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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 이광빈에게 보냄(與李光彬)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5.0001.TXT.0006
이광빈에게 보냄
"성(性)에는 삼품(三品)이 있다."라는 것은 창려(昌黎 한유(韓愈))의 말인데, 근세의 삼층(三層)주 13)이라는 말이 이것과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중용(中庸)》의 성(性), 도(道), 교(敎)는 체용(體用)과 수양의 순서로 말한 것이지 어찌 일찍이 성(性)에 삼층(三層)이 있다고 여겼겠습니까. 일본만수(一本萬殊)주 14)는 진실로 경계를 구분하여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수(分殊)로 말한다면 역시 체와 용, 본과 말로 나누어 말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이(至異)하지만 지동(至同)한 것이 있고 찬연(粲然)히 구별되지만 혼연(渾然)하게 뒤섞인 것이 있으니 어찌 지동(至同)과 지일(至一)의 오묘함이 다시 발붙일 곳이 없다고 이를 수 있겠습니까. 만약 일본(一本)을 분수(分數)가 없다고 이른다면 일본이라는 것은 반드시 공허하고 아득한 지경으로 떨어집니다. 시험 삼아 생각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지난번 올린 율시 2수에서 그 뜻을 대략 말하였습니다. 성(性)은 만물의 일원(一原)이고 만물의 이치는 본래 일원 안에 이미 가득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만물이 어디에서 나오겠습니까. 만약 "본연에 갖추어진 것이 아니라 임시로 배정된 것이다."라고 한다면 이것이 무슨 도의(道義)이겠습니까. 근세의 기(氣)를 위주로 하는 설은 곧 여기에서 어긋났기 때문입니다.
주석 13)삼층(三層)
한원진(韓元震)이 주장한 학설로, 성삼층설(性三層說)이라고도 하는데, 성을 인간과 사물이 같은 초형기(超形氣)의 성, 인간과 사물이 다른 인기질(因氣質)의 성, 인간과 인간이 서로 다른 잡기질(雜氣質)의 성으로 구분하여 파악한 것이다.
주석 14)일본만수(一本萬殊)
하나의 근본에서 만 가지 다른 것이 생겨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자어류》에 "만 가지 다른 것이 하나의 근본이 되는 것과 하나의 근본이 만 가지로 다르게 되는 것은, 마치 한 근원의 물이 흘러나가 만 갈래의 지류가 되고 한 뿌리의 나무가 나와 수많은 가지와 잎이 되는 것과 같다.【萬殊之所以一本, 一本之所以萬殊, 如一源之水流出爲萬派, 一根之木生爲許多枝葉.】"라는 내용이 보인다. 《朱子語類 卷27 論語9 里仁篇下 子曰參乎章》
與李光彬
性有三品。此是昌黎語。近世三層之語。不其類此乎。中庸之性道敎。此以體用修爲之序言之。何嘗以性爲有三層乎。一本萬殊。固無界分之可言。然若以分殊言之。亦不無體用本末之可言。況至異而有至同者存焉。粲然而有渾然者在焉。則烏可謂至同至一之妙。更着無地耶。若以一本謂無分數。則所謂一本者必墮於空虛冥漠之地矣。試思之如何。向者所呈詩律二首。槪言其義矣。性者萬物之一原。而一原之中。萬物之理固已森然矣。不然。萬物何從而出乎。若曰不具於本然。而爲臨時排定云。則此何道義乎。近世主氣之說。卽於此蹉了故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