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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 오영지에게 답함(答吳永之)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5.0001.TXT.0026
오영지에게 답함
댁의 당함(堂咸 당질)이 와서 혜서(惠書)를 받들었습니다. 서한을 통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지내는 안부가 강녕하시고 여력으로 닦는 공부가 거듭되어 의심스럽고 난해한 문제들이 편지 폭에 가득함을 알았으니 우러러 사모하는 마음 금치 못하겠습니다. 《서(書)》에 이르기를 "과단성이 있어야 나중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주 43)"라고 하였고, 주자(朱子)는 "천하의 일은 편안하고 한가롭게 지내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벗께서 힘쓰시기를 바랍니다. 사단(四端)은 사람이 반드시 지니는 마음이고 사체(四體 사지(四肢))는 사람이 반드시 지니는 사물입니다. 쉽게 보이는 형체를 가지고 보기 어려운 이치를 증명하여주 44) 사람들에게 반드시 지니고 있으며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그러나 어찌 이발(已發)과 서로 유사하지만 미발(未發)과 유사하지 않을 리가 있겠습니까. 미발은 비록 혼연(渾然)한 전체이지만 혼연한 가운데 찬연(粲然)한 것이 있으니 이른바 인의예지(仁義禮智)가 그것입니다. 이것을 구한다면 미발을 모호하고 애매하다고 여겨 두서도 없고 체계도 없이 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이 근세에 이(理)를 위주로 논하는 이들의 커다란 병통입니다. 경계하십시오. 예악(禮樂)은 잠시라도 몸을 벗어날 수 없으니 이것이 형체가 없는 예(禮)이고 소리가 없는 악(樂)입니다.주 45) 이미 공경과 사손(辭遜)이 예의 근본임을 알았다면 유독 관대함과 공평함, 조화와 순리가 악의 근본임을 모르겠습니까.
주석 43)과단성이……않는다
성왕(成王)이 관리들에게 훈계한 내용 중 하나로, "너희 경사들에게 경계하노니 공이 높음은 뜻 때문이요, 업이 넓음은 부지런함 때문이니, 능히 과단해야 뒤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戒爾卿士, 功崇惟志, 業廣惟勤, 惟克果斷, 乃罔後艱.】"라고 하였다. 《書經 周官》
주석 44)쉽게……증명하여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측은지심은 인의 단서이고, 수오지심은 의의 단서이고, 사양지심은 예의 단서이고, 시비지심은 지의 단서이다. 사람이 이 사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체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으니, 이 사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인의를 행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자는 자신을 해치는 자이고, 자기 군주가 인의를 행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자는 군주를 해치는 자이다.【惻隱之心, 仁之端也. 羞惡之心, 義之端也. 辭讓之心, 禮之端也. 是非之心, 知之端也. 人之有是四端也, 猶其有四體也. 有是四端而自謂不能者, 自賊者也; 謂其君不能者, 賊其君者也.】"라는 내용이 보인다.
주석 45)형체가……악(樂)입니다
《예기(禮記)》 〈공자한거(孔子閒居)〉에 보인다.
答吳永之
令堂咸來。承惠緘。因審省節康寧。餘力尋溫。疑難滿幅。不任欣仰。書曰。惟克果斷。乃罔後艱。朱子曰。天下事。非燕閒暇豫之可得。願吾友勉之。四端人所必有之心。四體人所必有之物。以易見之形。證難見之理。使人知必有而不可無。然安有已發相似。而未發不相似之理。未發雖曰渾然全體。而渾然之中。有粲然者存。所謂仁義禮智是也。求之無乃以未發爲儱侗昆侖無頭脚無間架看耶。此是近世論理家大病。戒之戒之。禮樂不可斯須去身。此是無體之禮。無聲之樂。旣知恭敬辭遜爲禮之本。則獨不知寬平和順爲樂之本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