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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박양여【채동】에게 보냄(與朴亮汝【采東】)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61
박양여【채동】에게 보냄
근래 며칠 동안 가을 기운이 더욱 높아졌는데 고상한 운치를 그리워하려니 더욱 견디기 어렵습니다. 뜻하지 않게 박우(朴友) 편으로 인하여 부모님을 모시고 지내는 안부를 물었더니 한결같이 평안하시다고 하여 실로 간절한 저의 마음에 부합하였습니다. 의림(義林)은 구차하기가 예전과 같고 속사정도 한결같으며 세월이 흐를수록 퇴락하여 장차 마무리할 방도가 없습니다. 저를 버리지 않은 형들의 마음을 저버린 것이 부끄럽습니다. 평소에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누던 자리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니 어찌 유독 저 유 형주(劉荊州)를 책망하겠습니까.주 83) "세월이 말 달리듯 흘러가니 곤궁한 집에서 늙어간다."는 것은 충무후(忠武侯 제갈량(諸葛亮))가 나를 위해 한 말입니다. 회합하는 날이 머지않았고 서로 만나기를 기약했는데 성숙(性淑) 등 여러 벗은 혹시 저를 찾아올 수 있을까요.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석 83)평소에……책망하겠습니까
유 형주는 주자의 스승인 병산(屛山) 유자우(劉子羽)의 아들인 유공(劉珙, 1122~1178)으로, 자가 공보(共甫)인데 형호남로(荊湖南路)와 형호북로(荊湖北路)의 안무사(安撫使)를 지내면서 형주에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칭하였다. 《朱子大全 別集 卷4 劉共甫》 주자는 〈여유공보(與劉共甫)〉에서 "형주(荊州)에는 함께 담소를 나눌 만한 훌륭한 사대부가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지극히 위태로운 것이므로 오래도록 흘러가게 내버려 두면 다시 수습하기 어렵습니다. 날마다 옛 책을 가져다가 자세히 읽고 깊이 생각하여 물욕의 가림을 떨쳐내시기 바랍니다.【朱先生又言, 荊州無賢士大夫可奉談燕. 人心至危, 恐久流放, 難復收拾. 願日取古書, 熟讀深思, 以祛物慾之蔽.】"라고 충고하였다.
與朴亮汝【采東】
近日秋氣益高。懷想風致。尤難勝堪。料外朴友便因叩侍奉節宣。一視貞適。實副懇情。義林淟涊如故。而裏面一着。日頹月落。將無以收殺。愧負兄輩不棄之意。平生坐談。未進一步。彼劉荊州何獨責哉。時馳歲去。枯落窮廬。忠武侯爲我道矣。會日不遠。相逢有期。性淑諸友。惝可見顧否。企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