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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 문계원에게 답함(答文啓元)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5 / 서(4)(書(4))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5.0001.TXT.0002
문계원에게 답함
미발(未發)한 때를 기뻐하지도 않고 화를 내지도 않는 때라고 하는 것은 옳지만, 기뻐함도 없고 화냄도 없는 때라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무릇 중(中)이라는 것은 이쪽에 치우치지도 않고 저쪽에 기울지도 않는 것을 이릅니다. 만약 기뻐함도 없고 화냄도 없다면 이것은 공(空)이지 중(中)이 아닙니다. 이발(已發)에 대해서 말하자면 역시 기뻐할 수도 있고 화낼 수도 있다고 한다면 옳지만 기뻐함이 있고 화냄이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듯합니다. 구산(龜山)주 2)의 문하에서 '미발한 때의 기상을 체인(體認)한다.'라고 주장했지만, 이것은 존양(存養)이 쌓여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효과이며 의식적으로 안배함을 이르는 것이 아닙니다. 줄곧 이와 같이 한다면 억지로 빨리 이루려다가 일을 그르치는 병폐를 벗어나지 못할 듯합니다. 더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사물의 변화에 응하는 것은 조용하고 한가로워야 한다.'라는 주장 또한 그렇습니다. 모름지기 함양(涵養)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법도에 맞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도리어 조용하고 한가로움에 곤란을 겪게 됩니다.
주석 2)구산(龜山)
송나라 학자 양시(楊時, 1053~1135)의 호이다. 자는 중립(中立), 시호는 문정(文靖)이다. 정이(程頤)의 문인으로 사양좌(謝良佐), 유작(游酢), 여대림(呂大臨)과 함께 '정문사선생(程門四先生)'으로 불렸다. 그는 학문하는 방법에 대해 "정좌(靜坐)하여 마음을 맑게 해야 하며, 고요한 가운데에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발하기 전의 기상(氣象)이 어떠한지를 보고 천리(天理)를 체인(體認)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저서로는 《구산어록(龜山語錄)》이 있다.
答文啓元
未發時。爲之不喜不怒則可。謂之無喜無怒則不可。夫中者不偏於此。不倚於彼之謂。若無喜無怒。則是空也。非中也。至於已發。亦謂之能喜能怒則可。謂之有喜有怒則恐涉過重。龜山之門。雖有體認未發氣象之說。此是存養積累自然之效。非着意安排之謂。一向如此。恐未免有偃苖之患也。幸加察焉。應物淸閒之說。亦然。須從涵養中自然中節可也。不然則反爲淸閒所困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