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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 배정일【흥묵】에게 답함(答裴正一【興黙】)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5.0001.TXT.0024
배정일【흥묵】에게 답함
지난번에 답신을 계원(啓元) 편에 부쳤습니다. 지난달 그믐 무렵에 계원의 집에 갔다가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았지만 응당 조만간 전해질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뜻밖으로 또 혜서(惠書)를 받들었으니 매우 고맙습니다. 서한을 통해서 부모를 모시고 공부하는 상황이 한결같다는 것을 알았으니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이겠습니까. 부모가 모두 생존해 계시고 형제가 무고(無故)하여 족하(足下)께서는 이미 하늘로부터 즐거움 하나를 얻었으니 자신에게 달린 두 가지 즐거움주 40) 또한 힘을 쏟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시절을 어찌 아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의림(義林)은 효를 행하고 싶어도 미치지 못하고 학문을 닦는 것도 때가 지났습니다.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그저 애석한 마음만 절실할 뿐입니다. 족하께서는 저를 전철(前轍)로 삼으십시오. 《주역(周易)》 공부는 지금 몇 권에 이르렀습니까? 읽고 난 뒤 다시 《논어》, 《맹자》 등의 책을 받아서 평이하고 천근한 일에서 착실하게 체인(體認)하여 일대본령(一大本領)을 갖추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형이상(形而上), 형이하(形而下)는 단지 도(道)와 기(器)의 경계에서 말하는 것이지 실로 상하가 대치하듯 하는 것을 이르지 않습니다. 경(敬)은 정(靜)만을 위주로 하지 않습니다. 경은 동(動)과 정(靜)을 관통하므로 《예기(禮記)》 〈곡례(曲禮)〉에서 "공경하지 않음이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음과 양이 서로 뿌리가 되고 동과 정이 서로 의지하기 때문에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주 41)라고 하였습니다. 획이 없는 역(易)이 바로 태극이지 어찌 일찍이 별도의 획이 없는 역이 태극보다 먼저【先】 있었겠습니까. 이 '선(先)' 자는 소위 '미발 이전'과 같이 보아야 합니다. "건괘(乾卦) 구이(九二)에서는 성(誠)을 말하고, 곤괘(坤卦) 육이(六二)에서는 경(敬)을 말하였다……"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논어》 중궁문인장(仲弓問仁章) 아래의 주석에서 "극기복례(克己復禮)는 건도(乾道)이고 주경행서(主敬行恕)는 곤도(坤道)이다."라고 한 것을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음양이 소장(消長)하는 이치는 박괘(剝卦)와 복괘(復卦)에서 보아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어찌 박괘(剝卦)의 상효(上爻)에서 이미 사라진 양(陽)이 아래에 복괘(復卦)의 초효에서 생겨나는 양이 되어주 42) 초목의 꽃과 열매가 시들어 떨어진 뒤에 양기(陽氣)가 다시 뿌리에서 생기듯 하겠습니까.
주석 40)두 가지 즐거움
맹자(孟子)가 이르기를 "군자가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천하에 왕 노릇하는 것은 여기에 끼지 않는다. 부모가 다 생존하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위로는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아래로는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시키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君子有三樂, 而王天下不與存焉.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 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라고 하였다. 《孟子 盡心上》
주석 41)지혜로운……좋아한다
《논어(論語)》 〈옹야(雍也)〉에 보인다.
주석 42)박괘(剝卦)의……되어
《주역》 64괘의 순서상 복괘(復卦)는 박괘(剝卦) 뒤에 온다. 박괘는 다섯 개의 음효(陰爻) 위에 하나의 양효(陽爻)가 있는 형상으로, 음이 극성하여 양기가 모두 소멸될 위기에 처한 괘이다. 그래서 바로 다음에 다섯 음효의 아래 하나의 양효가 생성되는 복괘로 받은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서괘전(序卦傳)〉에서는 "물건은 끝내 다할 수 없으니, 박이 위에서 다하면 아래로 돌아오기 마련이므로 복으로 받았다.【物不可以終盡, 剝窮上反下, 故受之以復.】"라고 하였다.
答裴正一【興黙】
向者答書。付送啓元便。前月晦間。過啓元家。見尙爾留滯當早晏傳達也。謂外又泰惠諭。感感多矣。仍審省做如一。何等願聞。父母俱存。兄弟無故。足下旣得其一樂於天。則其二樂之在我者。亦將勉而可得矣。好時節。豈不可惜。義林欲孝靡及。爲學過時。向誰尤爲。只切痛惜。惟足下視爲前車也。羲經之課。今至幾卷耶。讀了後。更授如論孟等書。就平易切近。着實體認。辦得一大本領。如何。形而上下。特以道器界至言。非實有上下如對待之云也。敬非主於靜而已。是貫乎動靜。故禮曰無不敬。陰陽互根。動靜交資。故曰知者樂水。仁者樂山。無畵之易。便是太極。何嘗別有無畵之易。在於太極之先耶。此先字。當看如所謂未發之前。
乾九二言。誠坤六二言敬云云。論語仲弓問仁章下註曰。克己復禮。乾道也。主敬行恕。坤道也。推此可見。
消長之理。當觀於剝復之間云云。豈剝上旣消之陽。下爲復初方生之陽也。如一草木之花實雕落。而陽氣復生于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