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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 이관여에게 답함(答李寬汝)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5.0001.TXT.0014
이관여에게 답함
10월이 다하려 하고 추위의 위세가 맹렬한데 가르치고 배우면서 지내는 안부가 계절에 맞추어 편안하신지 그리운 마음 늘 지극합니다. 계원(啓元)은 결국 저세상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의 총명함과 깨달음이 실로 비통하기만 합니다. 지난날 병환이 위독할 때 편지를 보내 작별 인사를 청하기에 마침내 경립(景立) 등 여러 벗과 찾아갔습니다. 손을 잡고 말하기를, "부귀공명은 정해진 명이 있으니 추구하지 못하였고 평생에 걸친 포부와 소망이 궁리(窮理)와 수신(修身)이었습니다. 천지 사이에 헛되이 왔다 가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이제 병세가 이와 같으니 분명히 이 세상 사람이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오장(吾丈)께서는 더욱 노력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자기 선인(先人)의 행장(行狀)을 부탁하였는데, 저는 병세가 매우 위급한 것을 보고 물러나 즉시 행장을 지어 이달 14일에 비로소 부쳐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15일에 세상을 떠났으니 그가 보았는지 못 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생사가 위급하고 정신과 기력이 다한 시각에도 오직 학문에 관한 일만은 간절히 잊지 않았습니다. 그가 품었던 마음을 살펴보자니 매우 비통합니다. 바라건대 오당(吾黨)의 익우(益友)들은 이렇게 한가하고 탈이 없는 때를 맞아 더욱 힘을 쏟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이 벗이 죽음을 맞으면서까지 간절하게 잊지 못했던 정의(情意)를 위로해야 할 것입니다. 어제 익중(翊中)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우리 벗께서 먼저 논의를 꺼내어 병 중에 있을 때는 먹을 것을 도와주고 죽은 뒤에는 모여서 조문하는 의절을 마련하셨다니, 가까이 교제했던 사이에 서로를 돌보는 후의(厚意)에 감복(感服)하였습니다. 일전에 보낸 익중의 편지는 혹시 보셨습니까? 기근이 비록 심하더라도 제힘으로 버틸 수 있습니다. 하필 이렇게까지 근심을 끼치겠습니까. 다시 여러 형과 의논하여 거둔 물품을 다시 나누어 돌려주십시오. 간절히 바랍니다.
答李寬汝
陽月垂盡。寒威漸緊。卽惟斅學節宣。以時勝適。溯仰每至。啓元竟作泉臺人。其聰明開悟。實可痛傷。何日病劇時。走書請訣。遂與景立諸友往之。握手語曰。富貴功名。有命不可求。平生志願。是窮理修身。庶不爲天地間虛來底人。今病勢如此。其不得爲陽界人決矣。惟吾丈益加勉勵也。且以其先人行狀托之。余見病勢甚危。退卽構之。今十四日始付去。而此人乘化。在十五日。其入覽與否。未可知也。嗚乎。雖在死生危急神氣耗奪之時。而惓惓不忘。惟在於學問一事。究其情曲。極可悲也。願吾黨諸益。迨此閒暇無故之時。益可勉焉。又以慰此友臨歿惓惓不忘之意也。昨得翊中書。自吾友發論。病時有饌物之助。歿後有會哭之節。無非親契間相厚之義。感服感服。日前所與翊中書。或見之耶。飢饉雖甚。而私力可支。何必貽慮至此也。更與僉兄議之。所收之物。更爲散還也。企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