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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 이광견에게 답함(答李光見)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5.0001.TXT.0021
이광견에게 답함
왕림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또 정함(情函 상대방의 편지)을 받았습니다. 아, 저를 아끼고 은혜를 베푸시는 것이 역시 지극하십니다. 하물며 이렇게 밤새도록 비바람이 몰아쳐 문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적막하게 칩거하면서 의지할 곳 없이 무료하게 지내고 있으니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오직 우리 벗이 가까이에 있어 서로를 따르면서 강학과 토론이 이처럼 끊이지 않으니 위안을 받고 고마움을 느끼는 심정을 어찌 말로 할 수 있겠습니까. 《주역(周易)》은 근래 과연 눈앞에 두고 시간을 보내려고 계획했지만 매운 고추를 통째로 삼킨다는 비난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끝내 무슨 보탬이 있겠습니까. 부끄럽습니다. 《맹자(孟子)》 공부는 근래 몇 권에 이르렀습니까? 노년에도 학문을 좋아하여 남모르게 날마다 성취를 이루는 것이 오늘날 누가 우리 벗과 같겠습니까. 매번 앙모하는 마음이 절실합니다. 하루 동안 유람하는 일은 중지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지금이 어느 때이겠습니까. 유람 같은 무익한 일을 하여 스스로 허물을 초래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答李光見
承枉未幾。又獲情函。其愛我惠我。吁亦至矣。況此風雨長夜。行不得門外一步。跧蟄踽凉。無聊無賴。而惟有吾友在邇。從逐講討。源源若此。慰慰感感。何以容喩耶。羲經近果爲遮眼消日計。而亦未免辣椒皮呑之譏。畢竟何益之有。愧愧。盛課近在鄒傳何卷耶。老而嗜學。闇然日就者。在今日。孰有如吾友哉。每切馳仰。一日之遊。停之似宜耳。此時何時。恐不必爲遊衍無益之擧。以自招尤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