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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 이관여【승우】에게 답함(答李寬汝【承愚】)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5.0001.TXT.0013
이관여【승우】에게 답함
적막한 타향살이에 참으로 그리움이 절실하였는데, 뜻하지 않게 한 폭의 서한이 훌쩍 날아와 서안에 놓였습니다. 손을 씻고 반복해서 읽자니 한 지붕 아래 한자리에 함께 있는 듯하여 이 몸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산을 나서고 산으로 들어온 것이 과연 말씀하신 대로이니 정처 없는 인생이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이나 쑥대와 같습니다. 예전에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어찌 오늘과 같은 날이 있겠습니까. 요컨대 '명(命)'이라는 글자를 벗어날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우리 관여(寬汝)처럼 친한 벗만이 지극한 정성으로 가엽게 여기고 앞뒤로 안부를 물어주시는 것이 정중할 뿐만이 아닙니다. 이러한 정의(情意)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모든 것이 텅 빈 나머지 새로운 거처의 모든 일이 괴롭고 서글프기만 합니다. 그러나 오직 귀댁에 매우 가까워 이전에 견주어 끊임없이 서로 어울리는 것이 위안일 뿐입니다. 서울에 가신 춘부장(春府丈)께서는 언제 돌아오시는지요? 몹시 추운 겨울에 오가는 원로(遠路)가 노년에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서 매우 염려가 됩니다. 서석산(瑞石山) 정상과 백암(白巖)으로 가던 길 중간에 두 차례 책망을 받았다고 운운하셨는데, 말의 맥락이 어떠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혹시 제가 분별없이 말을 함부로 하지는 않았는지요? "사색하는 공부가 적다.……"고 한 것은 과연 그렇게 말하였습니다. 좌우(左右)께서 저를 허물하지 않고 받아들여 자신의 병통으로 여기시니 남의 말을 받아들이는 도량이 존경스럽습니다. 자기 잘못에 대한 말을 들으면 기뻐했던 것이 어찌 자로(子路)뿐이겠습니까.주 33) 대체로 좌우께서는 독실하게 지키는 일은 확실히 여유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이 일이 매우 쉽지 않지만, 현자(賢者)께서 갖추시기를 기대합니다. 모쪼록 마음을 더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주석 33)자기……자로(子路)뿐이겠습니까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자로는 사람들이 그에게 허물이 있음을 말해 주면 기뻐하였다.【子路, 人告之以有過則喜.】"라고 하였다.
答李寬汝【承愚】
寄寓離索。懷想政切。謂外一幅德音。翩然賁案盥手三復。便若同堂合席。不知身之在遠也。出山入山。果如所喩。人生無根。如飛花飄蓬。前此非不知之。而豈有如今日者耶。要之。一命字出脫不得。順受之外。有何方法。惟親如我寬汝。曲垂矜憐。前後致意。不啻鄭重。此意何可忘。蕩然之餘。新寓凡百。無非辛酸。而惟以貴庄甚邇。從逐較前源源爲慰耳。春府丈洛旆。何時返次耶。嚴冬遠征。非老年可堪之事。殊切關慮。瑞石山上白巖途中。兩次受責云云。不記其語脈云何。或不至於妄發耶。小思索功夫云云。果有此說矣。左右不以爲咎。引以爲病。其受人之量。可敬可敬。聞過則喜。豈獨子路也。大抵左右篤實持守。的有餘地。此在吾儕。甚不易得。然求備之責。於賢者。幸須加意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