분이다.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호연지기의 속성은 의(義)와 도(道)에 짝하는 것이니, 이것이 없으면 굶주리게 된다. 호연지기는 의리를 많이 축적하여 생겨난다. 의는 어느 날 갑자기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행하고서 마음에 허전함이 있으면 호연지기가 굶주리게 된다. 【其爲氣也, 配義與道, 無是餒也. 是集義所生者, 非義襲而取之也. 行有不慊於心則餒矣.】"라고 하였다.
주석 50)반드시……기대하지 말라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서 온 구절로, "반드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는 것을 일로 삼되, 미리 효과를 기대하지 말고, 마음속으로 잊지 말고 억지로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必有事焉而勿正, 心勿忘, 勿助長也.】"라는 내용이 있다.
주석 51)어진 자는 …… 않다는 것은
《맹자》 〈등문공 상(滕文公上)〉에 "부자는 어질지 않고, 어진 자는 부자가 되지 못한다.【爲富不仁矣, 爲仁不富矣.】"라는 말이 양호(陽虎)의 말로 인용되어 나온다.
주석 52)규전(圭田)
고대에 국가에서 경(卿)ㆍ대부(大夫)ㆍ사(士)가 제사를 지내는 데 소요되는 경비에 쓰도록 나누어 준 전지(田地)를 말한다. 《맹자(孟子)》 〈등문공 상(滕文公上)〉에 "경(卿) 이하는 반드시 규전(圭田)이 있는데, 규전의 면적은 50무(畝)이다."라고 하였는데, 조기(趙岐)의 주에 "고대에 경으로부터 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규전 50무를 받았는데, 이는 제사를 지내는 경비를 제공하는 것이다. 규(圭)는 정결하다는 의미이다."라고 하였다.
주석 53)맹공작(孟公綽)
춘추 시대 노(魯)나라의 대부이다. 청렴하고 욕심이 적었지만 재능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공자가 "맹공작이 조씨와 위씨의 가신(家臣)의 우두머리가 되기에는 넉넉하지만 등나라와 설나라의 대부가 될 수는 없다.【孟公綽爲趙魏老則優, 不可以爲滕薛大夫.】"라고 하였다.
주석 54)1서 7편(一書七篇)
《맹자》를 가리킨다. 《맹자》는 원래 7편으로 되어 있었는데 후한(後漢)의 조기(趙岐)가 주석을 달고, 매 편을 각각 상하(上下)로 나누어 총 14편으로 만들었다.
주석 55)지언(知言), 양기(養氣)
모두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나오는 내용이다. 지언(知言)은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진의를 잘 파악하는 것이다. 양기(養氣)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는 양기(養氣)로써, 밖으로부터 의가 들어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행실을 쌓아 자신의 마음에 아무 부끄러움이 없는 충만함에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주석 56)계선(繼善)
《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한 번 음(陰)이 되고 한 번 양(陽)이 되는 것을 도(道)라고 하고, 일음일양(一陰一陽)을 계속하여 만물을 화육(化育)하는 것이 선이고, 사물이 생겨나면서 갖추고 있는 것이 성이다.【一陰一陽之謂道, 繼之者善也, 成之者性也.】" 하였다.
答吳永之
前書問目。固知非淺劣所敢容喙。而其在麗澤之義。不可不各陳已見。俾歸於正。故略有云云。今讀來書。倒蒙領可而無一言駁正處。未知鄙說別無差失歟。雖有之而不忍直言攻斥耶。今於俯詢諸條。又不敢緘黙如此。幸加一一訂砭。勿似前日之爲。如何。第一段配義集義之云。大意固然。然配義與道。是統擧體用而言。集義特以用功處而言。若曰用則有做工夫處。體則無做工夫處。則語意不圓全。功夫有滲漏矣。體與用雖有間。而豈可謂專無工夫耶。所謂無工夫處是工夫者。此也。且云義爲主。氣爲主者。亦未安。當曰集義是所主而言者。義也。配義是所主而言者。氣也。如何。第二段勿忘云云。亦然。必有事焉而勿正。是大體規模。意思當如此。心勿忘勿助長。是親切下功夫處也。此一段本爲集義語。而亦於此心存主處。極爲要切。是故程子曰。勿忘勿助。與鳶飛魚躍底意同。更加體認躬行然後。方知斯言之有味也。試以一株花木觀之。生理周流。無少停息者。是勿忘也。無一毫急迫强排容其人爲者。是勿助也。此是聖人開示入德之妙。莫切於此矣。言之病。心之失。來示得矣。比如目屬肝。耳屬腎。肝腎失和。則耳目受病也。五十畝則公田爲五畝。七十畝則公田爲七畝。百畝則公田爲十畝。而但廬舍有十畝十四畝二十畝之分。故合於十一之稅耳。爲仁不富。爲富不仁。槪以立心向背言之。豈有富皆不仁。仁皆不富之理耶。圭田亦是公田之在民間者。以供鄕大夫祭祀之用。有何更征耶。餘夫之田。以其自力耕作者。則其有征必矣。賢者在位。能者在職。如三公論道經邦所包甚廣。非如甲兵錢穀。各有一職之比也。故以位與職分言之。非謂位必無職而尸位素餐也。賢必有能。能不必有賢。然如孟公綽者。可謂賢而不可謂能也。義理之性。是好底道理。氣質之性。是不好底道理。此言誠是。若以未生已生分言之。則不可未生何性之可名。而已生何善之不具。性善二字。此是一書七篇之綱領。豈特知言養氣之謂歟。繼善雖是孔子之說。而只就造化發育處言。故謂以性善爲始出於孟子。而擴所未發耳。諸條肯綮。有非愚昧昕敢上下者。而臆說取辨。安知保無疪纇。更加細思。以示稱停之論。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