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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 이광빈에게 보냄(與李光彬)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5.0001.TXT.0009
이광빈에게 보냄
전우(田愚)주 23)의 심설(心說)을 이렇게 저에게 보여주시니 감사합니다. "이(理)는 기(氣)가 하는 일을 따른다."라고 하고 또 "기는 이에 의해 주재된다."주 24)라고 하였습니다. 상단으로 보자면 이가 기에게 명을 받으니 이는 기의 하인이고, 하단으로 보자면 기가 이에게 통제를 받으니 이가 기의 주재가 됩니다. 상하가 전도되어 매우 의미가 통하지 않습니다. "체(體)만 있고 용(用)이 없는 쓸데없는 물건,"주 25) "붙어 있는 가련한 사물"주 26)이라는 선사(先師)의 말씀이 이것을 이르지 않겠습니까. "도체(道體)의 본연(本然)이다."라고 하고 또 주석(注釋)하기를 "이와 기는 한 데 뒤섞여 간극이 없다."라고 하였는데, 어떻게 한 데 뒤섞여 있는 이와 기를 도체의 본연이라고 하겠습니까. 선사께서 말씀하신 "진흙에 물을 타는 것"주 27)과 "골동갱(汨董羹)"주 28)이 이것을 이르지 않겠습니까. 근세의 기를 위주로 하는 논의가 대개 이와 같지만, 노형은 이를 정견(正見)으로 채택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음 문장에서 '심(心)을 이(理)로 인식하는 것은 육씨(陸氏)주 29)의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설이다.'라는 것은 아마도 오늘날 이를 위주로 하는 것을 가리켜 말한듯합니다. 그러나 육씨는 궁리(窮理)에 관한 공부가 부족하여 마음에서 발하는 것을 이(理)라고 하였기 때문에 심(心)을 이(理)라고 인식하는 폐단을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오늘날의 이(理)를 위주로 하는 설은 이(理)와 기(氣), 주(主)와 복(僕), 수(帥)와 역(役)의 분한(分限)을 구별하니 어찌 저것을 끌어다 이것에 뒤섞을 수 있겠습니까.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주석 23)전우(田愚)
1841~1922. 초명은 경륜(慶倫)ㆍ경길(慶佶), 자는 자명(子明), 호는 구산(臼山)ㆍ추담(秋潭)ㆍ간재(艮齋)이다. 임헌회의 문인으로, 만년에 전라도 계화도(界火島)에서 후진을 많이 길러 냈다. 저서로 《간재집(艮齋集)》, 《간재사고(艮齋私稿)》, 《추담별집(秋潭別集)》 등이 있다.
주석 24)이(理)는……주재된다
《간재선생문집전편(艮齋先生文集前編)》 권2 〈여유치정 갑술(與柳穉程甲戌)〉에 보인다.
주석 25)용(用)이……물건
《노사선생문집(蘆沙先生文集)》 권16 〈납량사의(納凉私議)〉에 보인다.
주석 26)붙어있는 가련한
《노사집(蘆沙集)》 권4 〈답권신원(答權信元)〉에 보인다.
주석 27)진흙에……것
《노사집(蘆沙集)》 권4 〈답권신원(答權信元)〉에 보인다.
주석 28)골동갱(汨董羹)
남쪽 지방 사람들이 물고기와 살코기를 뒤섞어 밥 속에 두는 것으로 어지럽게 뒤섞여 분리되지 않은 일을 말한다. 《性理大全補註》
주석 29)육씨(陸氏)
육구연(陸九淵, 1139~1192)으로, 호는 상산(象山), 자는 자정(子靜), 시호【는】 문안(文安)이다. 주자가 정이천의 도문학(道問學)을 존중한 데 반하여, 육구연은 정명도의 존덕성(尊德性)을 존중하였기 때문에, 주자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성즉리설(性卽理說)을 제창하였고, 육구연은 치지(致知)를 주로 한 심즉리설(心卽理說)을 제창하였다. 저서에 《상산선생전집》 36권이 있다.
與李光彬
田愚心說。荷此寄示。感感。旣曰理隨氣之所爲。又曰氣爲理之所宰。以上段則理聽命於氣。而理爲氣之僕役也。以下段則氣受制於理。而理爲氣之主宰也。上下顚倒。無義甚矣。先師所謂無用之長物。所謂寄寓可憐。非謂此耶。旣曰道體之本然。又註而釋之曰。理與氣。渾淪而無間。安以理與氣渾淪者。謂道體之本然耶。先師所謂和泥帶水。所謂汨董羹。非謂此耶。近世主氣之論。大率如此。而宜不見取於老兄之正見也。下文認心爲理。陸氏畔道之說。似指今日主理而發。然陸氏欠却窮理一段功夫。而以發於心謂之理。故不免有認心爲理之敝。若今日之主理。是分別理氣主僕帥役之分。烏可引彼而混此哉。諒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