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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송영환【갑기】에게 답함(答宋永煥【甲基】)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54
송영환【갑기】에게 답함
한 폭의 덕음(德音)을 받고 놀란 듯이 하여 어루만지면서 되풀이해서 읽자니 매우 위로가 되었습니다. 서한을 통해서 남쪽에 이른지 여러 날이 되었고 부모님을 모시면서 경서를 공부하는 안부가 줄곧 여유롭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얼마나 간절히 듣고 싶었던 말이겠습니까. 다만 근래에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장을 외우는 것은 우리 유자(儒者)가 살아가는 방도가 아니고 명리(名利)를 뒤쫓는 것은 우리 유자의 원대한 계책이 아닙니다. 최고의 진전(眞詮)의 첫 번째 법문(法門)은 집을 벗어나지 않아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고인이 자기에게서 구하고 남에게 구하지 않으며 내면에 힘쓰고 외면에 힘쓰지 않았던 까닭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가죽이 없는데 털을 장차 어디에 붙이겠으며 토대가 없는데 집을 장차 어디에 짓겠습니까. 생각건대 우리 벗께서도 이 점에 대해서 이미 환히 알고 계시며 단서를 만들고 근본을 수립하는 방도에 잘못됨이 없습니다. 굳이 이처럼 소경이나 귀머거리에게 억지로 보고 듣기를 강요하여 그들이 본 것을 찾고 들은 것을 빌리겠습니까. 도리어 부끄럽습니다. 게다가 저 같은 자는 어려서 학문을 익히지 못하고 늙어서도 알려진 것이 없이 산 아래로 기우는 해처럼 목숨이 다해가는 만년이니 어찌 이 세상에 역할이 있고 없고를 따지고 사우(士友)들 사이에서 우열을 따질 수 있겠습니까. 단지 하문(下問)하시는 성의를 입어 감히 용서받을 수 없는 말씀을 올립니다. 굽어살피고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答宋永煥【甲基】
一幅德音。得之若驚摩挲繙閱。慰沃良深。仍審南至有日。侍旁經履。一盲佳裕。何等願聞之至。但未知近來所讀何書。所業何事。文詞記誦。非吾儒活計聲利追逐。非吾儒長算。太上眞詮。一等法門。不出戶而存焉。此古人所以求諸已而不求諸人。務於內而不務於外者也。不然支皮之不存。毛將安附。基之不有。室將安築。想吾友已瞭然於此。而所以造端立本者。無有滲漏矣。何必使之勉强盲聾。而索視借聽乃爾耶。旋用愧愧。況如愚者。少而失學。老而無聞。奄奄晩景。如日下山。何足有無於斯世。而上下於士友間哉。特荷垂訊之勤。敢效不恕之言。幸俯諒而恕存之也。