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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문인중【기환】에게 답함(答文仁仲【麒煥】)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66
문인중【기환】에게 답함
천태산(天台山)의 가장 깊은 곳으로 옮겨와 벗들과 아득히 사방으로 멀어졌는데 옛 벗의 서신 한 통이 나를 찾아올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마음이 서로 맞는다면 깊고 험한 산골짜기도 멀어지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겠습니다. 편지에 가득히 적힌 자세한 내용에 성실함과 분발심이 넘쳐나니 존경스럽습니다. 또한 '변득실심(辨得實心 실심을 식별하는 것)' 4자는 학자가 근거로 삼는 첫 번째 맥락입니다. "도는 넓고 넓은데 어디에서 시작하리오? 오직 진실한 뜻을 세워야만 의거할 곳이 있다."와 "종일토록 부지런히 힘쓰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오직 충신(忠信)뿐이다."주 91)라는 정자(程子)의 말이 모두 이것을 이릅니다. 그렇다면 보내신 서신에서 말씀하신 "지극한 요체를 보여주었다."라는 것은 아마도 이 4자를 벗어나지 않고 또한 반드시 좌우(左右)께서 이미 본 소릉(昭陵)주 92)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초학자는 실(實)과 부실(不實)을 쉽사리 변별하지 못합니다. 학문으로 밝히고 공경으로 부지(扶持)하여 잠깐 사이의 틈조차도 없도록 한 다음에야 차츰차츰 이어나가 활연관통(豁然貫通)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음의 몇 가지 조항은 답을 하지 않을 수 없기에 감히 이렇게 추함을 드러냅니다.

〇 주경(主敬)이라는 것이 어찌 한 번의 발걸음으로 쫓아가서 다다를 수 있겠습니까. 다만 일부러 조장해서 병폐가 생기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또 마음이 안정되면 몸이 바르게 된다는 것은 그렇지 않을 듯합니다. 마음은 본래 비어 있어 착수할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고인들은 형적이 있는 외면부터 공부하였습니다.
〇 발을 세워 발꿈치를 엉덩이에 붙이는 것을 위좌(危坐)라고 하고 무릎을 모아 바닥에 붙이는 것을 단좌(端坐)라고 하고 넓적다리를 교차하여 가로로 굽히는 것을 평좌(平坐)라고 합니다. 평좌도 법도에 맞는다고 할 수 있지만 존자(尊者) 앞에서는 과연 공경스러움이 부족하게 됩니다.
〇 기질은 생명을 부여받는 초기에 얻고 물욕은 외물을 접한 뒤에 생깁니다. 이른바 기질을 교정하고 바로잡으면 물욕이 얽어매지 못한다는 것은 제대로 살피지 못한 듯합니다.
〇 기왕에 물동이를 가지고 비교한다면 물【水】은 성(性)이고 동이는 마음이며 동이에서 흘러나오는 물【水】은 정(情)이라고 해야 합니다. 정자(程子)는 "성에서부터 동(動)하는 것을 마음이라 하고 마음으로부터 동하는 것을 정이라 한다."주 93)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에서 두 개의 '동(動)'자는 서로 발하는 두 가지 모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상황에 따라서 명칭과 의미가 어떠한지를 찾아낸 것일 뿐입니다.
〇 내일 해야 할 일을 오늘 궁구하는 것을 마음이 얽매이는 것【心累】이라고 한다면 심모원려(深謀遠慮)나 장마에 대한 온갖 대비도 모두 심루이겠습니까. 다만 공정한가 사사로운가에 달려있을 뿐입니다.
〇 부끄러움이 없다면 선(善)이 어디에서 생겨나겠습니까. 부끄러움은 선의 시작이니 안자(顔子 안회(顔回))가 순(舜) 임금에게 미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 것과 같습니다.
〇 마음먹고 보는 것이 '시(視)'이고 사물이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 '견(見)'입니다. 마음먹고 듣는 것이 '청(聽)'이고 소리가 귀로 들어오는 것이 '문(聞)'입니다. 칠정(七情)과 사단(四端)이 모두 정(情)이지만 사단은 선의 한 측면이고 칠정은 선과 악을 아울러 말하는 것입니다.
주석 91)정자(程子)가……충신(忠信)뿐이다
《근사록(近思錄)》 권2 〈위학(爲學)〉에 보인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종일토록 힘써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만 '충신은 덕을 진척시키는 것이다'라는 것은 실제로 공부하기 시작하는 곳이며, '말을 닦아 성을 세운다'는 것은 실제로 덕업을 닦는 곳이다.【終日乾乾, 大小大事. 却只是忠信所以進德, 爲實下手處, 修辭立其誠, 爲實修業處.】"
주석 92)소릉(昭陵)
모든 상황을 꿰뚫어 환히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석 93)성에서부터……한다
《이정유서(二程遺書)》 권25 〈창잠도본(暢濳道本)〉에 보인다. "성의 선함을 도라고 한다. 도와 성은 하나이다. 성의 선함이 이와 같으므로 성이 선하다고 한다. 성의 근본을 명(命)이라 하고 성이 본디 그러한 것을 천(天)이라 한다. 성으로부터 형태를 갖게 된 것을 심(心)이라 하고 성으로부터 움직인 것을 정(情)이라한다. 무릇 이 몇 가지 것은 모두 동일하다. 성인은 일에 따라 이름을 제정하므로 이처럼 다르다. 후대의 학자들은 문장에 따라 의미를 분석하고 기이한 설을 구하다가 성인의 뜻에서 멀어졌다.【稱性之善謂之道. 道與性一也. 以性之善如此, 故謂之性善. 性之本謂之命, 性之自然者謂之天, 自性之有形者謂之心, 自性之有動者謂之情. 凡此數者, 皆一也. 聖人因事以制名, 故不同若此, 而後之學者, 隨文析義, 求奇異之說, 而去聖人之意遠矣.】"
答文仁仲【麒煥】
移入天台山最深處。漠然與朋知四遠。安知故人一書相尋入來也。儘知人情所孚。山豁之深險。不足間之也。滿紙縷縷。其誠實憤悱。溢於辭意。敬服敬服。且辨得實心四字。是學者立脚第一路脈也。程子所謂道之浩浩。何處下手。惟立誠纔有可居之處。又曰終日乾乾。大小大事。却只是忠信者。皆謂是也。然則來喩所謂下示至要者。恐不出此四字。而亦未必不爲左右已見之昭陵也。但實與不實。初學有未易遽辨。惟學以明之。敬以持之勿使少有須更之間然後。可以漸次接續。打成一片矣。如何。下方諸條。不容無答。敢此露醜主敬之云。豈有一蹴可到之理。但不可着意助長以生病敗也。且心定則外體正者。恐不然。心本虛。沒把珿。故古人多從外面有形迹上。做工夫來。立足着尻。謂之危坐。斂膝着地。謂之端坐。交股橫屈。謂之平坐。平坐亦不可謂不中於法度。而但於尊前則果爲欠敬。氣質得於稟生之初。物欲生於接物之後。所謂矯捄氣質。則物欲不累者。似失照管。旣以水盆比之。則當云水是性。盆是心。水之自盆中流出是情。程子云。自性之有動者。謂之心。自心之有動者謂之情。兩動字。非有兩樣互發也。但就其地頭。求其名義之如何耳。若以今日窮究明日可爲之事。謂之心累。則凡深謀遠慮。陰雨綢繆之備。亦皆爲心累耶。只在公私之間。無恥。善安從生。恥者爲善之先路。如顔子以不及舜爲恥也。有心視之爲視。物來現前爲見。有心聽之爲聽聲來入耳爲聞。七情四端。同是情四端善一邊。七情兼善惡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