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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 권자후에게 답함(答權子厚)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5.0001.TXT.0011
권자후에게 답함
전년에 두 차례 귀중(貴中 상대방이 머무는 지역)의 여러 곳으로 서한을 보냈으나 우리 형에게만 빠트렸습니다. 대체로 뵌 지가 오래되어 갑자기 자호(字號)와 지명(地名)을 잊어버렸습니다. 골똘히 생각하여도 끝내 떠오르지 않아서 함자를 적는 봉투 표면에 적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끝내 붓을 잡았다가 도로 놓는 일을 면치 못하고 겨우 순경(舜卿)에게 답한 편지로 인하여 감히 존함을 거론하고 대략 안부를 물었습니다. 어찌 10년 동안 의기가 투합했건만 하루아침에 상대를 잊어버리는 자가 있겠습니까. 마음 밖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마음 안에 있는 것은 잊지 않기 때문일까요. 부끄럽습니다. 뜻하지 않게, 혜서(惠書)가 초지(草枝)에서 왔는데 대략 편지를 보낸 지 이미 3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어찌하여 지금까지 시일을 끌었고 또 끝내는 지체되지 않고 전달되었을까요. 이어서 또 지난달 4일에 보낸 편지를 받았습니다. 아, 인편이 있으면 소식이 없고 편지를 보내면 답장이 없던 것이 한두 번에 그치지 않았으니, 일반적인 인정으로 헤아리자면 누가 버림을 받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잘못을 따지는 일도 없고 망설임도 없이 은혜를 베푸는 마음이 더욱 근실하시니, 이처럼 보잘것없는 처지에 어떻게 이런 대우를 받겠습니까. 아우는 사문(師門)께서 돌아가신 뒤 또 대곡(大谷 김평묵(金平黙))을 잃고 쓸쓸하게 지내며 어울리는 사람이 없고 오직 영남의 몇몇 군자만 멀리서 의지하면서 우러러 받들 뿐입니다. 다만 세상의 변고가 어지럽고 처지가 얽매여 있어 도를 갖춘 이에게 나아가고 덕을 지닌 이에게 묻는 날은 아득히 멀어지고 미천한 모습은 하루하루 심하게 늙어가고 있습니다. 이따금 동쪽을 바라보면 저도 모르게 허탈한 마음에 한숨이 납니다. 애산(艾山 정재규(鄭載圭))은 부모님 상을 당하고 풍오(豐五 김현옥(金顯玉))와 순경(舜卿 김운환(金雲煥))은 다른 지방으로 이사하였으니 모두가 간절히 그립습니다. 회옹(晦翁 주희(朱熹))이 말한 "생존하여 살아간다.주 31)"는 일도 오늘날 또한 매우 쉽지 않으니 어찌하겠습니까.
주석 31)생존하여 살아간다
《회암속집(晦庵續集》 권4 〈답저행지(答儲行之)〉에 보인다.
答權子厚
前年兩次修貴中諸處書。而於吾兄獨闕焉。蓋奉接之久。遽忘其表德與地名。雖著意思想。終是不起。而於封面標題處。難以下筆。故竟未免握管還停。而只因答舜卿書。敢擧尊啣。略致意焉。豈有十年受契。而一朝相忘者耶。抑所忘在外。而所不忘在內耶。愧愧。謂外惠幅自草枝來。蓋書出已三年。何其沈滯至此。而又竟不沈滯耶。繼而又拜去月初四日書。嗚呼有便無信。有書無答非止一二。揆以常情。孰不棄斥乎。然而不較不猶。施意愈勤。顧此無狀。何以得此。弟自師門逝後。又失大谷。孑然索居。無與爲徒。而遙遙倚仰。惟在於嶺中數君子而已。但世變支離。身事局束。就道問德。茫然無日。而賤狀衰徵。日深一日。有時東望。不覺曠然發喟也。艾山遭故。豊五舜卿搬移他地。俱切關情。晦翁所謂存活得過者。在今日亦甚不易。奈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