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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김순좌【양현】에게 답함(答金舜佐【良鉉】)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58
김순좌【양현】에게 답함
영랑(令郞)이 저를 찾아오고 혜서(惠書)가 함께 이르렀으니 위안되고 감사한 마음을 어찌 헤아리겠습니까. 게다가 부모님을 모시는 즐거움이 더욱 경사스럽고 안부가 평안하시다니 더욱 듣고 싶었던 말입니다. 편지에 가득한 자세한 내용과 별지(別紙)의 여러 조목은 모두가 공을 들인 체험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내 벗처럼 이러한 일을 마음에 담고 있는 자가 몇 사람이나 되겠습니까. 의림(義林)은 젊어서 의지가 단단하지 못하였고 늙어서는 더욱 거칠고 피폐하여 이와 같은 벗의 서한을 받고 저도 모르게 부끄러워 흐르는 땀에 옷이 젖었습니다. 영랑은 지금 《중용(中庸)》을 읽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략 뜻을 물었더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비상합니다. 이렇게 나아간다면 이른바 "후생을 두렵게 여겨야 한다."주 74)라는 말이 이 사람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 《기의변(記疑辨)》주 75)은 다른 사람이 빌려 가서 보내드리지 못합니다. 훗날의 계획으로 남겨 놓겠습니다. 자사(子思)의 말은 근원에서 지류를 가리켜 한 말이고 주자(朱子)의 말은 지류에서 근원을 가리켜 한 말이니 간략하고 심오함과 상세하고 정밀함으로 나누어 보아서는 안 될 듯합니다. 또한 "성(性)이 곧 이(理)이다."라고 한다면 옳지만, "이가 곧 성이다."라고 한다면 온당치 못할 듯합니다. 이미 "만물을 화생(化生)한다."주 76)라고 하였다면 어찌 인(人)과 물(物)의 구분이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하늘이 만약 인과 물의 구분에 뜻이 없었다면 인과 물이 어디에서 올 수 있었겠습니까. 이는 최근에 기(氣)를 위주로 삼는 주장이니 나의 벗께서는 혼동하지 말기 바랍니다. "기로 형체를 이룬다."라고 할 때의 '기'는 모두가 음양과 오행이 흩어져 나뉜 기이지만, 이(理)가 갖추어져 있는 것은 과연 그릇에 물이 담겨 있는 것과 같습니다. 초목은 거꾸로 자라고 금수는 옆으로 자라지만, 사람은 머리가 위에 있고 발이 아래에 있으며 모나고 둥글고 평평하고 곧은 것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으니, 이것이 통하거나 막힌 형체의 구분이 아니겠습니까. 건순오상(健順五常)주 77)은 인(人)과 물(物)을 아울러 말한 것이니 이것은 이일(理一 이는 동일하다는 의미)에 해당하며, 이는 동일하지만 현상은 다르다는 것이 그 안에 있습니다. 만약 물(物)이 하늘이 명한 성(性)을 따랐다면 말은 발로 차지 않고 소는 뿔로 받지 않을 것이니, 어찌 사람의 오상(五常)을 저 물(物)에게 요구할 것이 있겠습니까. 다시 자세히 살펴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주석 74)후생을……한다
《논어(論語)》 〈자한(子罕)〉에 "후생을 두렵게 여겨야 할 것이니, 앞으로 후생들이 지금의 나보다 못하리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40세나 50세가 되도록 세상에 알려짐이 없는 사람이라면, 또한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하겠다.【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 四十五十而無聞焉, 斯亦不足畏也已.】"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주석 75)《기의변(記疑辨)》
정재규의 《납량사의기의변(納凉私議記疑辨)》을 가리킨다. 《납량사의》는 노사 기정진(奇正鎭)이 1843년에 작성한 성리학 저술이다. 우주의 구성에서부터 인간의 본질에 대한 해명, 사단칠정과 인심도심(人心道心) 등 심성의 문제, 인물성동이(人物性同異)의 문제, 선악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일분수(理一分殊)라는 이체이용(理體理用)의 논리로 설명하였다.
주석 76)만물을 화생(化生)한다
《중용장구》 제1장에서 주희가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고 한다.【天命之謂性.】"라는 경문을 "하늘이 음양오행으로 만물을 화생하매 기로써 형체를 이루고 이를 또한 부여한다.【天以陰陽五行, 化生萬物, 氣以成形, 理亦賦焉.】"라고 해설한 것을 이른다.
주석 77)건순오상(健順五常)
《중용장구》 제1장의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 한다.【天命之謂性.】"에 대한 주희의 주석에 "인과 물이 세상에 나올 적에 각기 부여받은 바의 이를 얻음으로 인하여 건순ㆍ오상의 덕을 삼게 되니, 이것이 이른바 성이라는 것이다.【人物之生, 因各得其所賦之理, 以爲健順五常之德, 所謂性也.】"라는 말이 나온다.
答金舜佐【良鉉】
令郞垂訪。惠幅伴至。慰感曷量。矧審省歎增慶。體事晏重。尤叶願聞。滿幅覼縷及別紙諸條。無非自用功體驗中出來。在今日而實心於此事如吾友者。有幾人哉。義林少不厲志。老益荒廢。得朋友書如此處。不覺愧汗沾衣也。令郞今讀中庸云。故略問其義。無不曉解。奇事奇事。率是以往。所謂後生可畏者。安知不在於此也。記疑辨爲人借去。未得付呈。留俟後日計耳。子思之言目源指流之言。朱子之言。自流指源之言。恐不可以簡奧詳密分以觀之。且性卽理也云則可。理則性也云則恐未穩。旣曰化生萬物。則烏可謂無人物之分耶。天若無意於人物之分。則人物何處得來。此是近世主氣之說。願吾友物似之也。氣以成形之氣。莫非陰陽五行散殊之氣。而理無不具。果如器之貯水也。草木倒生。禽獸橫生。而人則頭上足下。方圓平直。此非通塞之形耶。健順五常。兼人物言之。此是理一處。理一而分殊在其中矣。使物而循天命之性。則馬不踶牛不觸。何嘗以人之五常去責那物耶。更詳之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